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됐던 디자이너...지식 플랫폼서 수억 연봉 인기 강사된 비결
안정된 직장은 없다. 아가방 소속 20년 차 프로 디자이너였던 토핑토퍼(최영은) 대표는 브랜드가 사라지며 갑작스럽게 정리해고됐다. 재취업 문을 두드렸지만 고연차가 걸림돌이 됐고 프리랜서 일감마저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끊어졌다. 막막한 상황에서 그를 구한 것은 우연히 발견한 틈새시장이었다.
아이 유치원 행사에서 한 학부모가 직접 만든 종이 가랜드(장식물)를 본 것이 시작이다. 소형 커팅 기기를 사서 매뉴얼을 보며 독학했다. 여기서 그의 디자인 감각이 빛을 발했다. 기존 시장에 없던 새로운 페이퍼 플라워(종이꽃)를 만들어 케이크나 기념일 장식품인 토퍼와 결합한 것이다. 마치 맛있는 음식 위에 특별한 재료를 얹듯 토퍼 위에 예쁜 종이꽃을 토핑으로 올렸다는 의미를 담아 브랜드 이름을 ‘토핑토퍼’로 지었다. 지식 비즈니스 플랫폼 라이브클래스에서 활동하는 그의 강사명 역시 이 애칭을 그대로 사용했다.

“제가 만든 작품을 직접 배우고 싶다는 수강생이 나타났습니다. 설마 올까 의심했지만 꽤 비싼 수강료를 내고 지방에서 기차, 비행기를 타고 오는 사람을 보며 지식 비즈니스 가능성을 엿봤죠. 사업을 진행하면서 파이프라인을 여러 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중 하나가 내 지식을 판매하는 일이었습니다.”

“초보자가 어떤 점을 가장 두려워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설문에서 나온 질문을 토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설계한 것이 정확히 적중했습니다.”
상품 가격과 수익 모델도 치밀하게 설계했다. 1인 기업 특성상 손이 많이 가는 준비물 키트 판매는 배제했다. 대신 무료 체험판을 앞세워 진입 장벽을 낮추고 수강생이 한 달에 한두 개 정도 결제할 수 있는 단과 클래스를 여러 개 배치했다. 기초 기술과 기기 활용법을 익힌 뒤 창업과 소셜미디어 마케팅까지 아우르는 종합 클래스는 고가로 책정해 수익성을 높였다.

“하나라도 더 무료로 체험하게 해 강사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게 사업 핵심입니다. 만들어 낼 결과물 품질도 중요하지만 지식을 파는 사람에 대한 신뢰와 애티튜드가 비결입니다.”

“수강생이 제 레퍼런스를 그대로 베껴서 똑같이 지식 사업을 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지식재산권 등록을 해도 소용이 없었죠. 그 사건 후로 법적 규정을 디테일하게 정리했습니다.”
그가 강조하는 핵심은 디지털 자료 활용 범위 제한이다. 제공받은 도안이나 정보 자료는 오직 완성된 상품을 판매하는 용도로만 쓰도록 명시했다. 해당 자료를 활용해 수강생이 자체 클래스를 재개설하는 것은 전면 금지했다. 만드는 과정이나 도안을 촬영해 릴스와 숏츠 등 영상 콘텐츠로 올리는 것도 철저히 제한했다. 도안 수정이나 트레이싱(베끼기) 허용 범위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지식 재산에 대한 재판매나 무료 배포를 막는 법적 조치 가이드도 늘 공지해야 합니다. 이 분야 전문가에게 상담하는 걸 미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누군가는 쉽게 복사해서 붙여넣기하면 자기 규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이런 규정을 만드는 것이 귀찮은 일임에 틀림없기 때문에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만들어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낍니다. 이 분야에서 조금 앞서나가는 제가 기준을 나누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뱃머리를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예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라는 지적에도 그는 끊임없이 틈새를 파고든다. 공예 분야를 인공지능(AI)이나 실버 산업과 연결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천천히라도 계속 움직여야 다음 동력을 얻는다는 철학으로 매일 시스템을 가동한다.
“내가 나중에 할 사업 아이템을 찾는 것도 좋지만 현재 회사에서 돈을 받으며 배울 수 있는 지식을 쌓는 일도 중요합니다. 현재 직장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잘 알아두는 것이 훗날 내 사업을 할 때 큰 자산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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