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감독을 살렸다"…기적의 8강 진출 이룬 류지현 감독, 울다가 웃다가 다시 울다 [더게이트 WBC]
-"준비가 원동력…KBO·10개 구단 협조 합쳐진 결과"
-"노경은, 존경스럽다…조병현 중압감 이겨낸 것 대단"

[더게이트=도쿄돔]
"제가 감정 조절을 잘 하는 편인데..."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의 눈가가 점점 촉촉해지더니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 기자회견장에서 간신히 참았던 눈물이 결국 터졌다. 잠시 진정됐다가도 선수들 얘기가 나오면 또 눈가가 뜨거워지기를 여러 번 되풀이했다.
류지현 감독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C조 최종전 호주전을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잘 참고 있었는데, 선수들 얘기하다 보니까"라며 울먹인 류 감독은 "아까 많이 울어서 이제 안 나올 줄 알았는데 또 나오네"라면서 애써 웃음을 지어보였다.

"준비가 원동력이었다"
류 감독이 꼽은 8강 진출의 원동력은 한 마디로 요약된다. 류 감독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준비입니다. 준비"라고 힘줘 말했다. 구단 스프링캠프 개막 전 사이판 캠프를 처음으로 마련한 것, 호크아이와 트랙맨을 활용해 1년 내내 상대 팀 데이터를 축적한 것, 코치 생활을 시작한 2023년부터 쌓아온 데이터가 이번 결과로 이어졌다고 봤다. "KBO 허구연 총재님이 요구사항의 99% 이상을 들어주셨다"며 "그 투자와 지원이 없었다면 어려운 부분이었다"고 감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류 감독은 다시 울컥했다. "1년 동안 준비했던 부분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서 그게 가장 억울하고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놓은 뒤 "그런데 마지막에 선수들이 감독을 살렸다. 진짜로 오늘 정말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1라운드를 돌아보며 류 감독은 "체코전 승리 뒤 일본전부터 오늘까지 바깥으로 다 얘기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며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임하는 자세, 진정성이 한데 모여서 이런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밝혔다.
류 감독은 승부처로 두 장면을 꼽았다. 하나는 선취점, 다른 하나는 9회였다. "선취점이 빨리 나온 게 선수들이 쫓기지 않고 경기를 풀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8회 실점 이후 아웃카운트 3개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이 그 스트레스와 집중도를 이겨낸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투수 운용에서는 베테랑 노경은의 이름을 가장 먼저 꺼냈다. 선발 손주영이 1이닝 만에 팔꿈치 불편으로 강판된 뒤 갑작스럽게 마운드에 올라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40대 노장 노경은에 대해 "오늘은 노경은이다"라고 공을 치하했다.
류 감독은 "손주영 부상이 알려진 뒤 KBO 직원들이 부상 교체 방식으로 시간을 벌 수 있다고 조언해줬고, 그 1분 덕분에 노경은이 준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역을 통해 구심에게 양해를 구했고, 호주 감독도 이를 받아줬다"며 "노경은이 갑자기 올라가서 2이닝을 막아준 건 정말 존경스럽다는 표현을 쓰고 싶다"고 했다.

"오늘만큼은 쉬고 싶다"
류 감독은 이날 경기를 "인생 경기"라고 했다. "내 야구 인생에서 가장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같은 유니폼을 입은 선수단 전체, 코치진, KBO 직원들, 10개 구단의 협조가 다 합쳐진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누구 하나가 잘했다는 표현보다 대한민국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잘했다"고 강조했다.
이제 한국은 10일 마이애미로 이동해 한국 시간 14일 오전 7시 30분 D조 1위와 준준결승을 치른다. 상대는 도미니카 공화국 혹은 베네수엘라가 유력하다. 류 감독은 2라운드 구상을 묻는 질문에 "오늘 모든 순간을 다 쏟아부었다. 오늘만큼은 쉬고 싶다"며 "내일 아침부터 준비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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