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노지에 방치된 유해가 내 아버지라니..." 청와대 앞 눈물바다

유지영 2026. 3. 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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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 기자회견, 10분 전 사과한 국토부 장관에 분노 "부실 수습은 범죄 행위"

[유지영, 이정민 기자]

▲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참사 유가족 기자회견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참사 유가족협의회 주최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기체 잔해 속에 방치된 유해! 1년 뒤 드러나 국가의 민낯참사 수습 실패와 진실 방임에 대한 국가 책임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 이정민
"지난 1년 공항 노지에 방치돼 있던 잔해 속에서 발견된 희생자의 유해가 내 아버지의 유해라는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지를 받았다. 1년이 넘어 아버지 묘소에 이미 풀이 무성한데 이제 와서 무덤을 파내 다시 장례를 치르라는 것인가." (김유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지난 2월 26일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기체 잔해 재조사 과정에서 발견된 희생자의 유해는 김 대표 아버지의 다리뼈였다. 김 대표가 울음을 터트리자, 그의 뒤에 선 유가족들의 울음 소리도 점점 커졌다.

9일 오전 11시 광주광역시, 전남 목포, 무안에서 온 30여 명의 12.29 참사 유가족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2월 26일 발견된 25cm가량의 뼛조각에 이어 5일과 6일 잇따라 희생자의 유해로 추정되는 뼛조각이 발견되자 유가족들은 참사 수습에 실패한 정부를 규탄하고자 청와대를 찾았다.

김 대표는 "그렇게 큰 유해가 수습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국가의 참사 수습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증명한다. 참사 수습 현장에 관리 책임이 있는 경찰과 국토교통부 모두 이 사태의 공범"이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지난 해 12월 진행하려던 기체 잔해 재조사를 유가족의 촬영을 금지하면서 또 다시 3달 이상 미뤄졌다. 그동안 희생자들 시신이 다 썩어서 없어지기를 바랐나"라고 외쳤다.

유가족협의회 기자회견 시작을 10분 앞두고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유해·유류품 부실 수습에 대해 사과 메시지를 내는 기자회견을 열고 "남아 있는 잔해물에 대해서도 한 점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확인하고 책임 있게 수습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청와대 앞에 온 한 유가족은 "유골이 나왔어도 한 마디도 없다가 유가족이 기자회견을 한다고 하니 발표하는 장관의 사과문이 진정성이 있나"라고 비판했다. 김덕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참사 자문위원회 위원장(천주교 인권위 사무국장) 또한 "김 장관의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라 왜 그동안 유해·유류품 수습을 제대로 하지 않았는지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간 유가족이 계속 요구해왔던 것 중 하나가 무안공항에 방수포 한 장 씌워져 방치돼 있던 기체 잔해의 재조사였다"면서 "그러나 정부는 모든 조사가 끝났다는 말로 가족들을 기만했다. 지금 가족들의 심정은 희생자들이 1년 넘게 길바닥에 방치돼있던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 12일 재조사가 시작한 이래 9일까지 유해로 추정되는 조각이 9점, 휴대전화 4대, 유류품 648묶음이 추가로 나왔다. 재조사가 절반 가량 진행됐기 때문에 향후 유해·유류품이 추가로 더 발견될 수 있는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 선체 인양 과정과 달랐다... "이제는 대통령이 나서달라" 주문
▲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참사 유가족 기자회견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참사 유가족협의회 주최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기체 잔해 속에 방치된 유해! 1년 뒤 드러나 국가의 민낯참사 수습 실패와 진실 방임에 대한 국가 책임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 이정민
▲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참사 유가족 기자회견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참사 유가족협의회 주최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기체 잔해 속에 방치된 유해! 1년 뒤 드러나 국가의 민낯참사 수습 실패와 진실 방임에 대한 국가 책임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 유가족이 발언을 하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 이정민
참사로 딸 이민주씨를 잃은 정현경씨도 광주에서 청와대로 향했다. 정씨는 "그간 딸 유품을 찾을 수 없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1년 넘게 그 많은 유품들이 비와 눈을 맞은 채로 쥐똥이 범벅이 되고, 살아있는 쥐가 들락거리는 그곳에 쓰레기와 함께 (유품이) 방치돼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씨가 숨을 몰아쉬면서 발언을 간신히 이어가자 유가족들의 울음 소리가 커졌다.

정씨는 "우리 유가족이 무안공항 셸터(쉼터)에서 자고 싶어서 자는 게 아니다. 우리도 따뜻한 집이 있는 사람들이다"라면서 "이재명 대통령님께서는 똑똑히 들으시라, 우리가 무안공항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진실 규명이 아직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되는 그날 우리는 집으로 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김종기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재난참사피해자연대 대표)은 "정부는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때도,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도 유해를 갖다 버리는 만행을 저질렀으면서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는 국가를 참사 피해자만이 아니라 국민들이 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참사를 예방하지 못했으면서 '수습'에서 참사를 일어나게 한 국토부 책임자는 무릎 꿇고 사죄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세월호 인양 당시 마지막 미수습자 유해 수습 과정을 언급했다. 양 위원장은 "몇 개월 간 세월호 선체 바닥에 붙어있는 유골 하나를 찾기 위해 하나하나 온 정성과 주의가 기울여졌다. 그것이 바로 유골의 수습 과정"이라면서 "피해자의 유골이 들어있는 포대를 건축 잔해물로 취급한 이번 부실 수습은 분명한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송경용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목사)는 국정 최고 책임자인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송 대표는 "지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이 이 지경이 된 것은 여러 관계 부처들 사이에서 조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책임이 방기돼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이제는 대통령이 나서서 (관계 부처들 간 업무를) 조정해주시고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지시해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유가족협의회는 ▲ 초기 수습 과정 전면 재조사 및 수습 책임자 문책 ▲ 유해·유류품 추가 발견 경위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 및 투명한 설명 ▲ 잔해 전량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정밀 재수습 즉각 시행 ▲ 사고 원인 규명과 안전 대책 수립 완료 전 무안국제공항 재개항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 직후 주진우 대통령실 공공갈등조정 비서관에게 자신의 아버지 다리뼈 사진과 함께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주 비서관은 김 대표의 항의 서한을 받으면서 "(대통령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대답했다.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이 마무리되고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한동안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참사 유가족 기자회견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참사 유가족협의회 주최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기체 잔해 속에 방치된 유해! 1년 뒤 드러나 국가의 민낯참사 수습 실패와 진실 방임에 대한 국가 책임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유진 대표가 2월 26일 1년 만에 수습된 부친의 유해 사진을 주진우 대통령실 공공갈등조정 비서관에게 보여주며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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