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단어로 만든 최고의 수상소감... 그 이후 벌어진 안타까운 일 [신필규의 아직도 적응 중]
[신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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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월 26일 제23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상을 수상한 키라라 |
| ⓒ 한대음 유튜브 |
여기에 키라라가 상을 받으며 남긴 소감이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키라라는 9년 전 이 상을 받을 때 친구들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것을 회고하며 당시에 어떤 단어 하나를 말하지 못했고 그게 자신에게 마음고생으로 남았음을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 단어를 이야기하면 시상식 생중계 채팅방이 뒤집어질 것이고, 부모님이 자신을 부끄러워할지도 모르지만 시원하게 이야기하고 가겠다고 밝혔다.
그 단어는 "트랜스젠더"였다.
키라라는 트랜스젠더가 만든 앨범이 올해의 일레트로닉 음반상을 수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소감을 남겼다.
"트랜스젠더 여러분 세상 밖으로 나오세요. 울지 마세요. 자살하지 마시고. 세상 밖으로 나오세요. 여러분도 할 수 있어요. 저도 할 수 있습니다."
트랜스젠더 동료들이 늘 아픈 손가락인 이유
성소수자 인권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로서 그리고 같은 성소수자로 분류되는 동성애자인 사람으로서 트랜스젠더 동료들은 아픈 손가락일 때가 꽤 많다. 물론 성소수자들 중 게이·레즈비언·양성애자 역시도 사는 게 녹록지 않다. 존재만을 이유로 공공연하게 욕을 먹거나 일상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는 건 기본이고 차별을 당해도 구제를 받기 어렵거나 아예 제도 자체가 불평등한 경우도 많다.
다만 성적 지향, 즉 내가 어떤 성별에게 감정적으로 성적으로 끌린다는 점은 가만히 있어도 드러나는 것은 아니기에 게이·레즈비언·양성애자들이 자신을 숨기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사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약간의 기지를 발휘하면 사랑은 사랑대로 사회생활은 사회생활대로 따로 하는 이중생활이 가능하다. 물론 반쯤 강요된 그런 생활을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지만. 애초에 숨길 필요가 없는 사회가 되는 게 당연히 낫다.
트랜스젠더는 조금 다르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건 트랜스젠더가 자신을 숨기고 사람들 사이에 섞여 몰래 살아간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자신의 성별 정체성에 따라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말이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흔히들 외모에서 트랜스젠더인 티가 나서 그럴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딱히 그렇진 않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성과 남성의 정형화된 체형과 외모가 있지만 인간의 신체는 그보다 유형이 훨씬 다양하다. 그래서 생각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성별을 잘 알아보지 못한다. 일례로 시스젠더(성별 정체성과 지정 성별이 일치하는 사람) 여성인 내 동료는 단지 숏컷을 했다는 이유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다 등짝을 맞기도 했지만, 오히려 트랜스젠더 여성인 다른 동료는 여자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비슷한 일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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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퀴어는 어디에나 있다. 트랜스젠더는 어디에나 있다 -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기자회견'이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성소수자부모모임, 청소년트랜스젠더인권모임 튤립연대 등 관련 단체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는 모습. 2021.3.31. |
| ⓒ 권우성 |
그래서 트랜스, 성별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 트랜스젠더이다. 즉 성별 정정을 하지 않았다면 이들의 실제 성별과 법적 성별이 다름이 자신의 법적 신분을 증명해야 할 때 드러난다. 그런데 한국에서 성별 정정은 법원의 판단을 거쳐야 하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일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선 부딪히고 넘어야 할 난관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트랜스젠더가 누구인지 여전히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또한 문제다. 사실 동성애가 무엇인지 사람들에게 설명하는 건 어렵지 않다. 누군가 다른 성별을 가진 사람을 사랑하는 것처럼 나는 나와 같은 성별인 사람을 사랑한다고 설명하면 끝이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일단 이해는 한다. 하지만 '성별 정체성과 지정 성별이 다르다'는 말은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성을 태어날 때 타고나는 자연스러운 것이라 인식한다.
'성별'을 둘로 나누고 인간이 두 개의 성별 중 하나를 가지고 살아가도록 지정한 것이 문명의 산물이라는 걸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지정 성별과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 자체를 상상하지 못하는 것이다. 가령 '트랜스젠더 남성'은 이미 성별 정체성이 남성인 사람인데 사람들은 자꾸 그들에게 "너는 여자인데 남자가 되고 싶은 것이냐"라고 묻는다. 그들이 이미 남성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 채 말이다.
혐오자들이 자신의 험악한 내면을 돌아보길 바란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에겐 편견과 오해도 쉽게 쌓인다. 그리고 이런 조건에서 악의를 가지고 달려들면 가짜뉴스를 만들기는 매우 쉽다. 트랜스젠더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가령 "여자가 되고 싶어서 저런다"), 그에 기반한 가짜뉴스(예를 들어 "남성 범죄자가 갑자기 여자 되겠다고 해서 여성 교도소로 갔다더라")는 여러 혐오 집단과 일부 소셜 미디어 사용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생산되고 있다.
슬프게도 키라라가 상을 수상하고 트랜스젠더 동료들을 지지하는 발언을 소감으로 전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키라라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어떤 이들은 키라라의 정체성을 멸시하고 트집 잡으며 사이버 불링을 했다.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이 용기를 내서 세상에 나올 때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
트랜스젠더를 혐오하고 가짜뉴스를 살포하고 당사자들을 괴롭게 만든다고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의 삶에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하지만 트랜스젠더의 삶은 괴로워진다. 최근에는 '나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트랜스젠더를 괴롭힌다는 사람들이 등장했는데,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본인들도 설명을 못할 것이다.
이들이 트랜스젠더를 쫓아다니며 못살게 구는 이유는 하나다. 만만한 집단을 두들겨서 영원히 자기 아래에 두고 싶은 알량한 욕망, 그렇다고 자기보다 강한 사람과 대적하기는 싫은 비겁함이 최근 트랜스젠더 혐오의 동력이다. 트랜스젠더 혐오자들에게 자아성찰을 할 능력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자신들의 내면이 얼마나 험악한 꼴인지 돌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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