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한 분노, 확고한 결의…美 군사작전 '작명의 정치학'

‘장대한 분노(Epic Fury)’.
미국·이스라엘의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 공습 작전명이다. epic은 직역하면 ‘서사시’란 뜻이다. ‘장대한’ ‘역사에 남을’ ‘전설적인’ 같은 뜻으로 의역해 쓴다. 지난 1월 미군의 베네수엘라 공습 당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명은 ‘확고한 결의(Absolute Resolve)’였다.
미국이 체계적으로 작전명을 붙이기 시작한 건 연합군이 대규모로 참전한 2차 세계대전 시기다.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대(大)군주 작전(Operation Overlord)’이란 이름을 붙인 게 대표적이다.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1950년 6·25 전쟁 당시 극도로 보안을 유지하던 인천상륙작전에 ‘크로마이트(Chromite·크롬 철광)’란 평범한 이름을 붙였다.

작전명은 처음에는 보안 필요성 때문에 도입했다. 차츰 짧은 단어로 작전의 의미를 규정하려는 목적으로 바뀌었다. 1991년 걸프전 당시엔 ‘사막의 폭풍(Desert Storm)’이란 작전명을 붙였다. 사막이란 전장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며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을 ‘폭풍’에 비유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에선 ‘항구적 자유(Enduring Freedom)’를 작전명으로 정했다. 단순 보복 차원을 넘어 자유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한 전쟁이란 명분을 강조했다.
2011년 테러 단체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한 작전명은 ‘넵튠의 창(Neptune Spear)’이었다. 미 해군 특수부대(SEAL)가 주도한 작전인 만큼, 바다의 신 넵튠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창은 정밀하고 치명적인 일격을 뜻한다.
작전명은 미 전투사령부가 후보를 제출하면 전쟁부(국방부)가 승인하는 구조다. 최종적으로 백악관과 조율해 확정한다. 중복을 피하고, 부적절하거나 외교적 파문을 낳을 수 있는 표현은 걸러내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알려졌다.
작전명으로 자주 활용하는 ‘자유’ ‘결의’ ‘정의’ 같은 단어는 군사 행동을 도덕적 선택으로 포장하는 효과를 낸다. 국내 여론을 결집하는 동시에 동맹과 적국에 보내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작명 의도가 노골적인 만큼 군과 정부의 ‘프로파간다(선전)’인 측면이 있다. 고도의 속임수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작전명은 훗날 가족이 언급할 때 자랑스러워할 만한 이름이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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