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됐던 디자이너...지식 플랫폼서 수억 연봉 인기 강사된 비결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2026. 3. 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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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직장은 없다. 아가방 소속 20년 차 프로 디자이너였던 토핑토퍼(최영은) 대표는 브랜드가 사라지며 갑작스럽게 정리해고됐다. 재취업 문을 두드렸지만 고연차가 걸림돌이 됐고 프리랜서 일감마저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끊어졌다. 막막한 상황에서 그를 구한 것은 우연히 발견한 틈새시장이었다.

아이 유치원 행사에서 한 학부모가 직접 만든 종이 가랜드(장식물)를 본 것이 시작이다. 소형 커팅 기기를 사서 매뉴얼을 보며 독학했다. 여기서 그의 디자인 감각이 빛을 발했다. 기존 시장에 없던 새로운 페이퍼 플라워(종이꽃)를 만들어 케이크나 기념일 장식품인 토퍼와 결합한 것이다. 마치 맛있는 음식 위에 특별한 재료를 얹듯 토퍼 위에 예쁜 종이꽃을 토핑으로 올렸다는 의미를 담아 브랜드 이름을 ‘토핑토퍼’로 지었다. 지식 비즈니스 플랫폼 라이브클래스에서 활동하는 그의 강사명 역시 이 애칭을 그대로 사용했다.

직장인 시절 최영은 씨. (본인 제공)
자신만의 독창적인 정체성을 담은 이 브랜드는 소셜미디어에서 금세 주목받았다. 주문이 쏟아지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로 판로를 넓혔지만 수작업 특성상 체력 한계에 부딪혔다. 매출 성장이 정체돼 포기를 고민하던 찰나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제가 만든 작품을 직접 배우고 싶다는 수강생이 나타났습니다. 설마 올까 의심했지만 꽤 비싼 수강료를 내고 지방에서 기차, 비행기를 타고 오는 사람을 보며 지식 비즈니스 가능성을 엿봤죠. 사업을 진행하면서 파이프라인을 여러 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중 하나가 내 지식을 판매하는 일이었습니다.”

라이브클래스에서 인기 강사로 자리 잡은 토핑토퍼. (라이브클래스 제공)
대면 수업으로 경험을 쌓고 수강생 요구를 파악한 뒤 라이브클래스를 통해 온라인 강의를 선보였다. 4만9000원짜리 벚꽃 만들기 단일 클래스 하나로 첫 달에만 1000만원 매출을 올리며 현재 연간 수억원대 수익을 내는 강사로 자리 잡았다.
우연히 찾은 틈새시장...철저한 수요 조사로 승부
비결은 철저한 수요 조사와 구조화된 커리큘럼에 있다. 4년 전 홈 공방 창업 희망자를 대상으로 2시간짜리 무료 강의를 열어 초보자가 두려워하는 점을 설문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맞춤형 강의안을 짰다.

“초보자가 어떤 점을 가장 두려워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설문에서 나온 질문을 토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설계한 것이 정확히 적중했습니다.”

상품 가격과 수익 모델도 치밀하게 설계했다. 1인 기업 특성상 손이 많이 가는 준비물 키트 판매는 배제했다. 대신 무료 체험판을 앞세워 진입 장벽을 낮추고 수강생이 한 달에 한두 개 정도 결제할 수 있는 단과 클래스를 여러 개 배치했다. 기초 기술과 기기 활용법을 익힌 뒤 창업과 소셜미디어 마케팅까지 아우르는 종합 클래스는 고가로 책정해 수익성을 높였다.

토핑토퍼의 실전 강의 준비 장면. 기초 기술과 기기 활용법을 익힌 뒤 창업과 소셜미디어 마케팅까지 아우르는 종합 클래스는 고가로 책정해 차별화했다. (라이브클래스 제공)
거창한 마케팅 기술 대신 수강생 성장을 돕는 진정성을 무기로 삼았다. 매달 고품질 무료 도안을 배포해 수강생 판매 활동을 지원했다.

“하나라도 더 무료로 체험하게 해 강사 진정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게 사업 핵심입니다. 만들어 낼 결과물 품질도 중요하지만 지식을 파는 사람에 대한 신뢰와 애티튜드가 비결입니다.”

내 지식 베끼는 수강생...철저한 방어벽이 생존 비결
최 씨는 “현재 직장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잘 알아두는 것이 훗날 내 사업을 할 때 큰 자산이 된다”고 강조했다. (라이브클래스 제공)
화려한 이면에는 뼈를 깎는 노력이 숨어 있다. 지식 창업을 가만히 앉아서 돈 버는 자동 수익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상품 기획부터 홍보, 고객 응대까지 회사 각 부서가 하던 일을 혼자 처리해야 해 직장 생활보다 노동 강도가 100배는 세다는 것이 최 대표 설명이다. 믿었던 수강생이 강의 내용을 베껴 똑같이 사업을 차려 심란했던 위기도 겪었다. 이후 법적 규정을 엄격히 정비해 방어벽을 쳤다.

“수강생이 제 레퍼런스를 그대로 베껴서 똑같이 지식 사업을 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지식재산권 등록을 해도 소용이 없었죠. 그 사건 후로 법적 규정을 디테일하게 정리했습니다.”

그가 강조하는 핵심은 디지털 자료 활용 범위 제한이다. 제공받은 도안이나 정보 자료는 오직 완성된 상품을 판매하는 용도로만 쓰도록 명시했다. 해당 자료를 활용해 수강생이 자체 클래스를 재개설하는 것은 전면 금지했다. 만드는 과정이나 도안을 촬영해 릴스와 숏츠 등 영상 콘텐츠로 올리는 것도 철저히 제한했다. 도안 수정이나 트레이싱(베끼기) 허용 범위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지식 재산에 대한 재판매나 무료 배포를 막는 법적 조치 가이드도 늘 공지해야 합니다. 이 분야 전문가에게 상담하는 걸 미루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누군가는 쉽게 복사해서 붙여넣기하면 자기 규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둬야 합니다. 이런 규정을 만드는 것이 귀찮은 일임에 틀림없기 때문에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만들어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낍니다. 이 분야에서 조금 앞서나가는 제가 기준을 나누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뱃머리를 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예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라는 지적에도 그는 끊임없이 틈새를 파고든다. 공예 분야를 인공지능(AI)이나 실버 산업과 연결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천천히라도 계속 움직여야 다음 동력을 얻는다는 철학으로 매일 시스템을 가동한다.

“내가 나중에 할 사업 아이템을 찾는 것도 좋지만 현재 회사에서 돈을 받으며 배울 수 있는 지식을 쌓는 일도 중요합니다. 현재 직장이 돌아가는 시스템을 잘 알아두는 것이 훗날 내 사업을 할 때 큰 자산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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