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나쁘게 메이저리거만 상대했는데..." 요시다-오카모토-무라카미 삼자범퇴 잡은 고우석, 빅리그 희망 봤다 [더게이트 WBC]

배지헌 기자 2026. 3. 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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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패배 속 개인 '합격점'...요시다·오카모토·무라카미 6회 완벽 봉쇄
-3년 전 WBC 부상 이탈 설욕...가족 응원 속 도쿄돔 마운드
-디트로이트와 마이너 계약, 빅리그 입성 향한 3년차 도전
1이닝 무실점 호투한 고우석(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더게이트=도쿄돔]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한일전은 또 한 번의 큰 아쉬움을 남기고 끝났다. 6회까지 대등한 접전을 펼치다 6대 8로 승리를 내준 경기라 더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패배 속에서도 대표팀이 발견한 희망적인 장면들이 있었다. 6회말 마운드에 올라 퍼펙트 피칭을 선보인 고우석(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호투도 그중 하나다.

고우석은 2026 WBC C조 일본전, 5대 5로 팽팽하게 맞선 6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는 요시다 마사타카(보스턴 레드삭스)·오카모토 카즈마(토론토 블루제이스)·무라카미 무네타카(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이어지는 4~6번 타순. 요시다는 빅리그 4년차 현역 메이저리거, 오카모토와 무라카미는 이번 겨울 메이저리그와 대형 계약을 맺고 첫 시즌을 앞둔 거포들이다. 대표팀의 승부처이기도 했고, 미국 도전 2년간 빅리그 마운드를 밟지 못한 고우석에게는 자신을 증명할 기회이기도 했다.

고우석은 그 임무를 완벽하게 해냈다. 요시다를 상대로 2-1 카운트에서 낮게 꽂은 153km/h 속구로 3루수 뜬공을 유도했고, 오카모토는 커터를 결정구로 삼아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무라카미를 상대로는 152km/h 바깥쪽 속구 두 개로 카운트를 잡은 뒤 다섯 번째 공을 몸쪽 깊숙이 153.5km/h로 꽂아 유격수 땅볼을 만들었다. 내야뜬공 하나에 내야땅볼 둘. 투구 수 13구로 삼자범퇴를 잡아냈다. 경기 후 고우석은 "운이 나쁘게도 좋은 타자들만 만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경기전 고우석의 워밍업(사진=더게이트 배지헌 기자)

3년 만에 WBC 마운드

고우석에게 WBC 마운드는 남다른 의미다. 2023년 대회에선 유니폼은 입어봤지만 단 한 경기도 던지지 못했다. 대회 직전 평가전에서 회전근개 염증이 발생해 그대로 이탈했다. 당시 한국은 호주와의 조별리그 1차전을 7대 8로 내주며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굴욕을 맛봤다. 3년 만에 도쿄돔 마운드에 오른 것 자체가 고우석에겐 하나의 숙제이자 도전이었다.

태극마크를 단 가장을 응원하러 이날 도쿄돔엔 고우석의 아내와 어린 아들, 부모님까지 가족 모두가 응원을 왔다. 고우석은 "다들 잘했으면 좋겠다고 얘기 많이 해 주셨다"면서도 "조금 힘이 모자랐던 것 같다"며 팀 패배의 아쉬움을 털어놨다.

올해는 고우석에게 개인적으로 아주 중요한 시즌이다. 2023년 LG 트윈스 통합 우승 뒤 포스팅으로 빅리그에 진출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년 보장 450만 달러(약 65억원), 옵션 포함 최대 940만 달러(약 139억원)에 계약했지만 미국 무대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첫해 개막 로스터 제외, 트레이드, 40인 로스터 탈락이 이어졌다. 두 번째 시즌에는 스프링 트레이닝 도중 오른손 검지 골절 부상이 겹쳤다. 방출과 마이너 계약을 거치며 빅리그 도전을 이어갔지만 결국 승격 통보는 오지 않았다.

고우석은 올해도 디트로이트와 마이너 계약을 맺고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창 정규시즌 준비에 집중해야 할 오프시즌, 자칫 대표팀 합류가 손해가 될 수도 있었지만 기꺼이 류지현 감독의 부름에 응했다. 지난 1월 김혜성과 함께 사이판 1차 캠프에 합류했고, 최종 엔트리 승선을 거쳐 한일전 등판까지 이어졌다.
최근 엘튜브에 나와서 운에 대한 소신을 밝힌 고우석(사진=엘튜브 화면)

"운이 내 실력이 되려면 앞으로도 잘 던져야"

이날 피칭에 대해 고우석은 "이전 평가전 때보다 컨트롤이 잘 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다행"이라고 자평했다.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와 오사카 평가전에서의 아쉬웠던 피칭을 완벽하게 만회한 호투였다. 그러면서도 "결과가 좋았지만, 이게 온전하게 내 실력이 되려면 앞으로 다가오는 경기에서도 좋은 투구를 보여줘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최근 LG 트윈스 유튜브에서 이야기해 잔잔한 화제가 됐던 발언과도 이어진다. 엘튜브에서 고우석은 "내 능력이 받쳐주지 못할 때는 운조차 따라주지 않는 게 자신에겐 행운"이라며 "괜히 운이 따라주면 능력 밖의 것을 얻은 건데 그건 꺼지게 돼 있다"고 했다. 빅리그의 벽 앞에서 스스로를 냉정하게 들여다본 고우석의 깊은 깨달음을 보여준 발언이었다. 

물론 메이저리거 세 명을 13구로 막아낸 이날 피칭은 결코 운이 아니다. 앞으로 빅리그 타자들을 상대로도 충분히 통한다는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을 만한 등판이었다. 그러나 고우석은 개인적인 목표보단 우선 대표팀을 먼저 이야기했다. "아직 두 경기가 남았으니까 선수들 다 같이 힘내서 본선 진출 꼭 했으면 한다." 빅리그 마운드로 가는 길은 그 다음에 다시 열린다. 어쩌면 대표팀에서 지금처럼 최선을 다하다 보면, 자연히 그 길이 열릴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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