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중계 JTBC만 욕할 수 있나
한국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는 스포츠 현상을 비평하고, 대안 담론을 생산하는 모임입니다. 토론 불모지의 한국 스포츠 풍토에서 다양한 가치와 합리적 비판이 경쟁하는 공론장 구실을 지향합니다. <기자말>
[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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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TBC의 '2026 동계 올림픽' 홍보 포스터 |
| ⓒ JTBC |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보편적 시청권 개념이다. 누구도 비용 지불 없이 주요 스포츠 경기를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방송법 제76조의3(보편적 시청권 보장)과 방송법 시행령 제60조의3(국민적 관심행사)에 규정돼 있다. 방송 3사는 보편적 시청권 논리를 통해 JTBC를 압박하고자 했다. 하지만 JTBC는 법원 판결을 통해 보편적 시청권(시청 가구의 90% 이상)을 충족하는 95% 이상의 시청 도달률을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JTBC와 방송 3사의 대립은 훨씬 규모가 큰 2026 북중미월드컵을 앞둔 전초전이라는 분석도 있다.
스포츠저널리즘연구회는 거대 미디어 간 이해 대립을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개념을 통해 점검하고, 갈수록 치솟는 대형 경기 중계권 구매에 대한 합리적인 접근, 중계권의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국내 배분 등을 놓고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 참가자: 장익영 한국체육대학 교수, 오태규 서울대 일본연구소 연구원, 김완태 전 프로농구 LG 단장, 김세훈 경향신문 기자 사회 김창금 한겨레신문 기자.
일시: 2월28일 줌 토론.
"동계올림픽이 국민 모두가 봐야 하는 경기인가"
사회자: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관련한 화제 가운데 하나가 JTBC의 단독 중계와 지상파 3사의 대립이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먼저 든 생각은 중계권을 둘러싼 시장 논리다. 월드컵,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경기는 흥행 콘텐츠이고, 중계권을 갖고 있는 방송사가 갑이다. 그것을 다시 구매해야 하는 방송사는 을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JTBC가 중계권을 높은 가격에 이미 사 온 상태이고,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는 중계권이 재판매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상적으로 지상파 3사 중심으로 올림픽 중계를 봤던 팬들은 JTBC 채널 단독 중계를 보면서 불편했을 수 있다. 반면 네이버도 중계했기 때문에 불편을 느끼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다. 이런 배경에서 논의를 해보자.
김완태 단장: 프로 구단을 운영한 경험에서 보자면, 10년 전까지만 해도 프로리그에서 팀 수익은 크게 중계권, 상품 판매, 광고료 수입, 입장료 4가지로 대략 25%씩 비중이었다. 최근에는 방송 중계권료의 비중이 급격히 늘었고, 국제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미국프로풋볼(NFL)의 중계권 비중은 60~6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55~65%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미국프로농구(NBA)는 30~40%, 메이저리그(MLB)는 지역 방송이 있기 때문에 조금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리그 수입에서 방송 중계권이 차지하는 몫이 늘었다. 시장 확대와 해외 판매, 스트리밍 확산 등으로 중계권의 가격은 더 높아지고 있다.
방송 사업자는 대형 경기나 리그의 중계권을 따오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90% 이상 시청 도달률을 확보한 JTBC와 지상파 3사 간의 중계권 싸움의 본질은 보편적 시청권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성남시장 재임 때 프로축구단 후원사 유치를 두고 검찰이 제3자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한 바 있는데, 그렇게 하면 구단이 할 수 있는 사업이 없다. 동계올림픽 중계권과 관련해서도 자사 이익에 따라 해석하거나 왜곡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사회자: 구단을 실제로 운영해 본 경험에서 이번 동계올림픽 중계권을 둘러싼 논쟁에 방송사 간 힘겨루기가 내포돼 있다는 뜻 같다.
김완태: 결국 방송도 기업이고, 중계권은 의사 결정에 따른 것이다. JTBC가 높은 가격으로 중계권료를 샀다면 경제적인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실제 그랬는지 모르지만, 결국은 오너 또는 최고 경영층의 의사 결정이다. 사업성을 보거나, 방송사로서의 경쟁 구도를 유리하게 만들거나, 미래 비전 등 측면에서 지상파 3사하고는 좀 생각이 다를 수도 있다.
