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무슨 학교길래 강남 학부모들이 앞다퉈 보내고 싶어 할까"

이영광 2026. 3. 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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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광의 '온에어' 408] EBS <다큐프라임> 김한중 PD

[이영광 기자]

 지난 2일 방송된 EBS <다큐프라임> '학교는 사라지는가'
ⓒ EBS
저출생과 수도권 집중 문제로 인해 지역의 초중고가 잇따라 폐교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서울에서도 폐교되는 학교가 있다. 학교 폐교를 단순히 학령 인구 감소로만 봐야 하는 것일까?

지난 2일 EBS <다큐프라임>은 '학교는 사라지는가' 편을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전북 완주군의 화산중학교와 전의초등학교 사례를 통해 학교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담았다. 지난 4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EBS 사옥에서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김한중 PD를 만났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학교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작년 9월 방송했던 <다큐프라임> '계층 사다리는 끊어졌나'는 교육 격차에 대한 내용인데 서울 강남의 사교육 특구라고 불리는 대치동 인근에서 학부모 인터뷰를 하다가 그분이 화산중을 얘기하셔서 그때 처음 알게 됐어요. 도대체 무슨 학교길래 강남에 있는 학부모들이 앞다퉈 보내고 싶어 할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그 학교를 깊이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즈음 국가데이터처 장래인구추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2070년까지 우리나라 인구를 예측해 보는 논문이 나왔어요. 서울대 경제학과 이철희 교수님이 쓴 논문이에요. 앞으로 인구 변화에 따라 교육은 어떤 변화를 맞게 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읽었는데 그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었어요."

- 어떤 부분이 충격적이었어요?

"2030년대 중후반까지 앞으로 한 10여 년 동안 학령 인구가 지금 기준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 구간을 맞는 거예요. '이렇게 줄어드는데 교육 재정은 줄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는 게 문제가 있지 않나'라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논문이었어요. 앞서 본 화산중 사례와 함께 이 아이템을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제목이 '학교는 사라지는가'인데 물음표가 없잖아요. 이유가 있을까요?

"학교는 사라지는가라고 하면 긍정일 수도 있고 부정일 수도 있고 하죠. 그래서 학교가 사라지는 현상을 놓고 다양한 얘기를 할 수 있는 제목으로 잡은 거고요. 사실 내용도 학교가 사라지는 추세 속에서 그래도 살아남은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의 노력으로 지켜내고 있는 학교 등 여러 학교가 있으니까 이런 노력이라면 학교가 사라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연결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제목을 그렇게 잡았습니다."

- 이게 지역 소멸 그리고 출산율과 연계된 거잖아요.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었나요?

"저출산 이슈로 지역의 학교가 사라지고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을 국민들이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지금은 약간 특별한 감수성 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지 현장에 계시는 선생님들 목소리가 궁금했어요. 이것은 지역 소멸의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집중이 더 큰 문제라는 게 선생님들의 문제의식이었습니다."

- 폐교된 충북 괴산군 추산초로 시작했잖아요. 왜 이렇게 구성했나요?

"폐교가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주된 촬영지가 전북과 충남, 세종 쪽이었어요. 그래서 세종하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폐교 현황을 살펴봤어요. 폐교 중에서 또 다른 용도로 바뀐 경우도 꽤 있어요. 그런데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방치돼 있는 학교를 찾다 보니 추산초를 찾게 됐어요. 그래서 가봤는데 의외로 굉장히 깔끔하게 보존되고 있었어요. 알아보니 학교 바로 옆에 이장님이 살면서 학교를 계속 관리하고 계시더라고요."

- 모교가 없어진다는 게 어떤 걸까요?

"이분은 너무 안타까워하시는 거예요. 거기 졸업생이면서 이장이거든요. 한때 수백 명이 와글와글 다니던 학교였는데 지금은 너무 오랫동안 버려져 있다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안타깝대요. 학교가 마을 한가운데에 있어요. 그런데 버려져 있으니 마을 전체가 활력이 없어지고 안 좋아진다고 생각하세요.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학교를 다른 용도로 살리고 싶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어쨌든 모교가 사라진다는 건 굉장히 큰 아쉬움으로 남는 것 같아요."

학교가 잘되면서 이주하는 가구가 많아져

- 지역에 좋은 학교가 있으면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나 봅니다. 화산중이 완주에 있으니 경제가 살아나는 것 같던데.

"저도 그게 궁금했어요. 그 동네에서 주유소를 운영하고 계시는 전 화산면장님에게 여쭤봤어요. 그분 하는 말씀이 이 학교가 잘되면서 화산면으로 이주하는 가구가 많아졌다는 거예요. 지금 지역에 가면 빈집이 문제잖아요. 근데 여기는 빈집이 거의 없고 심지어 빈터에 새로 집을 짓는 경우도 많이 생긴대요. 그 이유는 전국 각지에서 이 학교를 보내기 위해 이사를 오는 거죠. 화산면 내에 있는 초등학교 출신은 모두 화산중을 가게 돼 있거든요."

- 외지에서 화산중 입학 때문에 온 사람들은 학생이 졸업하면 떠날 거 아닌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인구가 모여드는 건 굉장히 고무적인 거라고 얘기해요. 화산중 이사장님에 따르면 지금 고등학교 설립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해요. 그리고 학생들이 나가서 공부하다가도 다시 이 지역사회를 위해서 봉사할 수 있죠. 인재를 키우고 싶어 하는 계획이 있더라고요."

- 화산중 같은 경우는 수업료가 고액일 것 같거든요.

"수업료는 의무 교육이니 무료죠. 기숙사비와 방과후 수업료 정도를 받더라고요."

