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도 복불복?…복지부는 ‘풀’지원, 성평등부는 장학금도 힘들다
지원 격차에 사회 출발선 차이
“명백한 불공정, 단일법 제정해야”

부모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시설에 살면서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자립준비청년’이 어느 부처로 배정되느냐에 따라 지원받는 정도가 극명하게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 아동에 대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판단에 따라 입소 기관이 사실상 ‘복불복’으로 배정되면서 같은 처지에 있던 아동·청소년이 청년이 됐을 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서로 다른 출발선에서 사회에 뛰어들게 되는 셈이다.
7일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학대 피해 아동·청소년 신고가 접수되면 시·군·구 소속의 아동보호전문요원이 현장에서 학대의 심각성과 부모의 회복 가능성 등을 판단해 입소 시설을 결정한다. 아동에 비해 의사 표현이 분명한 청소년의 경우 본인 의사도 중요하게 반영된다. 현장 판단에 따라 복지부 산하 아동복지시설 입소 또는 가정위탁이 결정되거나 성평등부 산하 청소년쉼터로 보내진다. 복지부로 배정되면 아동복지법을, 성평등부로 배정되면 청소년복지지원법을 적용받는데 각 법이 지원하는 정도가 다르다 보니 이때부터 자립준비에 격차가 발생한다.
복지부 산하 시설에 입소하는 이들은 보호가 종료되는 만 18세가 되기 5년 이내 월 50만원의 자립수당을 지원받고, 보호종료 이후에도 지자체로부터 1000만원 정도의 자립정착금을 받는다. 보호종료 후 5년 이내의 무주택 자립준비청년에게는 100만원의 임대보증금 등 임대주택 지원이 제공된다.
반면 성평등부 산하 쉼터에 입소가 결정된 이들에게는 월 50만원의 자립지원수당과 자립정착금이 지원되는데, 이 자립정착금은 일부 지역에서만 제공되며 경기에서는 예산 조달 문제로 이마저도 지급이 중단됐다.
기초생활수급 혜택도 다르다. 복지부 산하 시설의 아동·청소년은 보장시설수급자로 등록돼 주민등록을 보장기관으로 변경함으로써 가해 부모의 소득과 분리된다. 또 기초생활 소득 산정 시 자립수당과 정착금이 반영되지 않고 근로소득 60만원이 공제돼 기초생활수급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성평등부 산하 쉼터 입소자도 기초생활 소득 산정 시 같은 기준을 적용받지만, 이는 지난해 겨우 신설된 조항이다. 게다가 성평등부 산하 쉼터의 아동·청소년은 시설수급자가 아니어서 ‘만 30세 미만의 미혼 자녀는 부모와 같은 가구로 규정한다’는 관련법에 따라 부모와 떨어져 있어도 부모의 소득이 잡혀 기초생활수급을 받기 어렵다.
가구 분리 여부는 대학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복지부 산하 시설 아동·청소년은 성적 기준 없이 국가장학금을 신청해 학비 전액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성평등부 산하 쉼터 아동·청소년은 법적으로 부모가 가구원이어서 소득이 연결돼있기 때문에 국가장학금 신청 시 가해자인 부모에게 가구소득 조사 동의를 받아야 한다. 부모가 동의를 거부하면 소득분위 산정조차 불가해 장학금 수령이 사실상 막히는 구조다.
성평등부 산하 쉼터 출신인 정윤서 브릿지유스 대표는 국민일보에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했으나 등록금 부담 때문에 장학금을 주는 대학으로 낮춰 진학해야 했다”며 “쉼터 출신 청년들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대학 진학 대신 플랫폼이나 일용직 노동자로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부처 칸막이가 이런 격차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부처들은 적용되는 법이 달라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와 성평등부 두 부처의 지원 트랙이 이원화돼 있어 현장에서 빈틈이 생긴다”고 말했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청소년쉼터는 원가정이 있는 상태에서 가출한 청소년을 주된 대상으로 하다 보니 인식 차이가 생겨 지원 격차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추정된다”고 전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부모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아이들이 단지 입소 시설과 주무 부처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이라며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기 위해선 국무총리실 산하에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단일법 제정 등을 통해 지원 체계를 표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음쓰 테러에 현관 본드칠… 전국서 동시다발 ‘보복 대행’
- ‘왕사남’ 천만영화 쾌거… 李 “2년만에 이룬 성과” 축하
- 북한도 강력 부동산 정책… 수십만세대 공급폭탄 예고
- 이란 전쟁에 한국인 속속 대피… 중동 각지 피난 행렬
- “이승환 구미 콘서트 취소, 시장이 결정했냐” 질문에 침묵한 공무원들
- 범죄를 놀이처럼… 철없는 허세와 과시욕
- 항공편 취소 3500명 전세기로 데려온다… UAE 원유 긴급 도입
- 확전 치닫는 중동… 유가 쇼크 닥쳤다
- 단전·단수 위기 내몰린 사회주택 청년들
- ‘1000만 감독’ 장항준 “한번도 상상못해…관객이 ‘의의(意義)’ 가치에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