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스타가 피 흘릴 때, 법은 누구의 상처를 위로하는가 [이용해 변호사의 엔터Law 이슈]

“플레이브 XXXX”, “본체 존못.”
가상의 캐릭터를 향해 날린 욕설이 실제 손해배상 판결로 돌아왔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2025년 5월,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의 아바타를 향한 악성 게시물이 그 아바타를 연기하는 실제 인간에 대한 모욕에 해당한다며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항소심 역시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메타버스 시대, 아바타에 대한 공격이 현실 인간의 법리적 피해로 인정된 의미 있는 첫 판례다.
하지만 이 판결은 ‘아바타 뒤에 사람이 있을 때’라는 단 하나의 전제에만 답하고 있다. 만약 그 뒤에 사람이 아예 없다면 어떨까. AI(인공지능) 모델이 광고를 찍고, AI 배우가 드라마에 출연하며, 순수 AI 인플루언서가 수백만 팔로워와 소통하는 지금, 이들을 향한 비방과 명예훼손은 법적으로 어떻게 다루어져야 할까.
카메라 뒤에서 창작자의 땀방울을 지켜보던 전직 PD이자, 이제는 법정에서 권리를 다투는 변호사로서 필자는 이 질문 앞에서 세 가지의 다른 장면을 떠올린다.
사람이 디지털 껍데기를 입고 있을 때

다만 아쉬운 점은 배상액이다. 판결이 인정한 위자료는 멤버 1인당 단 10만 원이었다. 게시한 글의 내용과 표현의 수위, 불법행위의 정황 등을 고려한 판결이라고 하지만, 고척 스카이돔을 매진시키고 아시아를 호령하는 그룹이 입은 정신적 피해와 산업적 규모를 생각하면 너무나 뼈아픈 액수다. 가상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규모에 걸맞은 현실적인 위자료 산정 기준이 시급하다.
인간의 분신이 홀로 일하고 있을 때

2023년 할리우드 대파업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었다. 배우의 디지털 복제물이 무보수로 영구히 노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명시적 동의와 보상을 계약에 의무화했다. 대형 에이전시들은 AI 스타트업과 손잡고 소속 배우의 디지털 자산이 무단 유통되지 않도록 방어막을 쳤다. 디지털 레플리카에 대한 모욕이나 훼손은 곧 원본 인간의 퍼블리시티권과 인격권 침해로 이어진다는 논리가 성립한 것이다. 반면 한국의 표준계약서에는 아직 관련 조항조차 미비하다. 할리우드가 피 흘려 쟁취한 권리를 우리는 이제야 논의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

그렇다면 이곳은 법의 사각지대일까. 두 가지 우회적 접근이 시작되고 있다. 하나는 소비자 보호의 관점이다.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주는 AI 합성 퍼포머를 광고에 사용할 때 이를 반드시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올해 6월부터 시행되는 이 법은, AI의 인격권이 아니라 소비자가 기만당할 위험을 막기 위한 조치지만, 순수 AI에 대한 법적 통제가 본격화되었다는 신호다. 다른 하나는 운영 주체의 영업권 보호다. AI 캐릭터 자체는 상처받지 않지만, 그 캐릭터에 대한 악의적 비방은 그것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업무방해나 손해배상 책임으로 귀결될 수 있다.
법이 아직 묻지 않은 질문들

플레이브 판결은 아바타 뒤에 인간이 있다면 법도 그곳까지 따라간다고 선언했다. 디지털 레플리카 논쟁은 인간의 분신에도 인간의 권리가 미쳐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순수 AI 존재는 어떠한가. 인간처럼 말하고 행동하며 대중과 깊은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존재라면, 그들을 향한 무분별한 훼손이 아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보호의 기준은 이제 뒤에 실재하는 인간이 있는가에서, 대중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어떤 신뢰 관계를 형성했는가로 이동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정교해질수록 대중의 몰입도는 커지고, 그 몰입을 악용한 범죄와 상처 역시 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법은 궁극적으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인공지능 시대에 사람을 보호한다는 것은, 인간의 외연과 감정이 확장된 가상의 영토까지 법의 시선이 빠짐없이 동행해야 함을 의미한다.
■ 필자소개
「

이용해 변호사는 SBS 등에서 20년간 PD 및 제작사 대표로 활동하며 콘텐트 산업의 최전선을 지켰다.
이후 변호사가 되어 법무법인 화우 파트너변호사를 거쳤으며, 현재 YH&CO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겸임교수 및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자문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풍부한 제작 경험과 법리를 융합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로서 업계의 다양한 분쟁들을 해결하며 창작자들을 위한 지식 나눔과 사회적 담론 제시에 앞장서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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