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반대단체 "구럼비 발파 14주년, 망각에 저항 몸부림 계속될 것"

강정일상저항행동과 강정마을해군기지 반대주민회는 2012년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의 시작을 알리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안가 구럼비 바위 발파공사 관련 충돌사태가 빚어진지 14주년을 맞아 성명을 내고 "망각에 저항하는 강정의 몸부림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2년 3월7일 새벽, 정부는 대규모 경찰력을 투입해 저항하는 강정주민들을 강제 진압하고 대규모 연행하며 해군기지 건설공사를 강행했다. 해군기지 반대 주민들과 단체들은 이날을 '구럼의 날'로 정하고, 저항 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강정일상저항행동과 반대주민은 "구럼비를 잃어버리고 난 후 구럼비는 강정마을 해안 전체를 이루고 있던 거대한 너럭바위에서, 오래전부터 이 땅과 바다를 일구어 살아냈던 민중들의 터전에서, 무엇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래전 정다웠던 이웃들과, 단란했던 그때 강정마을의 풍경을 잃어버렸지만, 우리는 잃어버린 것들의 이름을 세는 것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며, 돌아오길 바라는 존재들을 소리 내어 불러낼 것이며, '구럼비야 일어나라'고 외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투쟁을 이어갈 것임을 천명다.
이들 단체는 "이제 강정은 바다로 연결된 평화 운동의 현장이 되어 지난날의 싸움과는 또 다른 흔적들을 남기며 부딪치고 있다"며 "2026년 3월 7일 구럼비 기억의 날을 맞아,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의 이름을 되새기며, 전쟁을 부추기는 자본의 논리와 착취와 차별의 구조에 반대하며 행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3. 7 구럼비 기억의 날 성명 전문>
망각에 저항하는 강정의 몸부림은 계속된다
우리는 구럼비를 기억한다. 우리의 투쟁은 기억 투쟁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가 구럼비를 잃어버리고 난 후 구럼비는 강정마을 해안 전체를 이루고 있던 거대한 너럭바위에서, 오래전부터 이 땅과 바다를 일구어 살아냈던 민중들의 터전에서, 무엇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되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신성함, 우정,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기, 서로에게 기대는 공동체, 찢어지고 깨어지고 철썩이는 갖가지 움직임, 움트는 봄과 포개지는 겨울 속에서 태어나는 생명력. 전쟁을 부추기는 자본의 논리와 착취 구조 아래서 이러한 '구럼비'들은 빠르게 짓밟혀졌다. 그래서 우리는 구럼비를 잃었지만. 구럼비에서 살아가던 '붉은발말똥게'와 '새뱅이', '맹꽁이', '층층고랭이'를 잃었지만, 강정 앞바다에서 무리 지어 유영하던 '남방큰돌고래'를 잃었지만, 방대한 '연산호' 군락을 잃어가고 있지만, 돈다발이 휘날리는 개발과 이윤의 소용돌이 속에서 오래전 정다웠던 이웃들과, 단란했던 그때 강정마을의 풍경을 잃어버렸지만. 우리는 잃어버린 것들의 이름을 세는 것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돌아오길 바라는 존재들을 소리 내어 불러낼 것이다. '구럼비야 일어나라'고 외칠 것이다.
해군기지 준공 이후로 강정은 끝난 싸움이 아니냐고들 한다. 그러나 끝을 정하는 것은 파괴가 아니라 저항의 힘이어야 한다. 제주해군기지에는 국제 군함이 지속해서 입항하고 있다. 지난 2월 23일에는 미 대중국 아시아 태평양 전략의 핵심 국가인 호주의 전투함 "투움바"가 입항했다. 투움바의 입항은 제주해군기지가 미국의 전초기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2월 10일에는 군-한화-제주도정이 합작으로 해상 발사를 시행할 해상 발사대가 기지에 입항했다. 해상 발사대 입항은 기지가 군과 기업중심으로 재편되는 지역경제, 즉 재앙의 근원임을 입증한다. 해군기지 앞에서 계속되는 일상 저항 행동은 이를 좌시하지 않고 싸움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노라 알려준다. 일상 저항 행동은 끈질기게, 촘촘하게 이어진다. 돌을 깎는 마음으로, 찢긴 현수막을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는 마음으로 우리는 매일의 장면을 만들어 내고 있다. 오전 7시에는 백배를, 오전 11시에는 천막 미사를 한다. 낮 12시에는 인간띠잇기를 하고 할망물 식당에서 함께 식사한다. 우리가 반복하는 일상 저항 행동은 투쟁을 이끄는 구심점이 된다. 이곳에 존재하며 춤추고, 단단해지고 고통받는 몸들이 손을 맞잡는다. 구럼비 위 거대한 콘크리트판을 뒤집는 상상을 하며, 둥글게 돌아간다.
우리는 이 세상의 땅과 바다에서 지키고, 빼앗기고, 부딪히고, 얻어맞고, 살해되고 소멸되는, 그럼에도 있는 힘을 다하여 주먹을 쥐고 일어나는, 커다란 용기를 가진 세계의 민중들과 연대한다. 우리는 국경이 단지 경계를 짓고 잇속을 챙기는 이들의 발명품일 뿐이라고 믿는다. 전쟁이 가르는 경계를 연대가 지워낼 것이다. 우리는 동아시아에서 폭발적으로 촉진되고 있는 군사화를 막아내기 위해 오키나와, 대만의 민중들과 더 긴밀히 협력하고 연대할 것이다. 세계 곳곳의 섬들이 가진 아름답고 고유한 생태를 파괴하며 지어지고 있는 기지를 폐쇄하기 위한 움직임에 함께할 것이다. 식민 지배와 집단학살로 고통받는 팔레스타인을 향한 관심과 지지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제국주의를 반대하고 민주화를 위해 일어난 이란의 민중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만들어낼 연대는 결국 평화가 무엇인지 대답하는 과정에 있을 것이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느 궂은 날의 인간띠잇기, '아무도 죽이지 마라'는 문구가 적힌 깃발이 쉴 새 없이 펄럭댄다. 강정은 여전히 투쟁하고 있다. 어느 날 어느 틈엔가 해군기지가 부서지는 날, 구럼비가 숨 쉬게 될 날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제 강정은 바다로 연결된 평화 운동의 현장이 되어 지난날의 싸움과는 또 다른 흔적들을 남기며 부딪치고 있다. 2026년 3월 7일 구럼비 기억의 날을 맞아,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의 이름을 되새긴다. 그리고 전쟁을 부추기는 자본의 논리와 착취와 차별의 구조에 반대하며 행동해 나갈 것을 다짐한다.
2026 3.7 구럼비 기억의 날
강정일상저항행동, 강정마을해군기지 반대주민회
Copyright © 헤드라인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