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국힘에 등 돌렸다? 김부겸 대구 출마의 마지막 고민
[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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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3월 2일 자 경향신문 보도 내용 |
| ⓒ 경향신문 |
다음날인 3월 2일 자 <경향신문> 대구 르포 기사의 제목은 "'대구서도 끝났심더' '꼴 보기 싫다 아이가'...국힘에 싸늘해진 보수 민심 바로미터"입니다. 성한용 기자의 칼럼은 민주당이 대구·경북에서는 못 이긴다고 봅니다. 반면 경향은 대구도 국민의힘에 등 돌리고 있다고 합니다.
'밖에서 대구 보기'의 위험성
갑자기 대구 민심에 관심이 쏠린 이유가 있을 겁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때문인 듯합니다. 지난 2월 26일,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고인 67%를 기록했으며 대구 경북조차 정당 지지율이 28% 동률이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NBS의 조사입니다. 그에 더해 보수의 아성인 대구 경북에서 정작 국민의힘이 자해적 갈지자 행보를 하는 중입니다. 대구·경북 행정 통합 문제 때문입니다. 시도민이 부글부글합니다.
저는 대구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녔습니다. 김부겸 의원의 보좌관으로 오래 일했습니다. 2012년, 2016년 수성구에서 선거를 치렀습니다. 2014년 시장 선거와 2020년 총선은 간접적으로 도왔습니다. 모두 네 번의 선거를 치른 덕에 저는 대구의 정치 민심을 조금 안다면 압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 표심은 어떨까요? 민주당 후보가 이길 수도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긴다고 생각하고 덤비면 안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지레 포기해서도 안 됩니다. 그것보다 대구를 바라보는 관점의 문제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대구 밖에서 보는 관점입니다.
대구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이겨본 건 김부겸 후보가 거의 유일합니다. 참패도 당했습니다. 수도권에서는 같은 선거구에서 4선, 5선 하는 경우도 흔합니다. 표밭이 좋고, 후보가 지역구 관리를 열심히 하면 그렇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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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수성(갑) 역대 선거 결과. |
| ⓒ 이진수 |
그런데 불과 4년 뒤인 2020년 선거에선 완패합니다. 수성(을)에서 옮겨 온 주호영 후보가 이미 4선이었으니 강적이긴 합니다. 하지만 20%P이겼다가 거꾸로 20%P 졌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무서운 보수의 역결집
두 가지 변화가 있었습니다. 첫째, 보수 정당이 여당이었다가 야당으로 전락했습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 파됐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습니다. 당시만 해도 의석이 105:110으로 팽팽했습니다. 그러나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패색이 짙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됐습니다. 결과는 84:163 대패였습니다. 그러니 탄핵당한 데 대한 패배감과 총선에서 또 질 것 같다는 위기감이 대구 민심 기저에 팽팽히 감돌고 있었을 터입니다.
둘째, 후보 개인 문제입니다. 김부겸 후보는 2017년부터 2년간 행정안전부 장관직을 수행했습니다. 그래도 지역을 열심히 챙겼습니다. 솔직히 고백 드리건대, 지역구 챙기는 데 행안부만큼 좋은 부처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기대와 달랐습니다. '기껏 뽑아 줬더니 코빼기도 안 비친다'라는 볼멘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심지어 배신감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2016년 선거 당시에 대구는 여당 도시였습니다. 새누리당 의석이 152석으로 과반이 넘었습니다. 투표함을 열어보니 105:110으로 졌습니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호남을 석권할 것 같다는 뉴스가 나오던 때니 전체적으로 보면 위기감이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 점이 결정적 차이입니다.
2016년 선거는 여야가 비등비등했습니다. 반면 2020년 선거는 보수의 대패가 예고된 선거였습니다. 비등할 때는 별로 긴장 안 했습니다. 그러나 질 것 같아지자,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게 보수진영의 투표 행태에 변화를 일으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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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대구 수성구갑에서 당선한 당시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016년 6월 13일 오후 대구 수성구 자신의 선거사무실에서 당선이 유력해지자 아버지 김영용, 부인 이유미와 함께 지지자로부터 축하꽃다발을 건네받고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 유성호 |
더 놀라운 일은 4년 뒤에 벌어집니다. 투표율이 거기서 또 6.4%P 더 올라갑니다. 전국 투표율이 66.2%인데 수성(갑)은 74.9%를 기록합니다. 보수 정당의 패배 조짐 때문입니다. 갈 수 있는 사람 전부 투표소로 달려갔다고 봐야 합니다.
총선에서는 보수 정당이 다수당이 될 듯하면 까치밥을 남깁니다. 하지만 지겠다 싶으면 그렇지 않습니다. 대선은 어떨까요?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과 붙어 21%, 김문수와는 23%를 얻었습니다. 대권을 놓고 건곤일척의 싸움을 할 때는 여지없이 결집합니다. 문재인 후보도 20%를 채 못 얻었습니다. 김부겸이 한때 받았던 60%는 한여름 밤의 꿈인가 싶습니다.
지금 대구는 국민의힘을 엄청나게 원망합니다. 그렇다고 착각하면 안 됩니다. 지금 경향 기사는 마치 삼성 야구팀을 욕하는 삼성 팬을 만나본 것과 비슷합니다. 욕하는 것만 보고 그 팬이 응원팀을 바꾸리라 기대하면 안 됩니다. 하도 못 이기니, 제발 좀 정신 차려 이기라고 욕하는 겁니다. 보수진영으로부터 이탈하는 거 아닙니다.