오태규 연구원: 제가 볼 때 보편적 시청권 논란은 낡은 개념에 근거한 논쟁이다. 사실 JTBC라는 채널이 폐쇄된 채널이 아니다. JTBC는 쿠팡 플레이가 아니다. 특히 한국은 인터넷 환경이 워낙 좋기 때문에 보고 싶으면 다 볼 수 있는 나라다. 채널에 들어오는 것을 누가 봉쇄하지 않는다. 더욱이 네이버까지 이번 중계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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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22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베로나 아레나에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폐회식이 열리고 있다. |
| ⓒ 연합뉴스 |
사회자: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담론이 미디어 상업주의, 자사 이기주의를 통해 어떻게 편의적으로 해석되는지를 강요된 시청에 대한 시민의 거부권이라는 개념으로 비교해 설명해준 것 같다.
오태규: 방송 3사가 아직 상당한 권력을 갖고 있고, 보편적 시청권이라는 것으로 자꾸 문제를 삼으니 대통령도, 방통위원장도 한마디씩 했는데, 방송사 압력에 그냥 팔 비틀려 한 말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새로운 시대의 미디어 환경이 펼쳐지고 있고, 보편적 시청권 또한 다시 논의될 수밖에 없다. 과도한 경쟁으로 중계권을 너무 비싸게 사온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방송사 간의 이권 싸움으로 봐야 한다.
사회자: 대안이 있는가?
오태규: 일본에서 월드컵은 광고회사 덴츠가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중계권을 사서, 그것을 NHK 등 각 방송사나 온라인 매체에 재판매하는 시스템이다. 그쪽은 애초에 여러 방송사가 똑같은 게임을 안 하도록 배정을 한다. 큰 경기가 있으면 이번에 A, 다음에 B, C, D 방송사가 중계하는 식이다. 한국은 KBS, MBC, SBS 전부 다 달려들어서 한국 경기를 세 군데서 방송한다. 이런 부분을 더 문제로 삼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세훈 기자: 동계올림픽 중계 논란이 정말 JTBC 때문에 생긴 문제일까. 시청률이 낮고 국민의 관심도가 떨어진 것에 JTBC의 영향이 없었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게 정말 그렇게 큰 것이냐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 일단 장소가 이탈리아로 지난번 중국과 다르다. 시차가 많이 났다. 또 전반적인 올림픽 시청률이 떨어지는 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다 똑같다. JTBC가 과도하게 욕심부린 면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보편적 시청권을 보장하면 시청률이 엄청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는 데도 무리가 있다.
사회자: 사실 시차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서 경기를 보는 것이 쉽지는 않다. 네이버 중계에 접속해보면 새벽인데도 5만~6만 명이 보기는 하지만 많은 숫자는 아니었다. 동계올림픽에 대한 시청률이 반드시 높게 나올 이유는 없다는 부분도 공감이 간다.
"공공재의 외피를 쓴 극단적 상업주의 대결"
장익영 교수: 개념에 혼란이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첫 번째는 보편적 시청권과 스포츠의 공공성 부분이다. 보편적 시청권이라고 하면 법적으로 90% 이상의 시청 가구를 주로 말한다. JTBC도 그런 측면에서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럽은 영국이나 호주, 독일도 그렇고 90%가 아니라, 공영방송이 아예 무료로 중계를 제공해야 한다. 다시 말해 (무료) 공공재로 명확히 판단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조금 복잡하다. 스포츠 시설의 경우 잠실, 고척, 기아 챔피언스필드 야구장을 지을 때 지방, 중앙 정부 예산이 3분의 2 이상, 때로는 전부 들어간다. 국민의 여가 증진 등 공공재 성격을 말하는데, 사실은 시설 사용 등에서 그렇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런 것들이 굉장히 모순적이다. 어떨 때 공공재로 봐야 하고, 어떨 때 아닌가 하는 것 사이에 혼란이 있다.
두 번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하고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하고 분리돼 중계권 계약이 나누어져 있는데, 보통 올림픽 중계를 하면 패럴림픽 중계권도 함께 협상하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이런 측면에서 JTBC의 상업적인 접근을 볼 수 있다. 공공재, 시장 자본주의, 중계권을 둘러싼 미디어 간 대결 등 여러 요소가 있다.
