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현 협의체 이후에도 지속해야 할 싸움, 비정규직 없는 발전소 만들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26. 3. 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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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충현 사망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협의체 활동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025년 6월 2일,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선반 작업을 하던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했다. 그의 죽음은 발전소 내 여전히 만연한 위험의 외주화 구조를 드러냈다. 쪼개기 계약으로 인한 인원 부족, 위험 작업 전가, 사업주 책임의 공백을 그대로 반영하듯, 2018년 12월 김용균의 죽음 이후 발전소에서 발생한 13건의 중대재해 사망자는 모두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여기에 더해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 흐름이 본격화했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이란 이름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폐쇄 일정과 대체 건설 계획에는 발전소 노동자의 총고용 보장과 비정규직 철폐, 안전한 노동환경이 들어갈 여지는 없었다.

김충현 협의체에서 합의한 내용들

고(故) 김충현의 사망 이후 한전KPS비정규직지회를 비롯한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섰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포함, 발전소 폐쇄 국면 발전 5사 및 한전KPS로의 직고용,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내걸고 싸웠다. 이들은 장례식장·법원·대통령실 앞에서 투쟁을 이어갔다. 투쟁의 중간 결과로 "고 김충현 사망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협의체"(아래 협의체)가 구성되었다. 정부(국무조정실·기후에너지환경부·노동부·재정경제부)와 대책위 측 위원들로 구성된 협의체는 2025년 8월 13일 시작하여 2026년 1월 31일 활동을 종료했다. 협의체 안팎에서 진행된 지난한 투쟁 끝에, 협의체는 크게 세 가지 사항을 합의했다.

우선 발전산업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개선한다는 취지 아래, 한전KPS 하청 노동자 전원을 한전KPS로 직접고용하기로 했다. 세부적인 직제와 처우는 노사전협의체로 이월하여 결정하되, 전KPS에 동종, 유사 업무가 있는 경우 해당 직제를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기로 했다. 또한 노사전협의체의 시간이 무기한 길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논의 기간과 이를 바탕으로 한 직접고용 완료 시점을 명시했다.

두 번째로 발전소 폐쇄로 인해 연료 환경 하청 노동자, 민간 경상정비업체 하청 노동자, 발전 5사의 자회사 소속 노동자 등에게 고용불안이 발생함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고용 안정성 확보를 위해 노·사·전·정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 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기후 부가 주관하는 해당 논의 기구는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 영향을 평가하여 고용 안정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는 해당 방안을 "2040년 석탄발전 전환 로드맵",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기본계획", "제2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 등에 반영토록 노력하기로 했다.

세 번째로 연료 환경 운전 분야의 1차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 노무비를 전용 계좌로 지급하고 이를 정산하는 방안을 발전사가 마련하며, 정부가 이를 점검·관리하기로 했다. 이는 2019년 발표된 "발전산업 안전 강화 방안"에서 제시된 '발전산업 노무비 지급 및 관리 방식 개선'의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조치다.
 2026.02.10 김충현 협의체 합의안 발표 기자회견.
ⓒ 김충현대책위
여전히 남은 과제들, 투쟁으로 돌파하자

협의체에서 의미 있는 합의가 도출되었지만, 동시에 수많은 한계 역시 드러났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의 여러 쟁점을 최대한 노사전협의체로 넘기지 않으려 했으나, 세부 직종 및 처우 문제는 결국 이월되었다. '별정직' 같은 방식으로 무늬만 직접고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합의사항으로 넣고자 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자회사나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발전 5사가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거부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이후 대체 건설될 풍력 및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 투자와 개발을 공공부문이 주도하고, 이를 통해 창출되는 일자리에 노동자들을 전환 배치해야 한다는 요구에도, 정부는 민간 기업과의 경쟁이나 공정거래법 위반을 명분으로 반대했다.

협의체 활동 중 전국의 발전소를 방문하며 한전KPS 하청 노동자들을 만난 적이 있다. 이들 상당수는 여전히 한전KPS의 지시와 감독 아래에서 일하고 있었다. 1년 단위로 재계약이 이루어져 작업복에 새겨진 회사 이름은 수시로 바뀌었지만, 한전KPS에서 전달되는 작업지시서에 따른 업무 수행은 변함없이 이어졌다.

폐쇄를 앞둔 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이미 폐쇄 과정을 직·간접적으로 겪은 노동자들의 불안감도 상당했다. 다른 발전소에서 일하다가 폐쇄 때문에 해고된 후 들어온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해고와 재취업 과정에서 각자도생해야 했다. 이처럼 협의체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분명히 드러내는 자리였다. 동시에 비정규직 철폐와 재생에너지로의 공적 전환이라는 우리의 요구가 옳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 자리이기도 했다.

향후 구성될 노사전협의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무늬만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역할로 기능해선 안 된다. 다단계 하도급 등으로 위계화된 구조를 바꿔야 한다.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발전 5사로의 직접고용 요구는 위험의 외주화 근절을 위해서도,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발전소 폐쇄 국면, 국가가 노동자들의 고용과 삶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다.

한편, 오랜 투쟁 끝에 노조법 2·3조가 개정되었다.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더라도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다면 원청은 하청 노동자와의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 발전소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발전소 폐쇄나 계약 해지 등을 명목으로 한 정리해고, 구조조정 공세에 맞서, 원청 기업을 교섭 자리에 나오도록 강제하며 책임을 묻는 노동자들의 투쟁 조직 역시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한계와 과제가 많지만, 합의를 끌어내고 과제를 사회화한 것은 한전KPS비정규직지회를 비롯한 발전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 덕분이다. 노조와 대책위는 용산과 청와대 앞 노숙 농성, 수많은 집회와 선전전, 전국 발전소 한전KPS 하청 노동자 조직화 등을 지속해 왔다. 그 결과 서인천을 비롯한 여러 지역의 한전KPS 하청 노동자들이 새롭게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었다. 그렇게 변화를 만들어 온 힘을 더욱 크게 모아, 노동자의 위험 작업 거부가 당연한 일터, 전기 생산에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 일터, 비정규직 없는 일터를 함께 만들어가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3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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