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예약 1000명, 제주서도 와요”… 마운자로 품귀 사태
우울감 등 약물 오남용 우려도
넘치는 수요에 가짜 비만약 기승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5가 약국거리. 비만치료제 ‘마운자로’ 재고를 확인하기 위해 방문한 약국 7곳 중 5곳이 전용량 품절 상태였다. 나머지 두곳도 2.5㎎과 7.5㎎ 재고가 소량 있을뿐 5㎎는 이미 동이 났다. 이 거리에서 마운자로를 가장 많이 취급한다는 A약국의 한 약사는 “5㎎는 현재 대기 예약만 1000명 정도 걸려있다”며 “오늘 예약해도 4월 중순은 돼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일부 약국에선 ‘마운자로 전용량 품절’이라고 써진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넉넉한 물량 덕에 이 일대가 ‘마운자로 성지’로 입소문이 나면서 제주도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는 원정 구매객까지 등장했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또 다른 약국의 약사 김모씨는 “하루에 열명 넘게 방문해 재고를 묻지만 물건이 없어 못 파는 상황”이라며 “연초부터 수요가 확 늘었는데 언제 들어올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대중화되면서 체중 감량 공식이 바뀌고 있다. 과거 다이어트의 첫걸음이 헬스장 등록이나 식단 조절이었다면, 이젠 약을 처방받기 위해 병원 문을 두드리고 약국 재고를 확인하는 일이 우선순위에 오르는 모습이다.
실제로 연초부터 수급 불안이 이어지고 있다. 의약품 데이터 분석 플랫폼 BRP인사이트에 따르면 마운자로 2.5㎎와 5㎎의 수급지수는 2월 내내 ‘불안’ 상태를 기록했다. 보통 이 약품의 처방은 저용량인 2.5㎎ 제품부터 시작해 고용량인 5㎎·7.5㎎ 제품으로 옮겨간다. 이런 처방 특성상 신규 환자와 기존 투약자의 수요가 한꺼번에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재고가 있는 용량에 맞춰 치료 계획을 변경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새해 다이어트를 결심하며 마운자로 투약을 시작한 이모(54)씨는 최근 약국 다섯 곳에 전화를 돌린 끝에야 간신히 7.5㎎ 제품을 예약했다. 이씨는 “원래 5㎎를 조금 더 맞으려 했지만, 구하기가 너무 어려워 계획보다 빨리 7.5㎎로 용량을 올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약물 다이어트 열풍은 운동 시장에도 뜻밖의 찬바람을 몰고 왔다. 행정안전부 지방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체력단련장은 562곳에 달했다. 올해는 두 달 만에 무려 119곳이 문을 닫았다. 내수 부진에 더해 땀 흘려 살을 빼는 대신 약물의 효과에 기대는 이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비만이나 당뇨 등 치료 목적 수요만으론 발생하기 어려워보이는 ‘품귀’ 현상이 이어지면서 약물 남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GLP-1 계열 주사제는 초기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 또는 고혈압 등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과체중 환자에게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이지만, 정상범위 이하의 사람들이 미용 목적으로 투약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다.
실제로 일부 병원에서는 키와 몸무게만 구두로 확인한 뒤 별다른 문진 없이 처방을 내어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체중이지만 마운자로를 처방받아 투약했다는 이모(26)씨는 “살을 빠르게 빼고 싶은 마음에 한 달 반 정도 맞았는데 너무 우울한 기분이 들어 중단했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내과를 운영하는 의사 B씨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병원마다 처방전값을 낮추는 등 환자를 유인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넘치는 수요를 틈탄 ‘가짜 비만약’ 상술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중인 다이어트 식품 16개를 조사한 결과 모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원료를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음료나 과채가공품 등 일반 식품임에도 ‘GLP-1 촉진’, ‘마시는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로 오인될 수 있는 광고를 게시하기도 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19일까지 의약품 유사 명칭을 내세운 부당 광고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섰다.
글·사진=신주은 기자 jun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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