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 제2의 전쟁 치르는 美…이란 전쟁, X로 실시간 중계
“미국, 인지전 전술 전례 뒤집어”

미 중부사령부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 공습 이후 X(엑스)를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란 공습 이전에는 일상적인 군사 훈련 등 하루 1개 안팎의 게시물이 전부였는데, 공습 이후에는 하루에도 몇 건씩 게시물이 올라온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인지전의 중요성을 학습했고,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장욱 한국국방연구원 신흥안보연구실장은 8일 “미군이 인지전 대응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가짜 뉴스 차단이나 우호적 여론 형성이 중요하다고 느낀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 등 과거 사례에 대한 교훈이 상당히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중부사령부는 “이란은 탄도 미사일을 계속 발사함으로써 군사, 민간 시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이란이 미군에 미치는 영향력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는 등 이란에 부정적인 게시물을 잇따라 올리며 이란 흠집 내기에 앞장서고 있다. 표적이 되는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전략인 ‘인지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펼치는 인지전은 가짜뉴스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는 과거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 송태은 국립외교원 교수는 “지금까지의 인지전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국가가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식으로 진행이 됐다면, 미국은 정반대로 실재하는 메시지를 통해 군사력을 자랑하듯 보여주고 있다”며 “인지전은 강자가 펼치는 전술이 아니라는 전례를 미국이 뒤집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 세계가 사용하는 SNS가 미 빅테크 기업들의 서비스라는 점도 미국에 우호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X는 지난 3일 전쟁 관련 인공지능(AI) 생성 영상을 출처 표기 없이 게시하는 사용자에게 수익 공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용자가 관련 게시물을 올릴 때는 ‘AI로 제작됨’이라는 표시를 반드시 추가해야 한다. 메타는 하메네이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거세진 인도 자무·카슈미르 지역의 주요 뉴스 매체들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을 일시 중지했다.

반면 러시아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항복을 선언하는 딥페이크 영상이나 우크라이나 영부인의 사치스러운 쇼핑설 등을 유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나치주의자이며 소수민족인 러시아인을 학살할 것이라는 허위 주장도 이어갔다. 지도부의 도덕성을 훼손해 우크라이나에 우호적인 여론을 차단하려는 시도였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서방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글을 퍼뜨려 국제적 지원 여론을 악화시키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에 항복하는 것처럼 조작한 딥페이크 영상도 배포했다.
하지만 주류 SNS를 운영하는 주체가 미 빅테크였던 만큼 러시아의 시도는 번번이 가로막혔다. 러시아가 온라인 허위정보 전략을 전개했지만 미국은 주류 미디어와 SNS를 활용해 러시아 여론 정보를 차단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는 러시아 국영 매체가 광고를 게시하거나 콘텐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금지했다. X는 러시아 국영 매체 계정에 붙어있던 ‘정부 관련 매체’ 라벨을 삭제했다. 영국 정보본부(CGHQ) 정보국장은 “러시아가 정보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러시아의 가짜 뉴스가 힘을 잃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전쟁 상황에 대한 정보가 풍부해지고, 이에 따라 대중이 가짜 뉴스를 분별할 수 있는 눈이 생기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 분별이 가능해지면 그 이후부터는 인지전이 운용될 수 있는 공간이 좁아진다”며 “이란 전쟁도 마찬가지로 전쟁이 장기화하면 미국의 인지전이 불리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당한 명분을 통해 국제사회의 동조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SNS를 통한 인지전의 중요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차정미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지전은 실제로 전쟁을 어떻게 정의하는가를 규정하는 ‘정의 전쟁’이라고 볼 수 있다”며 “얼마나 정의로운 전쟁인지, 정의로운 공격인지 등에 대한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 사회의 동조를 끌어내는 데도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전쟁에서는 가짜 뉴스를 탐지하거나 신속하게 대응하는 사례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또 한편으로는 가짜 뉴스를 활용해 전쟁에서의 심리적 우위를 확보하고자 하는 시도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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