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면허 자율적으로 관리하겠다" vs "사회적 신뢰 부족"

조인경 2026. 3. 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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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전문직업성' 토론회서 '한국형 면허기구 설립' 주장
의협, "전문가에게 실질적 조사·징계권 부여해야"
복지부, "국민 공감대 확보가 우선"

의료인으로서 결격 사유가 있거나 비윤리적인 의사는 진료를 하지 못하도록 의료계에서 자체적으로 의사면허를 관리하고 규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반면 의사면허를 자율규제로 맡기기에 앞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의료인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 등이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7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료 전문직업성과 자율규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조인경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7일 진행한 '의료 전문직업성과 자율규제 토론회'에서 의료계는 현재와 같은 정부 중심의 획일적인 면허 관리를 통한 통제 대신 전문가단체의 감시와 규제가 국민건강 보호에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이재만 의협 정책이사는 "자율규제가 부재해 의사들의 의료 전문직업성이 붕괴하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한국형 의사 면허기구를 설립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 전문직업성이란 전문적 역량과 윤리, 사회적 책무를 스스로 감당하겠다는 전문가 집단의 약속을 말한다.

이 정책이사는 최근 의료사고, 의료분쟁으로 인한 의료진의 사법리스크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 역시 면허관리원 설립을 통한 자율규제로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의사가 외부 압력 없이 환자의 이익을 위해 독립적이고 근거에 기반한 결정을 하면 의료의 질과 비용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다"며 "하지만 과도한 정부 규제는 임상적 자율성을 약화시키고, 이는 결국 과잉 진료나 소급 진료 등으로 이어져 전체적으로 국민 의료 서비스 향상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이미정 단국대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영국과 미국 등 외국의 사례를 들어 "선진국은 이미 100~200년 전부터 전문가 단체가 자율적으로 면허를 관리해왔고, 이후 법이 이를 인정한 구조"라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외국의 면허관리기구 사례를 보면 모든 의사의 생애 이력이 상세하게 공개되고, 미국 텍사스주의 경우 의사의 징계 이력을 누구나 조회할 수 있다"며 "이는 개인정보로 보호되는 개념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면허관리기구가 하는 모든 역할이 국민의 건강과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한 데 초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자율규제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의사 징계 결과 공개, 외부 감시장치 설치 등을 통해 의사단체의 '자정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율규제가 결과적으로 의사 보호나 의사들의 이익 추구로 흘러서는 안 되며, 자율 규제에 대한 권한만큼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조동찬 한양대 특임교수는 "의사들이 '그리디(Greedy·탐욕스러운)'한 일부 동료들을 방치했기 때문에 대중은 자율규제를 신뢰하지 않는다"며 "유령수술이나 대리수술 같은 사례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이고 엄격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여론 설득의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방영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국민 입장에서 면허관리기구와 같은 조직 설립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자율 규제를 통해 무엇이 좋아지는지 체감하는 것"이라며 "특정 의료인을 검색했을 때 면허 정보나 처분 이력을 더 쉽게 알 수 있도록 하거나, 무면허 의료행위 등에 대한 자율개선 노력 등에 포커스를 맞춰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의대 교육 과정부터 임상 술기뿐 아니라 의료윤리 교육을 강화하는 등의 전주기적 관리 모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원일 대구시 동구의사회장은 "자율규제는 무제한적 권한이 아니라 책임 강화 장치"라며 "앞으로 의대 증원 등으로 더 많은 의사들이 배출될 때 이들을 관리하고 보수교육하는 것도 면허관리원의 역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독립적인 면허관리 기구를 설립하되 외부감사와 별도의 감시 장치를 수용해 의사의 윤리 위반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더 엄격히 징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동필 법무법인 의성 대표변호사(내과 전문의)는 "의사면허에 대한 제재와 의료 행위를 위한 면허등록을 이원화해 정부의 면허 자체에 대한 제재는 최소화하고, 전문가 단체가 문제가 있는 의사에 대해선 등록을 제한하거나 정지·취소할 수 있도록 위임하는 방법도 있다"며 "면허 권한을 위임하기 위해선 이를 객관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적절한 학습 체제와 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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