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경기만" 예고했는데 막상 대표팀 경험하니 가슴이 뜨거워졌다...미국 에이스 스쿠발 "추가 등판 고민중" [더게이트 WBC]

배지헌 기자 2026. 3. 9.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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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경기" 선언 뒤흔든 대표팀에서 뜨거운 경험
-영국전 3이닝 역투 후 심경 변화 고백
-보라스·디트로이트 구단·가족과 상의 후 결정
미국 에이스 스쿠발(사진=MLB.com)

[더게이트]

원래는 딱 1경기만 던질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뛰어보니,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워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1경기 등판 뒤 소속팀으로 복귀할 예정이었던 미국야구 에이스 타릭 스쿠발이 추가 등판을 고민하고 있다. 2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자인 스쿠발은 8일(한국시간) 영국전 9대 1 승리 직후 추가 등판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불과 보름 전만 해도 "조별리그 1경기만 던지겠다"고 못 박았던 그였다. 그러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동료들과 함께 뛰는 과정을 직접 겪으면서, 그 결심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스쿠발이 "이번 결정은 커리어에서 가장 힘든 것 중 하나"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스쿠발은 "이런 감정이 밀려올 줄 몰랐다. 1경기 던지고 스프링 트레이닝으로 돌아가는 게 꽤 확고했는데, 마음이 바뀌었다"며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눠 계획을 잡아볼 것"이라고 털어놨다.
미국 에이스 스쿠발(사진=MLB.com)

"미국인임이 이렇게 자랑스러울 줄은"

마운드 위의 스쿠발은 사이영상 수상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날 3이닝 44구를 던지며 삼진 5개를 솎아냈다. 초구에 선두타자 네이트 이튼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지만, 이후 10명 중 9명을 범타로 처리했다. 던진 속구 16개 중 7개가 시속 156km를 넘었다. 정규시즌을 대비해 살살 던지며 페이스를 조절하는 일은 없었다. 

경기전 스쿠발이 마운드로 걸어 나올 때 구장을 가득 메운 팬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디 애슬레틱은 "3월에 열리는 시범경기 세 번째 등판에선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고 전했다. 그 뜨거운 공기가 스쿠발의 마음을 건드렸다. 마크 데로사 감독이 대표팀에 초청한 연사들의 이야기도 영향을 미쳤다.

스쿠발은 "관점이 조금 바뀌었다. 내가 미국인이라는 게 이렇게 자랑스러울 줄 몰랐다"며 "나 대신 진짜 희생을 감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 덕분에 나는 어린아이들 공놀이 같은 야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음만으로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 디 애슬레틱은 '일정 충돌'을 추가 등판의 최대 걸림돌로 꼽았다. 미국이 결승까지 오를 경우 결승전은 17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다. 디트로이트의 정규시즌 개막은 26일(현지시간)이다. 결승에 등판하면 개막전까지 불과 8일이 남는다. 5일 로테이션 기준으로 정상적인 준비가 불가능한 간격이다. 루틴을 깼다가 부상이라도 생기면 누굴 탓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금전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스쿠발은 올 시즌 이후 생애 첫 FA 자격을 얻는다. 연봉 중재에서 구단을 상대로 이겨 3200만 달러(약 464억원)를 확보했고, 이번 오프시즌엔 4억 달러(약 5800억원)대 FA 계약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피도 눈물도 없는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가 추가 등판에 선뜻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
타릭 스쿠발(사진=MLB.com)

"어떤 결정이든 비판하지 말라"

디트로이트 감독 A.J. 힌치는 9일 현지 인터뷰에서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면서 "그가 모든 걸 다 해내기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을 아꼈다. 스쿠발 역시 경기 후 보라스와 구단 측에 전화를 걸었지만 "지금 이 순간은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며 가족과 상의한 뒤 결론을 내리겠다고 했다.

동료들은 어떤 결정이든 지지한다는 입장이다. 베테랑 브라이스 하퍼는 "스쿠발은 자신과 커리어를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팀에 잔류하겠다면 환영이고, 반대 상황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하퍼 역시 스쿠발과 같은 에이전트 보라스를 두고 있다.

디 애슬레틱의 켄 로젠탈 선임기자는 스쿠발이 어떤 결정을 하든 비판해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로젠탈 기자는 "스쿠발은 이미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시즌을 앞두고 정상적인 준비 루틴을 깨면서 희생을 감수했다"며 "추가 위험을 거부하든, 감수하든 둘 다 존중받아야 할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조별리그를 통과하면 8강은 13일 또는 14일, 4강은 15~16일, 결승은 17일이다. 추가 등판 여부에 따라 미국의 마운드 운영 전략도, 우승 가능성도 크게 달라진다. 현 메이저리그 최고의 에이스가 다시 WBC 마운드에 오를지. 스쿠발은 지금 야구와 돈, 그리고 국가대표가 주는 뜨거운 가슴 사이에서 답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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