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넘기로 '세계 1위' 찍고 대학 특기생 진학... "아시아 여성 최초예요"
[심규상 대전충청 기자]
|
|
| ▲ 이은서 선수가 2025년 세계줄넘기연맹에서 주최한 세계줄넘기선수권대회(IJRU)에서 프리스타일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
| ⓒ 세계줄넘기연맹(IJRU) |
하지만 그 가느다란 줄 하나를 손에 쥐고 전 세계 최정상에 우뚝 선 한 선수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줄넘기에 대한 편견은 산산조각 난다.
생활스포츠가 아닌 '전문 스포츠'로서의 줄넘기는 결코 만만한 세계가 아니다. 30초 안에 모든 폭발력을 쏟아붓는 '단거리 스프린트'부터, 심장이 터질 듯한 한계를 3분간 견뎌내야 하는 지구력 싸움, 그리고 고난도 트릭과 댄스를 결합한 '프리스타일'까지.
이은서 선수(19). 그는 이 모든 가혹한 과정을 뚫고 세계 최고 권위의 IJRU(세계줄넘기연맹) 세계줄넘기선수권대회에서 '시니어 개인 종합우승' 2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기술 난도와 기록 면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들이 모인 대회에서 우승한 것이다.
'줄넘기 줄 안에는 체력, 기술, 집중력, 그리고 멘탈이 모두 담겨 있다'는 그는 자신의 실력을 입증하며 올해 대학교 레저스포츠학과에 입학했다. 대학에서 줄넘기의 가치를 알리는 국가대표 시범단 활동을 병행하며, 선수로서 국제 무대 경쟁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그의 단기적 목표다.
나아가 줄넘기 엘리트 선수 육성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줄넘기가 단순한 특기를 넘어 하나의 '당당한 진로'로 인정받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그의 최종적인 꿈이다.
아시아 여성 선수로서는 최초의 기록.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겠다는 욕심과 꾸준한 반복이 결국 현실이 됐다'는 이은서 선수. 그의 줄 하나에 담긴, 지독했던 땀의 기록을 인터뷰로 정리했다.
|
|
| ▲ 이은서 선수가 2025년 세계줄넘기연맹에서 주최한 세계줄넘기선수권대회에서 프리스타일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
| ⓒ 세계줄넘기연맹(IJRU) |
"저는 어릴 때부터 활발한 성격이어서 운동은 늘 제 일상이었다. 다양한 종목을 접했지만, 그중에서도 줄넘기는 저에게 가장 큰 흥미를 느끼게 해준 운동이었다. 줄넘기는 다른 운동과 달리 오직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점이 인상 깊었다. 내가 노력한 만큼 기록과 실력으로 증명된다는 사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그때부터 점점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줄넘기에 진지하게 임하게 됐다.
- 취미에서 시작한 운동이 '선수의 길'로 바뀐 결정적인 순간은 언제였나?
"운동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세운 목표가 줄넘기 국가대표였다. 그 목표를 향해 오직 한 방향만 바라보며 훈련을 이어갔다. 어느 순간 제가 그리는 미래 속에는 항상 줄넘기가 중심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 종목에 진심이구나'라는 확신이 들었고, 그때 선수의 길을 선택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 보통 줄넘기라고 하면 '수행평가'나 '다이어트'를 떠올리는데, 전문 줄넘기 학원에서의 훈련은 일반적인 줄넘기와 무엇이 다른가?
"많은 분들이 줄넘기를 단순 반복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전문 줄넘기는 완전히 다르다. 전문 선수 훈련은 30초·3분 스피드 경기 훈련, 프리스타일 안무 구성, 고난도 기술 트릭 연습, 근력·지구력·순발력 강화, 음악과의 완성도 훈련 등으로 체계적으로 이뤄진다. 특히 프리스타일은 체조와 댄스를 결합한 종목에 가깝다. 단순히 많이 뛰는 것이 아니라 기술 난도와 예술성, 구성력까지 평가받는다. 줄넘기는 '놀이'가 아니라 체력·기술·예술성을 모두 요구하는 고난도 종합 스포츠다."
