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북송금 검찰조서 보니, '이재명 질문' 계속됐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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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
| ⓒ 이정민 |
이는 수원지검이 이재명 대통령 기소를 전제로 사건 관계자들을 압박하고, 이 과정에서 사건 관계자들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회유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보여주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오마이뉴스>가 단독 보도한 2023년 3월 10일 수원구치소 접견 녹취에 따르면, 김성태 전 회장은 지인에게 "끝날 만하면 뭘 또 내놓으라 하고. 내가 은행 금고여? 있어야 내놓을 것 아니야. 이재명이(한테) 돈 줬다고, 있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거친 언사를 섞어가며 지인에게 "거짓말 아니고. 검사들이 하는 짓들이, 수법들이 똑같네. 직업이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정직하덜 못해. 아~ 더러운놈의 XX들 아주"라고 덧붙인다.
입장 바꾼 김성태 "이재명 지사가 '김 회장님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오마이뉴스>는 김성태 전 회장 구속 직후인 2023년 1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김 전 회장이 수원지검에서 받았던 조사 내용 중 일부를 입수해 시간순으로 살폈다. 그 중 수사 흐름에서 중요한 시점이 있는데, 바로 2023년 1월 28일이다. 김 전 회장 진술이 달라진 날이다.
앞서 같은 해 1월 17일 김 전 회장은 태국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될 당시 공항에서 기자들을 향해 "이재명씨와 전화한 적도 없고 전화번호도 모른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10여일 뒤인 1월 28일 김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렇게 말한다.
"술자리에서 이화영이 이재명 지사와 통화를 하다가 저를 바꿔준 기억이 있다."
검사는 곧바로 "피의자가 이재명과 어떤 내용으로 통화하였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김 전 회장은 "이재명 지사가 '김 회장님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했다"라고 답한다. 검사는 "이재명 지사가 감사하다고 할 이유가, 피의자가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를 대신 내주기로 한 것 이외에 다른 이유가 있었는가"라고 구체적으로 묻자, 김 전 회장은 "없다"라고 호응한다.
이재명 대통령 제3자 뇌물 혐의 핵심인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500만 달러 대납'과 '이재명 감사 발언'의 연결성을 확인하려 한 질문으로 추정되는 내용이다.
다음날인 1월 29일 조사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진다. 김 전 회장과 방용철 전 쌍방울그룹 부회장 사이에 대질신문이 진행된다.
검사는 방 전 부회장에게 "이화영이 500만 달러를 북한에 전달하는 것에 대해 이재명 지사에게 보고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냐"라고 묻는다. 방 전 부회장은 "예"라면서 "이화영이 이재명 지사님도 알고 계시다고 이야기했다"라고 답한다. 옆에서 방 전 부회장의 답을 듣던 김 전 회장 역시 같은 취지로 "저도 이재명 지사가 (대북송금을)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이화영으로부터 여러 번 들었다"며 말을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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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화영 전 부지사와 박상용 검사 (자료 사진) |
| ⓒ 남소연 |
- "피의자(김성태)는 이후에도 이재명 지사를 만나려고 시도한 적 있나?"
- "피의자는 대선 이후 이재명과 만날 약속을 잡았나?"
- "피의자는 위 시점에 이화영이 이재명에게 피의자와 만남에 대해 전달을 하였는지 기억하나?"
- "피의자가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에게 '힘내시라'는 취지로 말하자 이재명은 뭐라고 했나?"
- "피의자는 이재명이 쌍방울 그룹이 대북 사업에 대해 알고 있었다고 느낀 다른 정황들이 있었나?"
김 전 회장은 검사의 질문에 맞춰 "적어도 (이재명과) 세 번 이상 통화를 했다"며 아래와 같이 답한다.
"(이화영이) 제 앞에서 이재명과 통화를 하였다. 그때가 대선 다다음날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때에도 제가 이재명과 통화를 한 것 같다."
그러면서 김 전 회장은 아래와 같이 덧붙인다.