사회자: 패럴림픽 중계는 KBS가 한다고 하는데, 패럴림픽 중계권은 규모가 작다. 말씀하신 대로 JTBC가 비판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저는 한국의 중계권 논란이 공공재의 외피를 쓴 극단적 상업주의 대결로 본다. <한겨레>도 JTBC에 대해서 비판적이었지만, JTBC의 단독 중계에 대해서 사실은 지상파 3사의 과거 역사도 도긴개긴이어서 할 말은 없다고 본다. 케이블 텔레비전은 유료 방송이니 보편적 시청권과 어긋난다는 것도 한국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김세훈: 보편적 시청권이라고 한다면 외국에서는 무료냐 유료냐를 따진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 중에서 제가 보기에 절대다수의 분들이 기본적으로 돈을 내고 보고 있다. 영국은 보편적 시청권에 포함된 경기는 무조건 무료이어야 하는데 우리는 사실 돈을 내고 유료 TV를 보고 있는 셈이다. 보편적 시청권이 보장돼야 하므로 KBS나 MBC나 SBS로 넓혀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JTBC가 이런저런 욕심이 있어서 많은 돈을 투입해 월드컵과 올림픽 중계권을 가져왔는데, 그들이 그렇게 하겠다면 하는 것이다. 어차피 돈이 밖으로 나가는 것이니까, 돈을 좀 덜 나가게 하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오지 산간의 국민이 보기 위한 해법을 찾는 식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일본은 올림픽은 관례로 방송사들이 협력해 중계권을 따오는데, 이런 민간 상업형 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동 구매 안 하는 한국이 바보"
사회자: 중계권 비용에 대한 얘기를 해보자. JTBC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중계권료 지출에 대해 일절 말한 적이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추세를 보면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중계권료 상승세는 가파르다. 2000년대 중반 코리아풀을 깨고 SBS가 동·하계올림픽 중계권을 단독으로 사들이면서, 2019년 JTBC가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을 사들이면서 다시 큰 폭으로 늘었다. 다만 중계권 지출을 '국부 유출'이라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여전히 유효한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단독 중계권을 따온 미디어 기업을 공격하기 위한 담론으로 쓰인 측면이 있다.
김완태: 보편적 시청권을 문제 삼는 방송 3사들은 자기 모순적이다. SBS가 단독으로 올림픽 중계할 때 보편적 시청권이 확보되지 않는 것 아니냐며 그때도 방송사 간 갈등이 매우 컸다. 이번에는 JTBC가 했으니까, 기존의 방송 3사가 아니니까, 방송 3사들이 전부 뭉쳐서 JTBC를 비판하는 구도로 된 측면이 있다. 국부 유출이라기보다는 과도한 경쟁으로 우리나라가 마땅히 지불할 수준보다 훨씬 더 많이 지불한다면, 이것은 국민적인 시각에서 비판할 수는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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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선수단 격려 오찬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6.3.5 |
| ⓒ 연합뉴스 |
장익영: 보편적 시청권과 무료 시청과 연결되는 부분인데, KBS는 1년 수신료가 6천~7천억 원 정도다. 전체 예산의 45~50%인 수신료로 높은 가격의 중계권료를 구매하는 것이 과연 올바르냐는 문제가 있다. 영국이나 일본은 공영방송 수신료가 비싸다. 우리나라는 월 2500원이지만 영국만 해도 연간 170파운드(34만 원) 이상을 BBC에 내야 한다. 인구도 7천만 명 가까이 되고, 수신료만 7~8조 원 규모로 웬만한 것에 대해 지출할 수 있다. 유럽은 또 코리아 풀처럼 공동 구매를 해 비용을 분담한다.
우리나라는 수신료 자체가 작고, 상업 광고도 해야 하는 복합적인 측면들이 있다. 만약 정부 차원에서 국민이 볼 수 있도록 수신료든 어떤 방식이든 금전적으로 보조한다면, 국가나 KBS 차원에서 보편적 시청권 말할 필요도 없다. 국가가 해버리면 된다. 그런 제도적인 것들이 안 되기 때문에, 방송법도 90% 이상의 시청자 도달 같은 느슨한 것들로 돼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수신료 더 많이 거둬야 한다는 식으로 가버리면 우스워진다. 여하튼 그런 구조적 배경이 있기 때문에 저는 JTBC를 욕하지는 않는다.
김세훈: 영국은 BBC가 올림픽이나 월드컵 중계권을 중심적으로 사고, 일반 민간 채널하고 권리를 나눈다. 일본은 올림픽은 NHK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축해서 사고, 월드컵은 덴츠에서 구매해 재판매한다. 반면 미국 모델은 완전히 시장에 맡겨놓고 있는데, 그것은 우리한테 좀 안 맞는 것 같다. 우리도 영국이든 일본의 사례를 보면서 한국에 맞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영국이든 일본이든 사실상 공동 구매를 하는데, 공동 구매 안 하는 한국이 바보다.
장익영: 동의한다. 우리는 모델 자체가 굉장히 미국을 따라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지상파라는 하나의 층위가 있고, 종편이라는 층위가 있고, 또 케이블 TV라는 층위가 있어 복잡한 구조인데, 김세훈 부장 말처럼 우리의 모델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 2부 <동계올림픽과 차원 다른데... JTBC, 북중미월드컵도 독점중계?>(https://omn.kr/2hdwp)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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