[단독] 대북송금 검찰조서 보니, '이재명 질문' 계속됐다

김종훈 2026. 3. 1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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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2023년 1월 ~ 9월 검찰 진술조서 입수... 검찰, '이재명 연결성' 집중 추궁

[김종훈 기자]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 이정민
<오마이뉴스>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2023년 검찰 진술조서를 확인한 결과,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와의 관련성을 묻는 질문을 반복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수원지검이 이재명 대통령 기소를 전제로 사건 관계자들을 압박하고, 이 과정에서 사건 관계자들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회유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여주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오마이뉴스>가 단독 보도한 2023년 3월 10일 수원구치소 접견 녹취에 따르면, 김성태 전 회장은 지인에게 "끝날 만하면 뭘 또 내놓으라 하고. 내가 은행 금고여? 있어야 내놓을 것 아니야. 이재명이(한테) 돈 줬다고, 있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거친 언사를 섞어가며 지인에게 "거짓말 아니고. 검사들이 하는 짓들이, 수법들이 똑같네. 직업이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정직하덜 못해. 아~ 더러운놈의 XX들 아주"라고 덧붙인다.

입장 바꾼 김성태 "이재명 지사가 '김 회장님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오마이뉴스>는 김성태 전 회장 구속 직후인 2023년 1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김 전 회장이 수원지검에서 받았던 조사 내용 중 일부를 입수해 시간순으로 살폈다. 그 중 수사 흐름에서 중요한 시점이 있는데, 바로 2023년 1월 28일이다. 김 전 회장 진술이 달라진 날이다.

앞서 같은 해 1월 17일 김 전 회장은 태국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될 당시 공항에서 기자들을 향해 "이재명씨와 전화한 적도 없고 전화번호도 모른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10여일 뒤인 1월 28일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술자리에서 이화영이 이재명 지사와 통화를 하다가 저를 바꿔준 기억이 있다."

검사는 곧바로 "피의자가 이재명과 어떤 내용으로 통화하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김 전 회장은 "이재명 지사가 '김 회장님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했다"라고 답한다. 검사는 "이재명 지사가 감사하다고 할 이유가, 피의자가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를 대신 내주기로 한 것 이외에 다른 이유가 있었는가"라고 구체적으로 묻자, 김 전 회장은 "없다"라고 호응한다.

이재명 대통령 제3자 뇌물 혐의 핵심인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 대납'과 '이재명 감사 발언'의 연결성을 확인하려 한 질문으로 추정되는 내용이다.

다음날인 1월 29일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진다. 김 전 회장과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 사이에 대질신문이 진행된다.

검사는 방 전 부회장에게 "이화영이 500만 달러를 북한에 전달하는 것에 대해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냐"라고 묻는다. 방 전 부회장은 "예"라면서 "이화영이 이재명 지사님도 알고 계시다고 이야기했다"라고 답한다. 옆에서 방 전 부회장의 답을 듣던 김 전 회장 역시 같은 취지로 "저도 이재명 지사가 (대북송금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이화영으로부터 여러 번 들었다"며 말을 보탠다.

조서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름 '이재명'
 이화영 전 부지사와 박상용 검사 (자료 사진)
ⓒ 남소연
2월 2일 조사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질문이 이어진다. 검사는 김 전 회장에게 이재명에 관해 계속 질문한다.
- "피의자(김성태)는 이후에도 이재명 지사를 만나려고 시도한 적 있나?"
- "피의자는 대선 이후 이재명과 만날 약속을 잡았나?"
- "피의자는 위 시점에 이화영이 이재명에게 피의자와 만남에 대해 전달을 하였는지 기억하나?"
- "피의자가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에게 '힘내시라'는 취지로 말하자 이재명은 뭐라고 했나?"
- "피의자는 이재명이 쌍방울 그룹이 대북 사업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느낀 다른 정황들이 있었나?"

김 전 회장은 검사의 질문에 맞춰 "적어도 (이재명과) 세 번 이상 통화를 했다"며 아래와 같이 답한다.

