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실적왕’ 꿈꾸는 삼성전자 [편집장 레터]
삼일절이 끼여 있는 지난 연휴, 전 세계는 다시 전쟁의 폭풍우에 휘말렸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며 중동은 거대한 화약고가 됐죠. 전 세계 석유 매장량 48%를 차지하는 중동은 갈등이 첨예한 지역입니다. 이란을 37년간 철권통치했던 하메네이가 사망하자, 중동은 친서방과 이란 진영으로 나뉘어 처절한 전장으로 변했습니다.
금융 시장도 바짝 긴장했습니다. 한국 시장이 대체휴일로 문을 닫았던 3월 2일, 투자가들은 뉴욕 증시부터 살폈습니다. 다우존스 등 3대 지수가 소폭 혼조세를 보였지만 큰 충격은 없었습니다. 아시아 증시도 무난했기에 한국도 부드럽게 넘어갈 줄 알았습니다.
오판이었습니다. 개장일인 3일 코스피가 7% 급락한 데 이어 4일에도 12% 넘게 빠지며 이틀간 20% 폭락했습니다. 코스닥 역시 1000선을 허무하게 내줬고요. 국내 자본 시장 최대 하락폭을 기록한 ‘검은 수요일’이었습니다.
투자 관련 대화방은 비명으로 가득찼습니다. “코스피 7000 간다더니 이게 뭐냐” “급등했을 때 팔았어야 했는데 후회스럽다” “미국과 이란이 싸우는데 왜 우리 시장이 전쟁터가 됐느냐”는 등 원망 섞인 한탄이 쏟아졌죠. 결국 4일 코스피와 코스닥 양대 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습니다. 지수가 8% 이상 급락할 때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이 강력한 조치는 역대 네 번째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쇼크가 덮쳤던 2020년,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컸던 2024년 8월 이후 처음입니다. 30년 경력의 증권사 임원조차 “워낙 오랜만이라 규정을 다시 찾아봤다”고 털어놓을 만큼 이례적인 공포였습니다.
공격형으로 운용 중인 제 연금 계좌도 녹아내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호들갑 떨지 않았습니다. 두 가지 이유에서였습니다.
삼전·SK하닉 등 ‘비빌 언덕’ 탄탄…차분히 대응해야
역대급 폭락에도 의연할 수 있었던 더 큰 이유는 ‘비빌 언덕’이 있어서였습니다. 대한민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보유국입니다. AI(인공지능) 시대를 주도할 글로벌 반도체 패권이 한국에 있습니다. 중동이 불타오르면 한국도 악영향을 받겠지만 위기를 극복할 탄탄한 기업이 여럿 있습니다.
최근 AI 시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램값이 치솟습니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자 ‘램마겟돈(RAMmageddon)’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습니다. 이 국면에서 반도체 생태계에 포함된 국내 기업들은 큰 역할을 할 겁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이익을 많이 낸 기업이 구글(알파벳)입니다. 영업이익이 200조원에 못 미칩니다. 증권가에서 추정한 올해 삼성전자 이익이 200조원쯤입니다. 어쩌면 삼성전자는 ‘2026년 글로벌 실적왕’에 등극할지 모릅니다.
명심하시길요. 지금은 시장의 ‘소음’에 신경을 끄고 기업의 본질적인 ‘신호’에 집중할 때입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50호(2026.03.11~03.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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