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현의 별과 우주] ‘세티앳홈’ 20년… 개인용 컴퓨터로 외계신호 후보 100여개 선별

2026. 3. 10. 00:3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외계 지적생명체 찾는 대표 프로젝트
전파망원경의 방대한 관측 데이터
전문가와 함께 분석하고 결과 도출
가장 성공한 분산 컴퓨팅 작업 평가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대표적인 프로젝트 중 하나인 ‘세티앳홈(SETI@Home)’ 연구팀은 최근 그동안의 결과를 정리한 논문 두 편을 아스트로노미컬 저널(The Astronomical Journal)에 발표했다.

1999년 시작된 세티앳홈 프로젝트는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전파망원경이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에서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해 외계 지적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프로젝트다. 망원경의 지름이 300m가 넘는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은 당시 천문학의 상징적인 관측 기기였다. 세티앳홈 프로젝트는 아레시보 망원경이 천문학 연구를 위해 관측한 데이터를 재활용하는 전략을 썼다. 천문학적 중요성에 따라 관측해야 할 천체들의 우선권이 정해지는 상황에서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이른바 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t) 프로젝트에 독립적인 시간을 배분하기는 어려웠다. 세티앳홈 프로젝트팀은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이 이미 관측한 자료를 받아 목적에 맞게 다시 분석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세티앳홈 프로젝트팀은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모을 수 있었다.

아레시보 전파망원경 관측 데이터의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하나의 컴퓨터 시스템으로 분석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세티앳홈 프로젝트팀은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으로 수집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특별한 방식을 선택했다. 연구팀은 먼저 수집한 데이터를 표준화되고 규격화된 작은 단위로 쪼개는 방법을 고안했다. 세티앳홈 연구팀의 전략은 이렇게 만들어진 데이터 상자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개인용 컴퓨터에 보내 계산 작업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크지 않은 용량의 데이터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프로그램과 함께 원하는 개인에게 보내졌다. 개인이 소장한 컴퓨터가 작업을 하지 않고 있을 때 스크린 세이버 형식의 전용 분석 프로그램이 자료를 분석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방식이다. 세티앳홈에서 보낸 자료를 전용 프로그램이 분석한 후 그 결과 파일을 미국의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에 있는 세티앳홈 연구팀 서버로 보내는 것이다. 같은 자료를 3곳 이상에 중복해서 보내는 방식을 통해 관측 자료 분석 누락을 최소화하기도 했다. 분산 컴퓨팅 시스템의 도입이었다.

태풍 영향으로 망가진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 망원경의 지름이 300m가 넘는 당시 천문학의 상징적인 관측 기기였다. 게티이미지뱅크


세티앳홈 프로젝트팀은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으로 수집한 관측 자료를 버클리대 천문학과에 있는 데이터센터에 저장하고 이곳에서 데이터를 작은 단위로 쪼갠 뒤 분석 프로그램과 함께 전 세계의 개인용 컴퓨터로 전송했다. 개인용 컴퓨터에서는 작업을 실행하지 않는 시간에 전용 프로그램을 실행한 후 그 결과를 세티앳홈 연구팀에 전송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방대한 양의 아레시보 전파망원경 자료를 분석할 수 있었다. 세티앳홈은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세티 프로젝트의 한 방식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 그 중요성을 갖는다. 자료 분석 작업에 일반 시민들이 자신의 컴퓨터 시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시민 과학의 전형이다. 전문가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해 분석 과정을 공유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시민 과학의 대표적인 모습을 세티앳홈이 보여줬다. 가장 성공한 분산 컴퓨팅 작업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나는 버클리대 세티앳홈 프로젝트센터를 몇 번 방문한 적이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원들과 사적으로, 공적으로 여러 차례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물론 연구원들은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작업에 열정이 있고 열심인 사람들이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자부심이 있다. 세계 최대의 데이터 시스템 중 하나를 운영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남달랐다. 세계 최대 규모의 분산 컴퓨팅 시스템을 실제로 성공적으로 운영한다는 자부심 또한 컸다. 세티앳홈 프로젝트는 2020년 무렵 멈춰 섰다.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이 태풍의 영향으로 파괴되는 재앙의 여파였다.

세티앳홈 프로젝트에서 1999년부터 2020년까지 분석한 결과를 담은 두 편의 논문이 최근 발표됐다. 이 논문들은 위에서 이야기한 데이터 분석 과정과 분산 컴퓨팅 운영에 대해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20여년 동안의 관측 결과에 대한 잠정적인 결과도 내놓았다.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의 천문학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천체로부터 오는 자연적인 전파신호와 지구상에서 발생한 인공적인 전파신호 즉 잡음을 제거한 뒤에도 지구 밖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인공적인 전파신호 후보를 구별해낸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100억개 넘는 신호 후보 중 유력해 보이는 유망 후보 100여개를 선별해 발표했다. 세티앳홈 연구팀은 이 후보들이 곧 외계 지적 생명체가 보낸 인공적인 전파신호라고 확신할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들 신호에 대한 심화 관측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세티앳홈이 선별한 100여개 후보 신호들은 현재 중국의 FAST(Five-hundred-meter Aperture Spherical Telescope) 전파망원경을 통해 집중적으로 관측 중이다. FAST는 지름이 500m에 이르는 현재 존재하는 가장 큰 전파망원경이다. 가장 강력한 전파망원경을 통해 선별된 후보 신호를 집중해서 관측한다면 이들 신호의 정체에 대해 더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세티앳홈 연구팀은 공식적으로 이들 후보 신호가 지구상에서 발생한 인공 전파신호에 의한 간섭 현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FAST 관측을 통해 외계 지적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지만 놓친 신호가 있는지 확인하는 데는 의의가 있다는 입장이다. 세티앳홈이 선별한 자료에 대한 후속 관측을 통해 외계 지적 생명체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혹시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다 해도 세티앳홈 프로젝트는 시민 과학과 분산 컴퓨팅의 성공적 실행이라는 면에서 이미 그 가치를 증명하고도 남았다.

과학콘텐츠그룹 갈다 대표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