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컵 리플레이④] '코치 보이스'로 열린 실시간 전략 시대…감독·팬 시선 엇갈려

[디지털데일리 이학범기자] 지난 1일 '리그오브레전드(LoL)' e스포츠 국내 프로리그 LCK의 올해 첫 대회인 '2026 LCK컵'이 젠지e스포츠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LCK컵은 경기 안팎에서 적지 않은 변화를 시도했다. 국내 생중계 플랫폼이 바뀌었고 LCK 최초 해외 로드쇼로 결승전과 결승 진출전이 홍콩 카이탁 아레나에서 열렸다. 그중에서도 대회 초반 가장 큰 화두는 코치 보이스 제도였다.
LCK컵은 지난 2025년 출범 당시부터 정규 시즌과는 다른 포맷으로 새로운 관전 요소를 만들어 왔다. 지난해에는 그룹 대항전 방식과 피어리스 드래프트(챔피언 중복 사용이 불가능한 밴픽 방식)를 도입해 전략적 변수를 키웠다. 피어리스 드래프트의 경우 팬들의 높은 호응을 얻으며 이후 대회에도 적용됐다.
올해는 코치 보이스와 첫 번째 선택권(밴픽·진영 선택권 분리)까지 추가됐다. 코치 보이스는 코치진이 경기 중 직접 조언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LoL e스포츠에서 처음 도입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대회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코치 보이스는 각 팀이 자율적으로 사용 여부를 정할 수 있으며 참여 가능한 인원은 로스터에 등록된 감독·코치·전력분석관 중 최대 2명으로 제한된다. 세트당 최대 3회, 회당 45초 동안 선수들에게 실시간 지시를 내릴 수 있으며, 코치 보이스 사용 중에도 경기는 중단되지 않는다.
해당 코치진에는 선수들과 동일한 팀 시야만 제공되며 경기 종료 전까지 외부와의 소통이 금지된다.
기존에는 밴픽(챔피언 선택)이 끝나면 코치진이 경기 도중 선수들과 소통할 수 없었다. 이에 경기 진행 중 즉각적인 전략 수정에 한계가 있었다. 코치 보이스는 이런 제약을 완화하고 코치진의 전략적 판단이 경기 흐름에 실시간으로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코치 보이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팀은 DRX다. DRX는 그룹 대항전에서 코치 보이스를 총 45회 사용하면서 전체 팀 중 가장 많이 활용했다. 그룹 대항전 총 16세트 가운데 전 경기 빠짐없이 사용했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나아가 DRX는 코치 보이스를 통해 경기 흐름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흔들리던 구간에서는 코치 보이스를 통해 운영 방향성을 잡아주는 장면이 자주 나왔고, 이에 DRX 조재읍 감독의 코치 보이스 사용은 팬들 사이 '신탁'이라 불리며 화제를 모았다.
조 감독은 그룹 대항전 과정에서 "대회 전부터 코치 보이스 사용을 연습했고 어떻게 해야 팀에 이득이 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좋고 나쁨을 단정하기 어렵지만 팬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선수들도 효과를 일정 부분 체감했다. 코치 보이스 사용이 불가능한 플레이-인 경기 후 DRX 원거리 딜러 '지우' 정지우는 "코치 보이스가 있을 때는 감독이 한 번씩 방향성을 잡아주며 경기가 정리됐다"며 "오늘도 방향성을 잃는 순간이 있었는데 그런 면에서 (코치 보이스의 부재가) 아쉬웠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점은 코치 보이스가 사라진 이후에도 DRX의 경기력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DRX는 플레이-인 최종전에서 상대적 강팀으로 평가받던 농심 레드포스를 3대0으로 완파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따라서 코치 보이스가 일정 부분 경기력에 도움을 줬더라도 DRX의 상승세를 온전히 제도의 영향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코치 보이스를 두고 회의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실제 사용 통계를 보면 팀 간 활용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DRX 다음으로 한진 브리온이 18회로 뒤를 이었고 이후 농심 레드포스 12회, 젠지e스포츠 9회, kt롤스터 7회 순이었다. 디플러스 기아는 5회, BNK 피어엑스 4회, DN 수퍼스는 2회에 그쳤다.

특히 T1과 한화생명e스포츠는 코치 보이스를 단 한 차례도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결과는 달랐다. T1은 코치 보이스 없이도 그룹 대항전 전승을 기록했지만, 한화생명은 가장 먼저 탈락했다. 이는 코치 보이스의 사용 여부만으로 팀 성적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부 팀들이 코치 보이스 활용에 소극적이었던 배경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경기 중 개입이 선수들의 집중력을 해칠 수 있으며, 이후 정규시즌이나 국제 대회에서 같은 규칙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윤성영 한화생명 감독은 대회 전 미디어데이에서 "경기 중 코치진 개입이 선수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 염려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대호 디플러스 기아 감독도 "플레이오프를 비롯해 정규 시즌, 국제 대회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규칙"이라며 "코치 보이스에 익숙해졌다가 다시 적응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팬들 사이에서도 코치 보이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부는 코치진의 전략적 판단이 경기에 직접 반영되면서 관전 포인트가 늘었고 e스포츠의 전술적 깊이를 보여주는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실제 공개된 코치 보이스 내용 가운데 상대 팀 스펠(기술) 사용 여부를 확인하거나 선수들을 격려하는 수준의 메시지도 적지 않아, 기대만큼 실질적인 전략 개입 효과가 크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LCK 측은 향후 도입 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라이엇 관계자는 "코치 보이스는 현재 팀 관계자, 선수, 리그 사무국 등 내부 인원의 피드백을 기반으로 논의 중이며 (향후 도입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LCK컵에서의 코치 보이스는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남겼다. 실시간 전략 개입이라는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준 것은 분명하지만 실제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과 리그 전체 적용 가능성을 두고는 여전히 의견이 엇갈린다. 이번 실험이 향후 LCK 리그 운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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