- 자립형 학교와는 다른 건가요?

"여기가 자율 중학교거든요. 자율 중학교의 특징이 학교 운영이나 예산 집행, 그리고 수업 등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학교인 거예요. 모집도 동네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 전국 단위의 모집을 할 수 있는 학교더라고요. "

- 화산중 다니는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나 봐요?

"그렇더라고요. 화산중의 두 가지 핵심적인 특징이 기숙형과 수준별 수업이거든요. 프로그램에도 두 케이스가 나오잖아요. 외동아이의 사회성을 키워주기 위해 부모의 품을 떠나 전국에서 모인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사회생활 할 수 있을 것 같아 보냈다는 가족이 하나가 있고요. 또 한 가족은 수준별로 수업해 주니 그게 좋아서 보냈다는 부모도 있죠. 일단 들어간 학부모들은 대부분 다 좋아하는 분위기인 것 같더라고요."

- 수준별 수업하면 교사들이 힘들 것 같아요.

"인터뷰에도 나오지만, 일반 중고등학교에서 하시던 선생님이 여기 오셔서 너무 힘들다고 얘기하는 분 계시잖아요. 일반 중학교는 선생님 입장에서는 수업 준비를 한 가지 해서 여러 반을 똑같이 수업했죠. 하지만 여기는 모든 반의 수준이 다 다르니까 하나를 준비하면 그 한 시간만 쓸 수 있고 그다음 시간에는 또 다른 준비를 해야 해서 일이 몇 배가 더 많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 한 반에 학생이 몇 명 정도인가요?

"수준이 낮은 기초반 같은 경우에는 5명 정도가 되는 것 같아요. 수준별로 인원수가 다 달라요. 예를 들어 알파벳도 모르는 학생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럼 그 친구들은 집중적으로 케어하는 거죠."

- 화산중은 시골이라 학원 못 보내잖아요. 요즘은 사교육이 중요한데 어떻게 한다고 하나요?

"학원을 보낼 수 없는 환경이고 학교 내에서만 기숙사 생활을 하잖아요. 그러니까 이 학교에서는 철저히 자기주도 학습을 몸에 익히도록 하는 것 같아요. 보충 수업도 꽤 있고 자율학습 시간도 밤늦게까지 하더군요.

그런 분위기다 보니까 아이들이 서로에게 영향받는 거죠. 학교 말고는 대안이 없잖아요. 결국 그 안에서 스스로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보니 3년 동안 다니다 보면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게 몸에 밴다고 설명하시더라고요. 물론 아이들이 금요일 오후 되면 집으로 가잖아요. 주말을 이용해서 학원에 다닐 수는 있겠죠."

고정관념 탈피하면 가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BS <다큐프라임> '학교는 사라지는가'의 한 장면
ⓒ EBS
- 교사 토크 들어보니 서울에도 폐교가 있다는 게 충격이던데.

"그렇더라고요. 서울도 노령층이 많이 모여 살거나 아니면 오래된 동네라던가 변두리에 있는 오래된 동네의 경우에는 폐교 사례가 꽤 나오고 있더라고요."

- 한 선생님 말이 유치원 상대로 영업한다잖아요.

"저도 거기까지는 몰랐어요. 선생님 말에 따르면 학생 한 명이 오느냐 마느냐에 따라 학급의 유지가 갈리니까 한 명이라도 더 학교에 끌어들이기 위해 그런 식으로 이른바 '영업한다고 하더라고요."

- 아이 한 명을 마을이 키운다는 말이 있잖아요. 세종시 전의면에 있는 전의초등학생이 그런 거 같아요.

"맞습니다. 전의면에 초등학교가 원래 5개가 있었대요. 근데 지금은 마지막 하나 남은 학교인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이 마을 주민 입장에서는 마지막 하나 남은 학교를 꼭 살려 지켜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의기투합 된 사례였죠."

- 마을 학교는 뭔가요?

"마을 주민들이 선생님이 돼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거죠. 학교 바로 옆에 마을교육지원센터라는 건물이 있더라고요. 거기에서도 수업이 진행되고 어떤 경우에는 마을 학교 선생님들이 학교에 들어가서 수업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학교가 울타리 안에 국한된 게 아니라 마을로 확장된 느낌인 거죠."

- 학생들은 뭐라고 하나요?

"학생들은 좋아하죠. 엄마가 와서 수업하기도 하고 그 마을에 익숙한 분들이 와서 선생님이 되기도 하니까 아이들한테도 뭔가 좀 안정감이라고 할까요? 그런 거를 주고 있는 것 같아요."

- 학생 수가 줄어 폐교되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근데 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맞습니다. 화산중도 한때 폐교 위기까지 몰렸던 학교였다고 해요. 그때 이사장님이 이렇게 폐교가 되게 내버려둘 수는 없다고 해서 기숙사와 체육관을 짓고 커리큘럼도 바꾸고 수준별 수업을 할 수 있는 준비도 하면서 조금씩 입소문을 타서 지금 이렇게 인기가 좋은 학교로 탈바꿈이 된 거죠. "

- 지자체도 같이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럼요. 그래서 세종 전의초 같은 경우 지자체, 교육청, 학교, 지역의 시민단체가 다 똘똘 뭉쳐 있는 거거든요. 지자체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죠."

- 제작하며 느낀 점은 뭘까요?

"지역이 갖고 있는 장점이 분명히 있거든요. 그렇다면 지역에 오히려 더 많은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도시 중심 서울 중심 수도권 중심 그리고 주변에 반드시 학원이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면 지역에서도 어떤 가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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