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지갑 꺼내면 혼쭐 난다…김상식 "이 맛에 감독 하죠"

베트남이 경제 못지않게 한국을 따라잡고 싶어 하는 분야가 축구다. 지난 2017년 박항서 전 감독을 선임해 동남아 넘버원으로 발돋움한 것을 계기로 필립 트루시에(프랑스)를 거쳐 지난 2024년 김상식(50) 현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베트남은 이후 약 2년 동안 아시아 축구의 강자를 위협하는 다크호스로 진화했다. 지난 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만난 김 감독은 “출전 대회마다 최상의 결과를 냈고, 베트남 국민도 좋아하시니 모두가 행복한 상황”이라면서 “식당이나 택시, 주차장 등등 가는 곳마다 ‘돈을 받지 않겠다’는 분들이 많아 난감하지만, 이 맛에 스트레스 받아가며 감독 역할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미소 지었다.
김상식팀은 꾸준히 순항 중이다. 지난해 1월 동남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미쓰비시컵, 현재는 현대컵)를 시작으로 7월 아시안축구연맹(AFF) 23세 이하(U-23) 챔피언십과 동남아시안(SEA) 게임까지 동남아시아 3대 메이저 대회를 석권했다.
![김상식 감독 지도 아래 아세안축구연맹 23세 이하 선수권에서 우승한 베트남. [AP=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10/joongang/20260310000315163zajr.jpg)
올해 1월엔 ‘김상식 매직’의 영역을 아시아 전체로 확장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3·4위전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한국을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 감독은 “경기 종료 후 환호하는 우리 베트남 선수들 곁으로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 한국 선수들이 눈에 들어왔다”고 복잡했던 심경을 회고했다.
김 감독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항서 감독 시절 열악한 환경에서 뛰던 선수들이 근래 들어 고액 연봉을 받게 되면서 ‘축구로 성공해 부와 명예를 얻자’는 화두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김 감독은 “아시아 TOP 10으로 도약하자거나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아보자는 등의 중장기 목표를 정해뒀지만, 단계별 전술 과제는 알기 쉽고 명확하게 제시한다”면서 “예를 들면 ‘3선의 밸런스를 촘촘하게 유지하라’는 의사를 전달할 땐 ‘필드 플레이어 10명이 TV 생중계 한 화면에 모두 등장하는 장면을 자주 보고 싶다’고 표현하는 식”이라고 했다.
선수들과 수평적 관계도 성공 비결이다. 김 감독은 “틈날 때마다 선수들과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다”면서 “선수 중에는 축구와 관계없는 개인적인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도 많다. ‘감독의 지시’가 아닌, ‘나를 위하는 형의 조언’으로 여기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했다.
베트남 축구를 바꿔 가는 과정에서 김상식의 축구도 달라졌다. 핵심 키워드는 유연성이다. “감독은 요리사 같은 존재다. 어떤 재료(선수)로 어떻게(전술) 음식을 만들지 결정하는 역할”이라 설명한 그는 “예전엔 쓰지 못한 재료와 요리 방식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했다. 하지만 베트남에 건너와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하며 51%의 성공 확률이 있다면 나머지 49%를 과감하게 머리에서 지울 수 있는 유연성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7일 한국프로축구연맹과 HD현대일렉트릭이 호치민에서 공동 주최한 유소년 축구 아카데미 행사에 참석했다. 두 시간 남짓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선뜻 1200㎞를 날아온 그는 “베트남 축구가 제대로 일어서려면 어리고 재능 있는 유망주들을 제대로 가르쳐 올바른 성장을 유도해야 한다”면서 “미래 세대를 길러내는 일이라면 어디든 발 벗고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노이·호치민=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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