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사람이 미래다] 좁은 문 뚫을 '지름길'…고대생의 학회 활용법
(서울=연합인포맥스) 박경은 기자 = 채용 공고 하나에 수백, 수천장의 이력서가 몰린다. 고용 지표는 사실상 경제 활동이 멈췄던 코로나 시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최대 실적이라지만, 증권가 역시 예외는 아니다. 공채를 대신한 수시채용에 이력서의 내용을 채우기 위해 '취업을 위한 취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단군 이래 최대 스펙'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준비에 공을 들이는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금융권 학회 활동이 사실상 필수 코스로 자리 잡고 있다.
고려대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증권사가 원하는 직무 이해도를 보여주기 위해 방학도 반납한 채 학회 활동을 준비하며 밤을 지새운다.
◇증권맨 지망 고대생들…'등용문' 투자 학회로 몰린다
고려대 경영대에는 금융투자업계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모이는 학회들이 있다. 가치투자에 집중한 RISK와 KUVIC, 기업금융 분야의 스터디에 집중하는 IBC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여러 비즈니스 전략 학회가 존재한다.
학회는 보통 4학기 커리큘럼으로 구성된다. 매주 기업 분석 리포트를 작성하고, 투자 아이디어를 발표하기도 하며 일부 학회에서는 실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운용 성과를 점검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가치투자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학회에서는 신입 교육 단계부터 기업 분석 훈련이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재무제표 읽는 법과 산업 분석 방법을 익힌 뒤 실제 기업을 선정해 보고서를 작성하고, 매출과 비용을 추정해 밸류에이션을 수행한다. 팀별로 작성한 분석 보고서는 정기 세션에서 발표되며, 다른 회원들의 질문과 피드백을 거쳐 수정·보완된다.
이 과정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회원은 리포트 업계 주관의 리포트 경진 대회, 혹은 대학 리그에 참가해 실력을 뽐내기도 한다.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이들이 쓴 리포트는 업계에서도 투자 아이디어로 참고하기도 한다.
기업금융과 투자은행(IB) 분야를 다루는 학회에서는 또 다른 방식의 훈련이 진행된다. M&A 사례를 분석하고 기업 가치 평가 모델을 학습한 뒤 모의 딜을 설계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거래 구조를 설계하고 투자 논리를 정리해 발표하는 과정은 실제 IB 딜 프로세스를 축소해 체험하는 과정에 가깝다.
결국 투자업계의 실무를 최대한 비슷하게 경험해보는 것이 활동의 목표다. 기업 밸류에이션부터 산업 분석, 투자 전략 토론까지 증권사 리서치나 운용 부서에서 이루어지는 업무를 학생 수준에서 재현하는 셈이다.
고대 출신의 한 운용사 매니저는 "금융투자업계 취업을 위해서 2개 이상의 학회 활동 경험을 내세우는 준비생들도 많다"며 "최근에는 인기가 높아지면서 '학회를 위한 학회'에 들어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컨대 매크로와 관련한 학회를 하고 투자나 IB 등 좀 더 밀도 높은 스터디를 하는 학회로 넘어가는 식"이라며 "그만큼 필수적인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현업에 포진 멘토 직접 만난다…네트워킹으로 이어지는 경험들
여러 학회가 공통으로 내세우는 강점은 현업과의 연결이다. 주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에 진출한 동문이 멘토로 참여해 세미나나 강연을 진행하고, 학회원들의 발표에 직접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
단순한 특강에 그치지 않는다. 일부 학회에서는 현직 애널리스트나 운용역을 초청해 기업 분석 보고서를 함께 검토하거나, 실제 시장 이슈를 놓고 토론하는 세션을 운영한다. 현업의 시각을 직접 듣고 네트워크를 쌓을 기회다.
학회 활동을 통해 형성된 인연이 인턴십이나 채용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 주요 대학의 투자 학회에는 공식적인 공고에 앞서 내부 네트워크를 통해 인턴 채용 소식이 전달된다. 일부 운용사는 학회 몇 곳을 추려, 이들에게만 관련 공고를 보내기도 한다. 학회 네트워크가 핵심 채용 채널로 작동하는 셈이다.
또 다른 고대 출신의 업계 관계자는 "규모가 큰 사모 운용사에서도 학회 공고 방식으로 채용한 인턴이 정식 매니저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며 "취업 이후에도 끈끈히 정보를 교류하며 이때의 네트워킹이 이직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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