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에 세계 여성 랭킹 1위, 체스 역사상 이런 여성은 없었다
[김형욱 기자]
체스의 역사는 기원전으로까지 올라가지만 현대 체스는 르네상스 시대 때 정립되었다고 한다. 19세기 말부터는 세계 대회를 열어 챔피언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채 20명이 되지 않는다. 한 명의 챔피언이 오랫동안 최고의 자리에서 군림했던 것이다.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소련-러시아가 최강이었다.
체스는 오랫동안 남자만의 전유물이었다. 세계 챔피언들이 인터뷰를 통해 체스계에서 여성은 설 자리가 없으며, 지성이 부족하고 인품까지 갖추지 못했다고 못 박았다. 실제로 세계 챔피언은커녕 랭킹 10위 안에 든 여성 선수를 20세기에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보고 폴가르 라슬로라는 헝가리인이 실험을 시작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체스의 여왕>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여성 체스 선수라 일컬어지는 '폴가르 유디트'의 체스 일대기를 다뤘다. 그녀는 언제부터 어떤 연유로 체스를 배우기 시작해 어떻게 세계 최고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까. 통통 튀는 어조의 이 작품이 상당히 재밌게 풀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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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체스의 여왕>의 한 장면. |
| ⓒ 넷플릭스 |
천재는 태어나는 걸까 만들어지는 걸까. 라슬로의 가설은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유디트는 6살 때 첫 토너먼트에 나간다. 동네 주민들과의 대결, 우승한다. 이후 그녀와 그녀들은 이미 청소년 수준을 아득히 넘어섰고 웬만한 어른들도 모두 이길 만한 실력을 갖게 된다. 이젠 국외로 나가야 할 때였다.
우선 수전이 15세 나이에 세계 최고의 여성 선수로 손꼽힌다. 물론 소피아와 유디트도 그녀의 뒤를 이을 만한 실력자였다. 그들은 헝가리 당국의 불허를 이겨 내고 1988년 체스 올림피아드에 헝가리 대표로 나란히 출전한다. 결과는 역대 최고의 성적으로 우승, 유디트가 큰 공을 세웠다. 그렇게 유디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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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체스의 여왕>의 한 장면. |
| ⓒ 넷플릭스 |
그녀는 다름 아닌 그를 롤모델로, 세계 랭킹 10위 안에 드는 걸 목표로 삼는다. 여성 선수로선 그 누구도 범접해 보지 못한 곳. 무수한 남성 선수들에게 대놓고 무시를 받는 결정적 이유다. 유디트는 12살에 세계 여성 1위 자리에 오른다. 15살에는 헝가리 챔피언에 오른다. 역사상 최연소 그랜드마스터가 되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미 누구도 비견하기 힘든 신화 같은 이야기다. 10대 나이에 오를 수 있는 최상단에 올랐으니 말이다. 체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그녀는 멈추지 않는다. 여자 1위에 머무르지 않고 카스파로프와 대결하는 것, 그를 이기는 것, 세계 랭킹 10위권에 드는 것을 절대 목표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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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체스의 여왕> 포스터. |
| ⓒ 넷플릭스 |
체스 여성 선수로 유리천장을 뚫었다는 표현, 그 이전에도 없었고 그 이후에도 지금까지 없었던 업적, 하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이 남는다. 체스 역사상 여성 선수로 오직 그녀 한 명뿐이었으니 보편적으로 나아갔다고 보기 힘든 면이 있다. 그녀만의 특수성에서 기인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녀의 아버지가 행한 실험에 시선에 갈 수밖에 없다.
시대의 통념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천재를 만드는 건 가능하다는 게 폴가르 유디트의 업적으로 판명되었다. 그 노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거기서 멈춰 버렸으니 안타깝다. 후세의 체스 여성 선수들로 이어질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공력을 쏟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든다. 그럼 체스가 보다 더 대중적으로 재밌게 다가가지 않았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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