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의 기름값 통제 카드…"3만원만 넣고 버티자" 눈치싸움 시작된 주유소[르포]
"당장 필요한 만큼만"…주유량 줄이는 시민들
"가격 안정 효과 기대" vs "업주 부담 우려"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여파로 치솟는 유가에 맞서 이재명 대통령이 '최고가격제'라는 초강수를 꺼낸 뒤 첫 주말인 8일 서울 마포구 한 주유소.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서 내린 최씨(51)가 잠시 머뭇거리다 주유 건을 잡았다. 이곳 단골이라는 자영업자 최씨는 평소와 달리 주유 금액을 줄였다.
주유구에 노즐을 꽂은 채 계기판을 바라보던 최씨는 "평상시에는 기름을 5만원어치 넣지만, 오늘은 3만원만 주유했다"며 "정부가 직접 단속반을 투입해 엄정 대응한다고 하니 제재안이 실제로 반영된 이후 기름을 가득 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주유소에서 판매 중인 휘발유 가격은 1847원으로 지난주와 비교해 약 60원 더 올랐다.

이날 주말 만난 시민들 사이에서는 주유량을 줄이고 향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최씨처럼 당장 필요한 만큼만 주유하겠다는 운전자들이 다수였다. 정부가 직접 기름값 상한선을 정할 것을 지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대학원생 김지원씨(26)는 "평소 차를 자주 몰지 않아 가끔 주유를 하는데 지금 가격 보고 깜짝 놀랐다"며 "오늘은 조금만 (기름을) 넣고 최고가격제가 도입될 때까지 기다리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가족 3명이 차 한 대를 함께 사용한다는 김씨는 이날 평소보다 적은 5만원어치만 주유한 뒤 주유소를 나섰다.
서울 용산구 청암동 주유소를 찾은 70대 이씨는 "용산이 강남보다 기름값이 비싼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정부가 나서 주유소 담합 행위를 조사하면 가격이 정상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평균 기름값보다 싼 주유소엔 사람이 몰려들었다. 휘발유와 경유를 각각 리터(ℓ)당 1798원, 1758원에 판매 중인 서울 용산구 한 셀프 주유소에는 차량 8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곳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용산구에서 휘발유·경유 가격이 가장 싼 곳이다.
경차에 주유하던 40대 이씨는 "최저가 주유소로 알려져서 지인들도 다 여기를 찾아온다"며 "가격이 싸니까 항상 기름을 가득 채운다"고 말했다. 주유하던 또 다른 시민도 "주말에는 할인 행사도 해 기름이 반 이상 남아 있어도 더 채운다"며 "서울 외곽에서 시내로 올 때 항상 들른다"고 했다.

최고가격제를 둘러싼 주유소 관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정부는 현재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사업법)' 제23조에 근거해 석유 판매 가격 최고액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지역·유류별로 현실적인 최고 가격을 신속하게 지정하라"고 지시했다. 실제로 최고가격제가 도입될 경우 석유 가격 자유화가 이뤄진 1997년 이후 30년 만에 정부가 인위적인 가격 통제에 나서는 것이다.
용산구 주유소에서 일하는 김재성(49) 소장은 최고가격제 도입 등 규제책 마련과 국내 유가 결정 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현재 비축유가 있어 공급할 수 있는 여유가 충분하다"며 "싱가포르 휘발윳값이 오르면 이를 국내 유가에 곧바로 반영하면서도 가격이 내려갈 땐 천천히 내리는 나쁜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와 동시에 최고가격제를 시행한다면 기름값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의 정책 스타일은 문제가 되는 부분만 고치는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여러 제도를 순차적으로 손보는 방식이기 때문에 가격 안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마포구 주유소 사장 김씨(50)는 최고가격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그는 "주유소마다 기름을 들여오는 가격이 모두 다른데 상한선을 정해놓는다는 것은 사실상 '마진을 이 정도만 남기라'는 의미"라며 "상한선을 얼마로 정할지는 모르겠지만 업주 입장에서는 좋을 게 없다"고 털어놨다.
이곳에서 일하는 70대 직원도 "각 주유소는 재고 상황과 주변 주유소 가격 등을 고려해 판매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하는데 이를 일괄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유사 출고가를 잡는 게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보경 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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