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앞둔 트럼프에 北 행보 주목…마두로 축출·중동전쟁이 던진 과제
중동발 지정학 위기 속 '핵보유국 지위' 공인 노려
트럼프 방중 시점 맞춘 미북 대화 성사 여부 관건

중동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북한이 긴장 수위는 낮추면서도 군사력 과시를 병행하는 이중 포석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쟁 발발 이전에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을 언급하며 대화 여지를 남겼지만, 이후 무력 시위가 한 차례 포착되며 핵 억지력(억제력) 기조를 재확인하는 모습이다.
7일 외교가에 따르면 오는 4월로 거론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최근 행보가 미북 접촉 가능성을 염두에 둔 메시지 관리 차원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시점에 맞춰 미북 대화가 성사될 경우 양측 모두 실리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중동 전쟁과 남미 사태 등 복합 국제 정세 속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를 외교적 성과로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대북 제재 완화와 체제 안정 확보 등을 협상 카드로 제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실제 미북 정상 간 접촉이 성사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달 노동당 제9차 당대회 이후 진행된 열병식에서 핵심 전략무기를 공개하지 않았다. 통상 북한 열병식이 핵·미사일 전력을 과시하는 무력시위의 장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북한은 열병식에서 전략무기 공개를 의도적으로 자제했다. 이후 해상 무력시위를 재개한 것은 최근 중동 전쟁 등 국제 정세 변화를 지켜보며 '강력한 억지력 없이는 체제 안전도 없다'는 메시지를 미국에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초기에는 전략무기 노출을 피하며 상황을 관망하다가,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핵 억지력 과시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외 메시지 기조 역시 이전과 다른 분위기다. 최근 북한의 공식 발표에서는 미국을 향한 극단적인 비난이나 도발적 언사가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기 직전인 지난달 26일 공개된 20~21일 당대회 사업총화 보고에서도 이런 기조가 드러났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쟁 억제 전략'을 다시 강조하며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 미국도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메시지를 내놨다. 다만 중동 전쟁 이후에 북한의 전략무기 실험 발사가 한 차례 포착되며 핵 억지력 기조를 재확인하는 모습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전면전을 불사하며 공습을 단행한 명분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였다. 이를 감안했을 때, 이미 수차례 핵실험을 거쳐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목표로 하는 북한에 대해선 미국의 직접적 경고가 나오지 않는 등 다소 상반된 접근 방식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최근 취역을 앞둔 5000톤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를 찾아 해상 대 지상(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참관하며 해군 전력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해군의 핵무장화는 만족스럽게 수행되고 있다"며 "나는 가장 강력한 해군을 건설할 것이다. 주권 수호를 말이나 글이 아니라 실지 행동 능력, 행동 실천으로 담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북한은 앞서 지난 1월 초 김 위원장 참관 하에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 훈련을 진행하며 핵전쟁 억제력 강화를 강조한 바 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전략적 공격 수단들의 상시 동원성과 그 치명성을 적수들에게 부단히 그리고 반복적으로 인식시키는 것 자체가 전쟁억제력 행사의 중요하고 효과있는 한 가지 방식"이라며 "숨길 것 없이 우리의 이같은 활동은 명백히 핵전쟁 억제력을 점진적으로 고도화하자는 데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그것이 왜 필요한가는 최근의 지정학적 위기와 다단한 국제적 사변들이 설명해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당시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반미 성향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생포해 뉴욕으로 압송한 사건 등 국제 정세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중국을 방문하며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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