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유가·환율·운임·보험까지…산업계 '비용 압박' 가중

백서원 2026. 3. 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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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위기
중동발 유조선 운임 3배·전쟁 보험료 12배 급등
중동 의존 높은 한국 산업…원자재 비용 부담↑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900원을 넘는 등 상승 흐름이 이어지는 6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뉴시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뿐 아니라 해상 운임과 선박 보험료, 석유화학 원료 가격까지 동반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크게 위축된 만큼 전력·정유·석유화학 등 국내 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물리적 단절 위험에 직면하면서 유가와 환율은 이미 전쟁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다.

5일(미국 동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4월물은 전장 대비 6.35달러(8.51%) 급등한 배럴당 81.01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2024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란이 중동 인근 에너지 시설과 유조선을 공격하면서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이 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원·달러 환율 역시 지난 4일 장중 1500원을 넘어서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이날도 1470원대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정승재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현재 유가·환율 지표 수준은 아직 감내 가능한 범위지만, 산유국이 집중된 중동 지역에서 전쟁이 발생했다는 점과 가공무역 중심의 개방형 경제 구조를 가진 한국의 특성을 고려하면 전쟁 장기화 시 비용 부담이 누적되며 국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량의 약 34%, 액화천연가스(LNG) 교역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에너지 통로다. 전 세계 하루 석유 소비량이 약 1억 배럴 수준인 가운데 이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만 하루 약 2000만 배럴에 달한다. 한국 역시 원유 수입의 약 13.9%를 이 해협에 의존하고 있다.

통항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영국 해상무역기구(UKMTO)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유조선의 수는 전쟁 발발 당일인 2월 28일 50척에서 다음날인 3월 1일에 3척으로 급감했고, 2일에도 3척에 그쳤으며 3일에는 단 한 척도 없었다.

이에 해상 운송 시장도 즉각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중동발 초대형 유조선(VLCC) 운임지수는 지난 3일 기준 WS 465.5까지 상승하며 2월 13일 WS 138 대비 약 3.3배 급등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의 위험도가 높아지면서 선박 보험료 역시 크게 뛰었다. 전쟁 위험 보험료는 평소 선박 가치의 약 0.25% 수준에서 1~1.5% 수준까지 상승했고 일부 선박은 보험료가 최대 12배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주위에서 작전하는 이란 혁명수비대 보트들. ⓒAFP/연합뉴스

통항 제한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공급망 차질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해협 통항 제한이 한 달 이상 지속될 경우 글로벌 원유 운송 약 322항차, LNG 109항차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우 원유 약 45항차, LNG 약 8항차 규모의 도입 지연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선박이 대체 항로를 이용하더라도 운송 기간은 크게 늘어난다. 중동에서 한국까지 기존 약 25일이 걸리던 운항 일정이 최소 35일에서 최대 60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운송 거리 증가와 선박 부족이 동시에 발생하면 물류 비용 상승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산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중동산 원유 도입 차질과 운송비 상승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원가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국제유가 상승은 나프타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석유화학 업계의 원가 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사용된 나프타는 총 4억3461만 배럴로 이 가운데 약 1억4489만 배럴이 중동 국가에서 수입됐다.

LNG 시장도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 카타르 등 중동 지역은 한국의 주요 LNG 공급원 가운데 하나다. 최근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카타르 라스라판 LNG 플랜트 일부가 가동을 중단하면서 글로벌 LNG 공급망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이 원자재 가격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 차원에서도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를 대비한 비상 경영 체제 구축과 원자재 구매 효율성 확보 노력이 요구된다”며 “생산에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재에 대해 선물 시장 등을 활용해 가격 변동 위험을 분산하는 헷지 전략도 실천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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