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충격' 靑 "이번주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시행"…추경도 시사 (종합)

임철영 2026. 3. 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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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최고가격, 현재 시중가보다 낮아질 것"…2주 단위로 설계
"중동 상황, 추가 대응 필요하면 추경 진지하게 고민할 상황"
금융시장 대응 수위↑…외환시장 안정 대책도 병행

정부가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내 유가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이번 주 안에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추가 재원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며 사실상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도 열어뒀다.

연합뉴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9일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30분 동안 '중동 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석유·가스 수급과 가격 안정, 금융시장 대응 방안을 집중 점검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11개 부처 및 청와대 장·차관이 참석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실물경제 영향과 범부처 대응 방안을,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석유·가스 수급 및 가격 안정화 방안을,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금융시장 상황 점검 및 대응 방안을 각각 보고했다.

정부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한 석유제품 가격을 제한하는 최고가격제를 이번 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김 실장은 "석유제품의 비정상적 가격 결정을 방지하고 가격의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고가격제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논의했다"며 "이 대통령은 최대한 신속하게 추진해달라고 주문했다. 늦어도 이번 주 내에는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산업부가 석유사업법에 근거해 이번 주 안에 최고가격제를 시행할 수 있도록 고시 제정 등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최고가격제는 기본적으로 2주 주기로 설계된다. 시장 상황을 반영해 2주 단위로 최고가격이 결정되는 식이다. 김 실장은 "기본적으로 2주 주기로 설계하려고 한다"며 "상황 발생 이전 가격을 기준으로 최고가격을 설정하면 첫 번째 최고가격은 지금 시중에서 소비자들이 맞닥뜨린 가격보다는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정부는 최고가격제와 함께 유류세 인하 폭 확대, 유가 상승으로 직접 피해를 보는 소비자에 대한 지원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일률적 유류세 인하보다는 실제 피해 계층에 대한 직접 지원이 더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사와 주유소의 비대칭적 가격 반영 방식을 개선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김 실장은 "정부는 정유사나 주유소들이 가격을 올릴 때는 빨리 올리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리는 비대칭성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면서 중동 상황 발생 후 아직 해당 구매 물량이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는데도 큰 폭으로 오른 배경과 대책이 집중 논의됐다고 설명했다. 또 시장 교란 행위 단속도 병행한다.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을 중심으로 담합, 세금 탈루, 시장 교란 등 불법 행위를 들여다보고 정유사 담합 여부와 주유소 가격 조사, 세무 검증, 가짜 석유 적발을 위한 현장 점검에 나설 방침이다.

에너지 수급 측면에서는 최악의 상황까지 상정해 대응책을 점검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영향을 받는 원유 도입량은 하루 170만배럴 수준이다. 한국은 현재 1억9000만배럴의 석유를 비축하고 있고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으로는 208일 지속 가능하다. 다만 김 실장은 국내 석유화학 산업 수요까지 감안하면 실질 대응 기간은 이보다 짧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정부는 산유국들과 공동 비축 중인 2000만배럴에 대한 우선구매권 행사, 석유공사의 해외 생산분 국내 전환,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않는 대체 공급선 확보 등을 병행하기로 했다. 가스의 경우 올해 도입 예정 물량 중 중동 비중은 14% 수준이며, 카타르산 물량 500만t가량 차질이 예상되지만 가스공사 등이 대체 물량을 도입할 수 있어 수급 차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김 실장은 판단했다.

"중동 상황, 추가 대응 필요하면 추경 진지하게 고민할 상황"

연합뉴스

김 실장은 중동 상황 장기화에 대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도 진지한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중동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추경 편성이 앞당겨질 수 있느냐'라는 질문에 "경제 전망이 상당히 괜찮았는데 지금은 달라졌고, (중동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다. 조기에 수습이 안 되면 이에 따른 (재원) 소요가 많이 생긴다"며 이같이 답변했다.

이어 김 실장은 "직접 타격을 받는 산업도 있다"며 "이번 충격에 대한민국 경제가 피해를 보지 않고 잘 헤쳐 나가는 게 최우선 과제가 됐다. 거기에 따라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고 하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지금 정해진 (예산) 한도 내에서 (대응)한다면 최고가격제는 못 한다. 그런데 유가 상황은 최고가격제로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최고가격제를 장기간 시행하려면 재원이 필요한데, 추경 등의 방식으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취지다.

금융시장 대응 수위도 높일 방침이다. 정부는 최근 주가와 환율 등 금융시장 지표가 중동 상황 장기화 우려로 국내 경제 펀더멘털 대비 과도하게 괴리된 측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100조원+알파(α) 규모의 시장안정 조치를 적기에 시행하고, 필요하면 기존 100조원 프로그램 확대와 추가 방안도 선제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김 실장은 "100조원 프로그램으로 어지간한 충격에는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최악을 가정하고도 견뎌낼 수 있는 정도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상황 악화 시 캐피털콜 확대 방안도 금융회사들과 협의에 들어간 상태라고 밝혔다.

외환시장 안정 대책도 병행한다. 국회에 계류 중인 외환시장 안정 세법 개정안과 한미 전략투자 특별법의 조속한 처리에 나서고, 국민연금의 '뉴 프레임워크'도 신속히 마련한다는 구성이다. 또 '중동 상황 관계 기관 합동 대응반' 산하 3개 반의 반장을 기존 1급에서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경제부총리 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도 '비상경제 관계장관회의' 체제로 전환 운영하기로 했다.

한편 김 실장은 "정부는 대통령 말씀대로 이번 위기를 우리 경제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국민 여러분께서는 정부를 믿고 정상적인 경제 활동에 전념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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