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한일전 중에 제일 잘 싸웠다, 그래서 더 아쉽다...류지현호, 일본전 11연패 못 막았다 [더게이트 WBC]

배지헌 기자 2026. 3. 7.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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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 아끼고도 중반까지 동점...7회 불펜 붕괴가 패인
-오타니·스즈키·요시다 홈런 4방에 김혜성 동점 투런으로 응수
-8일 타이완전, 본선 진출 가를 분수령
2점 홈런을 날린 김혜성(사진=KBO)

[더게이트=도쿄돔]

류현진도, 데인 더닝도, 곽빈도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조병현, 손주영, 고우석 등 호투하던 투수들도 일찌감치 교체했다. 타이완전을 대비해 필승 카드를 아끼는 전략적 선택이었다. 그러고도 세계 최강 일본 상대로 6회까지 동점을 유지했고, 이길 수 있는 기회도 만들었다. 잘 싸웠기에, 그만큼 더 아쉬운 패배다.

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C조 2차전에서 한국은 영원한 라이벌 일본에 6대 8로 역전패했다. 이날 패배로 2015년 WBSC 프리미어12 준결승 이후 프로 최정예 선수들이 출전한 국제대회에서 일본 상대 성적은 1무 11패가 됐다. 작년 열린 K-베이스볼시리즈 평가전을 제외해도 최근 10연패다.

초반 분위기는 한국이 주도했다. 선두 김도영의 좌전 안타와 저마이 존스의 중전 안타로 무사 1·3루를 만들었고, 이정후의 좌전 안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2사 1·2루에서 문보경의 타구가 좌중간을 갈랐다. 순식간에 3대 0. 기쿠치 유세이를 상대로 빠른 카운트 승부 전략이 제대로 맞아떨어진 출발이었다.
경기후 기자회견에 나온 오타니(사진=WBC)

오타니·스즈키·요시다, 한 이닝에 연속 홈런

일본도 바로 반격했다. 1회말 선두 오타니 쇼헤이의 볼넷 뒤 스즈키 세이야가 우월 투런포를 쏘아올리며 따라붙었다. 균형이 깨진 건 3회. 오타니가 고영표의 커브를 우중간 담장 너머로 날려 동점 솔로포를 꽂았고, 스즈키가 백투백 홈런으로 역전을 만들었다. 바뀐 투수 조병현을 상대로 요시다 마사타카까지 우월 홈런을 추가했다. 오타니·스즈키·요시다. 메이저리거 세 명의 홈런이 한 이닝에 연달아 터지며 5대 3 역전.

선발 고영표는 2.2이닝 동안 피홈런 3개에 4실점으로 강판됐다. 이날 일본 타선을 겨냥해 평소 잘 안 던지던 커브를 자주 구사하고 공을 낮게 던지려 노력했지만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고영표는 경기 후 "볼넷을 허용하면서 영점 잡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커브를 던지다 안타를 많이 맞은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한국도 포기하지 않았다. 4회초 김주원이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1사 1루에서 9번 타자 김혜성이 이토 히로미를 상대로 우중간 펜스를 넘기는 동점 투런포를 터뜨렸다. 배트를 시원하게 돌린 김혜성은 마치 홈런타자처럼 배트플립과 타구 감상을 한 뒤 비행기 세리머니로 더그아웃 분위기를 달궜다. 5대 5. 이후 7회초까지 경기는 팽팽한 접전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7회말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박영현이 마키 슈고에게 볼넷을 내주며 포문이 열렸고, 2사 3루에서 일본 관중들의 야유를 감수하며 오타니를 자동고의4구로 내보냈다. 여기서 좌완 김영규가 마운드에 올랐지만 영점을 잡지 못하고 곤도 겐스케에게 볼넷, 스즈키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잇달아 허용하며 5대 6 역전을 내줬다.

세 타자 상대 규정 탓에 제구가 흔들려도 교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요시다의 2타점 중전 적시타까지 터지면서 8대 5로 일본이 앞서 나갔다. 류지현 감독은 "체코전에서 김영규 투구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고, 상위 타순에서 위기를 끊어줄 투수로 김영규라고 생각했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류지현 감독(사진=WBC)

8회 마지막 기회, 김혜성 삼진으로 끝

한국은 8회초 마지막 반격에 나섰다. 이정후의 2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문보경의 볼넷에 이어 김주원의 중전 적시타로 1점을 만회했다. 2사 만루, 타석엔 4회 동점 투런의 주인공 김혜성이 들어섰다. 그러나 마쓰모토 유키의 낮은 속구에 경기 내내 좀처럼 올라가지 않던 구심의 손이 올라갔다. 선채로 삼진. 이날 일본 투수진이 한국 타선에서 뽑아낸 삼진은 15개였다.

이바타 히로카즈 일본 감독은 "선취점을 주면서 힘든 경기 운영이었다. 그다음 이닝 곧바로 점수 뽑은 게 좋았다"고 했다. 오타니는 "양 팀 모두 훌륭한 경기였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였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이날도 2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 2볼넷으로 펄펄 날았다. 한국 타선에서는 존스와 이정후가 2안타씩 때렸고, 문보경과 김혜성이 2타점을 챙겼다.

최근 한일전에서 일방적으로 압도당하는 경기가 많았던 한국은 이날 비교적 대등하게 라이벌다운 승부를 경기 내내 펼쳤다. 만약 에이스급 투수를 한둘 투입하거나 조병현·손주영·고우석을 좀 더 긴 이닝 던지게 했다면 결과는 달랐을 지도 모른다. 일본(7개)보다 많은 안타수(9개)가 말해주듯 타자들은 충분히 제몫을 다했다. 류지현 감독은 "체코전부터 좋았던 공격력이 1회초에도 연결성이 있었다"며 남은 경기 준비를 다짐했다.

8일 정오, 같은 도쿄돔에서 타이완전이 기다린다. 타이완은 첫 두 경기 연패 뒤 체코전 대승으로 1승 2패를 기록 중이다. 1승 1패의 한국은 타이완을 잡은 뒤 9일 호주전까지 승리해야 8강 토너먼트 진출이 열린다. 전략적으로 아껴둔 카드들을 꺼내들 차례다. 그래야 이 일본전 패배의 아쉬움이 비로소 설득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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