"(이화영이) 제 앞에서 이재명과 통화를 하였다. 그때가 대선 다다음날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에도 제가 이재명과 통화를 한 것 같다."

그러면서 김 전 회장은 아래와 같이 덧붙인다.

"이재명 공약 중 저희가 북한 측과 합의한 사업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저희가 북한 측과 서명한 합의서를 (경기도에서) 다 보았다. 그러한 것들을 도지사한테 당연히 보고하지 않았을까."

김 전 회장은 3월 19일 대북송금사건 수사검사였던 박상용 검사(현 인천지검 부부장검사)가 주도하는 6인(김성태·방용철·안부수·김태헌·박상민·채수용) 대질신문 자리에서 다시 한번 이 대통령에 대해 언급한다. 이는 김 전 회장이 구치소에서 접견인에게 "이재명이(한테) 돈 줬다고, 있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고 말했던 날에서 불과 수일 뒤다.

김 전 회장은 "이화영 부지사가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500만 불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었다"라고 말한다. 이어 '(문제 해결 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전화도 받았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맞다. 이화영이 (이재명) 전화라면서 저를 바꿔줬다"라고 답한다. 방 전 부회장도 "예, 기억이 난다"라고 말한다. 함께 있던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전 회장도 "제가 북한에 갈 때 이화영으로부터 친서를 받아 갔다. 경기도지사 명의 친서였다"라고 말을 보탠다.

다음날인 3월 20일 대질조사에서도 같은 취지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 대북송금은 모든 것이 당시 이재명 지사와의 보조를 맞추기 위해 진행됐다는 식으로 말한다.

"경기도지사(이재명)가 방북을 해야 우리도 사업 발표를 할 수 있다."

이에 검사는 "이재명 지사와 관계없이 단독으로라도 방북을 추진하려 하지 않았냐"라고 묻고, 김 전 회장은 "제가 혼자 가서 뭐하겠냐"며 "하노이 회담만 잘 풀렸으면 2019년 2월 이재명 지사와 함께 방북하려 했다"라고 덧붙인다.

이어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관련 북한에 500만 달러 지급 → 경기도지사 방북 → 협약 발표 → 대북사업 공개'의 구체적인 계획도 설명한다.

공교롭게도 검찰의 질문과 김 전 회장의 답은 이 대통령 공소사실과 꼭 맞아 떨어지는 내용이다.

그 이후 연어 술파티로 특정된 2023년 5월 17일이 지나고, 6월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재명 관련 진술을 했다가 7월 법정에서 아내의 호통으로 입장을 바꾸는 일이 벌어졌다.

김성태 "이재명과 대질 시켜달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9월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그리고 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수원지검의 조사와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2023년 9월 조사에서 김성태는 또 다른 진술을 한다.

"당시 경기도지사가 이재명이었고 유력한 대권주자였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제가 스마트팜 비용 등에 베팅을 한 것은 뭔가 바라는 것이 있어서였다."

그러면서 당시 조사 말미 박상용 검사가 '더 하고 싶은 진술이 있나요'라고 묻자 "이화영이나 이재명이나 제가 진술하는 것이 모두 허위라고 진술하고 있으니, 나중에 꼭 이화영, 이재명과 대질을 시켜달라"고 말한다.

검찰은 김 전 회장 등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같은 달 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며 기각했다.

다시 이 사건의 쟁점으로 돌아가자. 박상용 검사는 <오마이뉴스> 단독 보도 후 "수사팀 검사 누구도 이재명에게 돈을 줬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조서에는 아래와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김성태는 이재명과 통화했는가?
이화영은 이재명에게 보고했는가?
대북송금은 이재명의 방북 비용인가?

김 전 회장의 수원지검 조사 내내 대북송금 사건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사이의 연결 여부를 확인하려고 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이미 <오마이뉴스>에 지난해 8월 "이재명과 공범 관계? 전혀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12일 열린 대북송금 공판에서도 김 전 회장은 "북한에 돈을 건네주면서 이화영이나 경기도에 대가를 요구한 적은 없다. 개인 돈으로 한 것이다. 사실상 '김성태의 대북송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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