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체포·수사, 두 기관이 있어서 가능했다
[이광철 기자]
지난 연재에서 2020년 이후 권력기관 개혁 입법의 시행을 위한 후속 준비작업과 그 성과, 한계에 대하여 썼다. 검찰개혁 입법, 국정원 개혁 입법 그리고 자치경찰제까지 다루었다. 이번 글에서는 경찰 개혁 입법 중 국가수사본부 그리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하여 쓰고, 문재인 정부 권력기관 개혁 작업에 대한 여러 평가들에 대한 소견을 밝히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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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2025. 02. 05. |
| ⓒ 소중한 |
나는 민정비서관으로 국수본 조직 설계의 실질적인 역할을 하였다. 나는 국수본이 빨리 국민의 신뢰를 얻어 검경 수사권 개혁에 대한 시비를 사전 차단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기를 진심으로 소망했다. 그리하여 국수본이 그 위상에 맞는 조직 규모를 갖추도록 나름의 힘을 쏟았다.
행정부 내에서 새로운 조직 신설이나 직급 설정, 인원 배정은 행정안전부(행안부) 소관이다. 금고지기 기획재정부(지금의 기획예산처에 해당)와 함께 조직을 담당하는 행안부는 깐깐하기로 소문난 부처다. 인원 한 명, 조직 증설이 도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국수본이 제 역할을 하자면, 경찰 고위 계급이 직책을 맡도록 해야 했다. 그러나 경찰청을 통해 들어 보니 행안부가 무척 깐깐하게 검토하여 고위 직급 부여가 어렵다는 전언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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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년 8월 3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종합민원실 개소식에서 김진욱 처장(오른쪽 세번째) 등이 현판식을 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나는 이 조항이 공수처가 풍파를 겪게 된 한 요인이라고 본다. 새로 태어난 아이도 보모가 필요하듯 신생 조직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공수처는 독립성이라는 미명하에 태어나자마자 거친 들판에 내팽개쳐진 것이다. 이 조항을 입법한 이들의 무책임이 씁쓸할 뿐이다. 어쨌든 그러한 이유에서 2020년 초 공수처 설립준비단이 국무총리실 산하에 꾸려져 공수처 설립이 추진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21년 1월 1일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 입법이 동시에 일제히 시행되었다. 검찰청법, 형사소송법, 국가정보원법, 공수처법,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나는 여기까지가 민정수석실의 역할이고, 이제 공은 각 기관에 넘어갔다고 생각했다. 제발이지 각 기관이 개혁 입법의 취지에 맞게 조직을 운영하여 국민의 신뢰를 얻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특히 공수처와 국수본이 정말 잘 해주기를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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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 공수처 도착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종합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들어가고 있다. 2025.1.15 |
| ⓒ 공동취재사진 |
차제에 이 두 기관이 제 역할을 잘 수행하여 국민에게 신뢰를 얻어야만 수사기관의 전횡과 권한 남용을 억제해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이 성공할 수 있게 된다. 최근 공수처가 김학의 전 차관 출금 관련하여 검사들이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의 검찰권 오남용을 수사하고 있는 건 매우 고무적이다. 공수처의 분발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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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공수처법)이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찬성 187인, 반대 99인, 기권 1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0-12-10 |
| ⓒ 공동취재사진 |
정치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발탁하고, 윤석열의 전횡을 정무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결과, 그를 유력 대통령 후보로 발돋움하게 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명백한 과오다. 이 점에 관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언론을 통해서 직접 소회를 밝히면서 국민께 사과한 바 있다. 나도 윤석열의 난동을 공직자로서 지켜보면서 너무나도 고통스러웠고, 그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너무나 절망스러웠다. 지금도 국민들께 너무나도 송구하고 죄송하다.
그러나 제도적 관점에서까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실패했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대선 공약에서 밝힌 바대로 단계적 수사·기소 분리를 일관되게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공수처 신설, 검사 직접 수사 개시 범위 제한, 검찰 형사부 강화, 수사의 주체로서의 경찰의 수사역량 및 책임성 강화, 자치경찰제 추진, 안보수사 경찰로 일원화, 법무부 탈검찰화 등을 이뤄냈다.
물론 공수처와 국수본이 제대로 안착했는가에 대해서는 앞서 본대로 회의적 시각이 잔존해 있다. 경찰의 수사역량 관련해서는 보완수사권 논란에서 보듯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잔존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개별적인 부족함 때문에 실패의 낙인을 받아야 할 정도는 아니다. 분명한 것은, 검찰을 정점으로 하는 형사사법체계를 공수처와 국수본 등으로 다양화하는 동시에 상호 견제와 균형의 원리 속에서 권한 남용을 억제할 수 있는 틀로 바꾸었다. 공수처가 검찰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큰 의의가 있다.
지금 국민주권정부에서 추진되는 검찰 개혁에 대하여 논란과 의구심이 무성하다.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을 둘러싸고, 예단과 억측이 난무한다. 다가올 형사소송법 개정 국면은 또 얼마나 논란이 극심할지 걱정이다. 관건은 검사가 정의롭되, 공무원이라는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자각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검사들이 쥐고 있는 권한이 자기 것이 아니라 국민들 것이라는 자각 말이다. 헌법이 공무원에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고 정체성을 알려주었는데, 검찰은 이를 망각하였다. 요리사가 칼로 요리를 해야지, 그 칼로 사람을 해치면 강도가 된다. 검찰이 정의롭되, 공무원임을 자각하도록 하는데 국민주권정부가 집중하여 주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부디 문재인 정부 성과의 토대 위에서 그 한계를 극복하여 우리나라 수사기관이 범죄자에게는 엄정하되, 국민의 인권 보호에는 섬세하게 대처하는 오직 국민을 위한 기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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