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천백만 관객 ‘왕사남’, 한국 영화 회복의 불씨 되길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의 흥행세가 뜨겁다. 지난 6일 역대 34번째 ‘천만 영화’에 오른 데 이어 8일 누적 관객 1100만 명도 넘어섰다. 이재명 대통령은 “2년 만에 이룬 성과이기에 더욱 뜻깊다”고 축하했고,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꽁꽁 얼어붙어 있던 우리 영화의 실낱같은 희망이자 따사로운 축복”이라고 했다.
그만큼 한국 영화계가 암울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해 500만 관객을 넘긴 한국 영화가 단 한 편에 그쳤고, 해외 영화에 밀려 점유율은 2010년 이후 최저치인 41.1%까지 추락했다. OTT 확산으로 인한 극장 관객 감소는 전 세계적 현상이지만, 유독 한국 영화 위기론이 거셌던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왕사남’의 흥행은 의미 있다. 이 영화는 서사적 혁신보다 감정 전달의 밀도와 보편성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단종의 비극을 정쟁 대신 유배된 어린 왕과 민초들의 인간애로 풀어냈고, 배우들의 열연이 몰입을 도왔다. 세대를 아우른 입소문은 가족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았다. OTT 시대에도 함께 울고 웃으며 공동의 이야기를 나누고픈 ‘극장 회귀 본능’이 여전함을 증명한 것이다.
다만 과제도 남았다. ‘왕사남’은 익숙한 역사 소재와 안전한 감정선이라는 전형적인 한국 영화 천만 공식에 충실한 편이다. 이 공식에만 안주해서는 근본적인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파격적인 소재와 서사·기술 실험을 가능케 할 스토리 R&D 체계가 절실하며 정부 지원도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다행히 2026년 정부는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 지원 예산을 200억원으로 두 배 늘리고, 기획개발 지원도 확대했다.
‘왕사남’의 성공은 관객이 아직 극장을 버리지 않았다는 신호다. 그 신호를 혁신으로 연결할 때에만 한국 영화 재도약의 진정한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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