- IJRU(세계줄넘기연맹)에서 주최한 세계줄넘기선수권대회에서 연이어 두 번이나 시니어 개인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를 소개해 달라.
"세계줄넘기선수권대회는 국제 줄넘기 기구인 IJRU가 주최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 무대다. 2년에 한 번 열리는데, 각국에서 예선과 선발 과정을 거친 최정상급 국가대표 선수들만 출전할 수 있다.
특히 시니어 부문은 기술 난도와 기록 면에서 가장 치열한 카테고리다. 개인 경기는 30초 스피드, 3분 스피드, 개인 프리스타일로 구성된다. 이 세 종목의 점수를 합산해 종합 순위를 결정한다. 단순한 기록 경쟁을 넘어 기술 난도와 완성도, 표현력까지 함께 평가하는 종합 스포츠 무대다. 여기서 2023년과 2025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아시아 여성 선수로서는 최초였다."
- 대회 평가 방식이 30초 속도, 3분 속도, 프리스타일 합산인데 각 종목이 요구하는 핵심 역량이 무엇인가.
"30초 스피드는 짧은 시간 안에 최대 횟수를 기록해야 하는 경기다. 폭발적인 순발력과 빠른 발 스피드가 핵심이며, 리듬을 유지하는 정확성과 집중력이 중요하다. 3분 스피드는 긴 시간 동안 기록을 유지해야 하므로 강한 심폐지구력과 멘탈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체력과 정신력이 동시에 요구되는 종목이다. 프리스타일은 고난도 기술 수행 능력뿐 아니라 구성력, 음악 해석력, 표현력까지 평가받는다. 결국 줄넘기는 속도, 지구력, 기술, 예술성을 모두 갖춰야 하는 스포츠다."
- 30초는 폭발적인 스피드가, 3분은 엄청난 지구력이 필요할 것 같다. 훈련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고비는 언제였나.
"가장 힘들었던 고비는 기록이 오르지 않던 정체기였다. 특히 30초 종목은 1~2개 차이로 순위가 갈리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다. 3분 종목은 체력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멘탈 싸움이었다. '여기서 멈추고 싶다'는 순간을 계속 이겨내야 했다. 슬럼프 시기에는 아무리 훈련해도 기록이 그대로일 때가 있었고, 그때는 몸보다 마음이 더 힘들었다. 하지만 그 시간을 버티면서 줄넘기는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 고비를 넘기고 나서 기록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그 과정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 '프리스타일' 종목은 예술성도 중요해 보인다. 은서 선수만의 기술이나 자신 있는 퍼포먼스가 있다면 설명해 달라.
"프리스타일은 기술 난도뿐 아니라 연결 구성, 음악 해석, 표현력, 실수 여부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나의 가장 큰 강점은 파워다. 여성 선수이지만 남성 선수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힘과 스피드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경쟁력이다. 남들이 잘 시도하지 않는 동작을 연구해 나만의 시그니처 기술을 만들고, 기술 사이가 끊기지 않도록 구성에 많은 신경을 쓴다. 음악의 강약에 맞춰 스피드를 조절하며 흐름을 완성하는 부분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
|
| ▲ 이은서 선수가 2023년 세계줄넘기연맹에서 주최한 세계줄넘기선수권대회(IJRU)에서 프리스타일 퍼이널전에 출전해 경기를 하고 있다. |
| ⓒ 세계줄넘기연맹(IJRU) |
"전광판에 최종 순위가 확정되는 순간에는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우승이라는 결과가 눈앞에 있었지만, 기쁨보다 오히려 멍한 감정이 더 컸다. 하지만 팀원들과 지도자분들, 응원해 주신 분들의 축하를 받으며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이 따라왔을 때는 기쁨과 동시에 부담감도 느꼈다. 아직 온전히 완벽한 선수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실력을 키워 다시 한번 제대로 증명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그 우승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된 순간이었다."