"이재명 공약 중 저희가 북한 측과 합의한 사업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저희가 북한 측과 서명한 합의서를 (경기도에서) 다 보았다. 그러한 것들을 도지사한테 당연히 보고하지 않았을까."
김 전 회장은 3월 19일 대북송금사건 수사검사였던 박상용 검사(현 인천지검 부부장검사)가 주도하는 6인(김성태·방용철·안부수·김태헌·박상민·채수용) 대질신문 자리에서 다시 한번 이 대통령에 대해 언급한다. 이는 김 전 회장이 구치소에서 접견인에게 "이재명이(한테) 돈 줬다고, 있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고 말했던 날에서 불과 수일 뒤다.
김 전 회장은 "이화영 부지사가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500만 불 때문에 걱정을 하고 있었다"라고 말한다. 이어 '(문제 해결 후)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전화도 받았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맞다. 이화영이 (이재명) 전화라면서 저를 바꿔줬다"라고 답한다. 방 전 부회장도 "예, 기억이 난다"라고 말한다. 함께 있던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전 회장도 "제가 북한에 갈 때 이화영으로부터 친서를 받아 갔다. 경기도지사 명의 친서였다"라고 말을 보탠다.
다음날인 3월 20일 대질조사에서도 같은 취지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 대북송금은 모든 것이 당시 이재명 지사와의 보조를 맞추기 위해 진행됐다는 식으로 말한다.
"경기도지사(이재명)가 방북을 해야 우리도 사업 발표를 할 수 있다."
이에 검사는 "이재명 지사와 관계없이 단독으로라도 방북을 추진하려 하지 않았냐"라고 묻고, 김 전 회장은 "제가 혼자 가서 뭐하겠냐"며 "하노이 회담만 잘 풀렸으면 2019년 2월 이재명 지사와 함께 방북하려 했다"라고 덧붙인다.
이어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 관련 북한에 500만 달러 지급 → 경기도지사 방북 → 협약 발표 → 대북사업 공개'의 구체적인 계획도 설명한다.
공교롭게도 검찰의 질문과 김 전 회장의 답은 이 대통령 공소사실과 꼭 맞아 떨어지는 내용이다.
그 이후 연어 술파티로 특정된 2023년 5월 17일이 지나고, 6월 이화영 전 부지사가 이재명 관련 진술을 했다가 7월 법정에서 아내의 호통으로 입장을 바꾸는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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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9월 12일 오후 경기도 수원 영통구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쌍방울 그룹의 대북송금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 ⓒ 유성호 |
"당시 경기도지사가 이재명이었고 유력한 대권주자였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인다.
"제가 스마트팜 비용 등에 베팅을 한 것은 뭔가 바라는 것이 있어서였다."
그러면서 당시 조사 말미 박상용 검사가 '더 하고 싶은 진술이 있나요'라고 묻자 "이화영이나 이재명이나 제가 진술하는 것이 모두 허위라고 진술하고 있으니, 나중에 꼭 이화영, 이재명과 대질을 시켜달라"고 말한다.
검찰은 김 전 회장 등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같은 달 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 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며 기각했다.
다시 이 사건의 쟁점으로 돌아가자. 박상용 검사는 <오마이뉴스> 단독 보도 후 "수사팀 검사 누구도 이재명에게 돈을 줬느냐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러나 김 전 회장의 조서에는 아래와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김성태는 이재명과 통화했는가?
이화영은 이재명에게 보고했는가?
대북송금은 이재명의 방북 비용인가?
김 전 회장의 수원지검 조사 내내 대북송금 사건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사이의 연결 여부를 확인하려고 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이미 <오마이뉴스>에 지난해 8월 "이재명과 공범 관계? 전혀 없다"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12일 열린 대북송금 공판에서도 김 전 회장은 "북한에 돈을 건네주면서 이화영이나 경기도에 대가를 요구한 적은 없다. 개인 돈으로 한 것이다. 사실상 '김성태의 대북송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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