오히려 보수 정당이 죽을 쑤면 쑬수록, '우리마저 보수를 버리면 안 되지, 대구까지 넘어갔다간 나라가 망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게 대구입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지금 이진숙이 시장 지지율 조사에서 1위입니다. 추경호나 주호영을 한 방에 제쳤습니다.
대구를 설득하는 법
혹은 또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계속 보수가 밀리고 있다. 정권을 잡고도 연신 탄핵당한다. 대구도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이제 대구도 실리를 취하자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생존 전략 차원에서라도 민주당에 줄을 댈 때라고 보지 않을까? 그러니 정책과 공약을 앞세워 대구를 공략해 보면 어떨까... 일종의 합리적선택이론에 따른 판단입니다.
수도권에서는 정책 선거가 제법 먹힙니다. 그러나 대구에선 별로입니다. 대구의 정치 심리는 합리성과 좀 거리가 멉니다. 실리를 말하는 순간, 견리사의(見利思義, 눈앞의 이익을 보면 의리를 먼저 생각함)를 외치는 명분론자의 호통을 듣기 십상입니다. 얼어 죽을지언정 곁불은 안 쬔다는 체면 의식이 강합니다.
보수가 위기에 처할수록 역결집하는 대구, 보수 정당에 대한 비난이 사실은 응원인 대구, 실리를 구차스럽게 여기는 대구. 그런 대구에서 선거를 치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우선 대구가 보수의 아성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광주가 민주화의 성지라는 점을 인정하자는 것과 비슷합니다. 광주가 민주라는 가치를 중시하는 만큼 대구는 보수를 중히 여긴다는 뜻입니다.
보수를 정면 공격해 봤자 별 효과 없습니다. 보수를 버리고 민주로 돌아서라? 광주가 민주주의를 버리겠습니까? 대구 밖에서는 백이면 백, 보수를 버리라는 식으로 말합니다. 그러나 그렇게는 안 됩니다. 도움은커녕 오히려 반작용을 부릅니다. 최선은 대구 야당론입니다. 민주당이 대구에서 야당 역할 할 수 있는 정도의 표를 달라는 겁니다. 제가 김부겸의 역대 득표를 표로 보여드린 이유는 바로 그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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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부겸 전 국무총리 |
| ⓒ 남소연 |
2016년 김부겸 표를 다시 한번 보십시오. 2014년 받았던 5만 표에서 3만 표가 늘어나 8만 표로 이깁니다. 이때 투표율이 무려 13%가 뛰었습니다. 전체 유권자가 20만 명이니 13%면 3만 표가 살짝 못 됩니다. 김문수는 권영진이 얻었던 5만 표에서 불과 1천 표밖에 안 늘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수도권에서 3선이나 하다 제 발로 내려왔고 연거푸 떨어졌는데도 다시 서울로 도망 안 가고 대구에 남아 버틴 김부겸이 신기하달까, 뭔가 애틋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까치밥을 남겨줬던 겁니다.
정리하겠습니다. 진짜 대구를 바꾸는 방법은 대구의 표심을 이 당에서 저 당으로 돌려세우는 게 아닙니다. 오케이, 보수 정당이 계속 대구 여당 하시고, 민주당은 대구 야당 하게 해달라, 12석 중에 민주당이 3~4석 정도 되면 좋은 점이 여럿 있다는 정도로 가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단체장이나 대선 때도 40% 얻는 날이 오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김부겸은?
'대구 수성못에 미꾸라지가 버글버글한다. 거기 메기 몇 마리 풀자. 그러면 안 잡아먹히려 미꾸라지들이 열심히 헤엄치며 운동한다. 살이 통통 오른다. 시민이 훨씬 영양가 높은 미꾸라지를 먹게 된다.'
정치의 대국민 서비스 수준을 높이자는 얘기입니다.
'이제 대통령은 이 당 저 당 왔다 갔다 한다. 대구가 여당일 때도 있고, 야당일 때도 있게 되어 있다. 여당일 때 야당의 협조가, 야당일 때는 여당의 힘을 빌려야 예산이건 정책이건 받아내기 쉽다. 백지장도 두 당이 맞드는 게 가볍지 않겠냐. 그러니 민주당 국회의원도 몇 명 만들어 달라.'
대구 발전을 위한 민주당 기여론입니다.
다 써놓고 보니 제가 봐도 살짝 패배주의적입니다. 할 수 없습니다. 정치학에서도 정당 일체감은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고 지속되는 어떤 정서라고 봅니다. 쉽게 안 바뀐다는 소리입니다. 대구 역시 앞으로도 아마 20년은 더 지나, 지금 50대가 70대가 될 때쯤이라야 양당 체제가 자리잡힐 겁니다. 지금은 부딪치고 또 부딪치는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래서 김부겸은?'이라고 묻고 싶으실 텐데,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가 '정치인의 소명 의식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압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메디치미디어의 <피렌체의 식탁>에도 실렸습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지난 2월 23-25일까지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대상 (총통화 6736명, 응답률 14.9%)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조사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NBS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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