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유가·증시 3중 충격...이란發 쇼크, 한국 경제 버틸 수 있나
이란을 둘러싼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며 한국 경제까지 연쇄적인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과 유가가 치솟고, 파죽지세를 달리던 코스피는 ‘패닉셀(Panic Sell)’이 이어지며 하루 사이 10% 넘게 지수가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 장기화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사태가 빠르게 종료되면 시장 여파는 단기 충격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교전이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장기화 국면으로 이어질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이 기업 비용과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려 경제성장률까지 압박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전자산 선호에 달러 강세
미국의 이란 공습에 외환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지난 3월 4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6원까지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건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지난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이다. 지난해 말 1400원 후반대까지 높아졌던 원·달러 환율은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과 정책 수단으로 올해 1420원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에너지 수입국인 한국 경제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원화 약세가 심화됐다.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겹치며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튄 것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외환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상상인증권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중동 지역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원·달러 환율은 90일 가까이 쉽게 떨어지지 못한 경향을 보였다. 지난 3월 4일 이란이 미국에 협상을 제안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환율이 1400원 중반대로 내려오긴 했지만, 만약 이번 분쟁이 장기화된다면 원·달러 환율이 다시 한 번 15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024년 10월 이란·이스라엘 2차 교전 당시 원·달러 환율은 약 5~6% 상승했다”며 “이를 대입하면 이번 이란 전쟁이 격화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525원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원·달러 환율은 한동안 높은 수준의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며 사태 진정에 나섰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현 상황은 과거와 달리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다”며 “우리나라의 대외 차입 가산금리와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휘발유 가격 1800원대
원유 수입 루트 다각화 필요
미국의 이란 공습은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직결됐다. 이란이 전 세계 원유와 천연가스 20%를 수송하는 주요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다. 해협 내 페르시아만에 위치한 중동 국가들은 이곳이 거의 유일한 수출 통로다. 중동 국가들은 내수 시장이 크지 않아 평균적으로 전체 원유 생산량의 70~80%를 수출한다. 재고 한도 또한 높지 않아 수출이 막힐 경우, 생산량을 줄여야 한다. 즉, 글로벌 원유 공급망이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걸프만 일대 핵심 에너지 기반 시설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하며 글로벌 에너지 수급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제유가는 곧바로 반응했다. 지난 3월 2~3일 이틀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브렌트유 선물, 두바이유 현물 모두 10% 넘게 올랐다. WTI와 두바이유는 70달러대, 브렌트유는 80달러대를 각각 기록했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예상한 올해 평균 국제유가는 60달러대다.
국제유가 상승은 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3월 4일 오후 3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ℓ당 1835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건 지난해 12월 18일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3월 4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전날보다 ℓ당 42원 상승한 1765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폭은 더 크다. 3월 4일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ℓ당 1792원으로 전날보다 84원 올랐다. 통상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휘발유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2~3주 정도 시차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추가 상승 가능성도 거론된다.
단,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이란 입장에서도 국제사회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군 투입 계획을 밝히며 국제 에너지 수송로 방어에 나섰다. 신영증권은 올해 국제유가가 연평균 배럴당 80달러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별개로 우리나라가 원유 수입 루트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유광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중동·중남미팀 전문연구원은 “과거부터 중동은 지정학적 충돌 조짐을 보였다”며 “그러나 우리나라는 중동으로부터 원유 수입 비중을 70% 밑으로 떨어뜨리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등 다른 지역에서 원유 수입을 확대하고 중동 비중을 떨어뜨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3월 4일 수입 물량 중 호르무즈 해협 이용 비중이 높은 나프타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원유 구매 자금 등을 지원하기 위해 수출입은행 내 ‘공급망기금 비상 대응반’을 가동키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3월 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원유와 가스 긴급 수급 안정책에 더해 수입처 다각화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장기화 땐 기업·소비자 부담 가중
국제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에너지 가격은 산업 전반의 생산비와 물류비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비용 요소이기 때문이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석유·화학 제품과 전력 생산, 운송비 등 연관 비용이 줄줄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비용 부담을 제품 가격에 전가하면 소비자물가도 동반 상승한다. 통상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국내 소비자물가는 0.2%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환율 효과가 더해질 경우 체감 물가 압력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이번 사태가 경제성장률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이 유독 치명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한국은 1인당 원유 소비량(20.4배럴)과 경제의 원유 의존도(5.63배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기준 최상위권에 속한다. 중동으로부터 에너지 수입 의존도 또한 원유 70%, 천연가스 30% 이상으로 높은 편이다.
물가 상승세가 가파를 경우 한국은행이 긴축 정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정부의 올해 2% 경제 성장 목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이 1개월 이상 교전하다 협상을 재개할 경우, 올해 국제유가가 80달러 내외를 기록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만약 사태 장기화 시 국제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또한 1.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란 여론·군사 역량 파악해야
선제 조치보단 단계적 대응
관건은 사태 장기화 여부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물가 상승 우려를 넘어 긴축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 사태 지속 여부에 따라 정부, 기업, 투자자 대응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중론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 대응 방향은 결국 사태 장기화 여부에 달려 있다”며 “빠른 시일 내 수습될 것으로 예상하면 오히려 추가 대응에 따른 비용만 낭비될 수 있지만, 6개월에서 1년 이상 지속된다고 내다보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선 원자재 가격이나 환율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사태 지속 여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환헤지나 가격 전략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쟁 장기화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전쟁이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고 보는 쪽에서는 미국 상황을 예의주시한다. 트럼프 대통령 주요 지지 기반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이 군사적 개입에 부정적이고, 여론조사에서 이란 공격을 반대하는 여론이 43%로 찬성(27%)을 압도하는 분위기다. 특히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간신히 안정된 물가를 재차 끌어올릴 수 있어,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전쟁 장기화는 리스크가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란 역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감안할 때 장기전이 어렵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상황을 감안해 사태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이 사망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후계자로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선출한 점 역시 사태 장기화 전망에 힘을 싣는다. 모즈타바 역시 강경파라는 점에서 이란과 미국의 원활한 종전 협상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광호 전문연구원은 “이란 내 반정부 여론과 군사력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다면 전쟁 지속 여부를 가늠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이란 내 반정부 여론이 강하고 군사력이 약하다고 판단하면 미국의 이란 공습이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지만, 반대 경우라면 전략이 꼬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나 기업의 선제적 조치는 어려울 것”이라며 “추이를 지켜보며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0호(2026.03.11~03.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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