- 현재 국내에서 줄넘기를 전문선수(엘리트 선수)를 목표로 활동하는 인원은 얼마나 되나?
"정확한 수치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전국적으로 엘리트 선수 과정을 밟는 인원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생활체육 인구는 많지만 국제 대회를 목표로 전문적으로 훈련하는 선수층은 아직 상대적으로 소수다. 그만큼 경쟁은 치열하지만 성장 가능성도 큰 분야라고 생각한다."
- 은서 선수가 생각하는 '줄넘기만이 가진 독보적인 매력' 세 가지를 꼽는다면?
"첫째, 기록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숫자로 바로 나타난다. 둘째, 속도와 예술성을 동시에 갖춘 스포츠라는 점이다. 기록 경기이면서도 '나만의 색'을 표현할 수 있다. 셋째, 단순한 장비로 세계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점이다. 줄 하나로 시작하지만 그 안에는 체력, 기술, 집중력, 멘탈이 모두 담겨 있다.
- 줄넘기 실력을 인정받아 대학교 레저스포츠학과에 입학했다. '줄넘기 특기생'이라는 길이 생소한 후배들에게 본인의 입학 사례가 희망이 될 것 같다. 같은 꿈을 갖고 있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기본기와 꾸준함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고난도 기술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인 스피드와 정확성이 바탕이 돼야 하나. 또한 자신만의 색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남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자신의 강점을 발전시키는 것이 오래간다. 줄넘기를 단순한 특기가 아니라 전문 스포츠로 생각하고 준비한다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고 믿는다."
- 대학에서 국가대표 시범단 활동을 병행한다고 했는데 시범단 활동은 일반 선수 활동과 어떤 점이 다른가?
"국가대표 시범단은 경기 결과를 위한 활동이라기보다 줄넘기의 가치를 알리는 역할이 크다. 일반 선수 활동이 기록과 순위를 위한 경쟁이라면, 시범단은 퍼포먼스 완성도와 전달력이 중요하다. 국내외 행사와 국제 교류 무대에서 공연을 통해 줄넘기의 수준을 보여주는 활동이다."
- 이후 목표나 꿈은?
"선수로서 국제 무대 경쟁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단기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지도자가 돼 엘리트 선수 육성 시스템을 더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고 싶다. 줄넘기가 진로로 인정받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 저의 최종적인 꿈이다."
- 마지막으로 은서 선수에게 '줄넘기'란 무엇인지 한 문장으로 답한다면?
|
|
| ▲ 이은서 선수가 2023년 세계줄넘기연맹에서 주최한 세계줄넘기선수권대회(IJRU)에서 시니어 부문( 최고 난도의 기술과 세계 정상급 기록이 나오는 카테고리)에서 아시아 여자선수로는 최초로 개인종합순위 1위를 차지했다. |
| ⓒ 세계줄넘기연맹(IJRU)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50m 차량 행렬... 퇴근길 서울 최저가 주유소 '기다리다 포기'
- '불출마' 천창수 교육감 "젊은 사람들 많으니 비켜주려고"
- 시각 장애인도 '왕사남'을 관람했습니다, 그런데요
- "북한 김정은, 이란에 미사일 지원 선언" 거짓
- 송영길과 껄끄러운데 김남준은 왜 계양을 고집할까
- 대구, 국힘에 등 돌렸다? 김부겸 대구 출마의 마지막 고민
-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추정 뼛조각 7점 추가 발견... 유가족 "초기 부실 수습"
- 호르무즈발 유가 비상에 미국 "러 원유 제재 추가완화 가능"
- 수중수색 몰랐다? 특검, 채해병 사고 직후 임성근 통화 공개
- "북한 김정은, 이란에 미사일 지원 선언" 거짓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