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도쿄돔 등판 앞둔 류현진, "나 나이 들었네…무조건 장타 주의"
"장타 주의."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첫 등판을 준비하는 류현진(39·한화 이글스)이 거듭 되새기는 단어다. 그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16년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는데, 여전히 중요한 경기를 책임지는 임무를 맡고 있다.

일단 부담은 조금 덜었다. 한국은 지난 5일 체코와의 첫 경기에서 11-4로 완승해 스타트를 잘 끊었다. 지난 세 번의 대회에서 한국을 괴롭혔던 '첫 경기 패배 징크스'를 마침내 털어냈다.
한국과 8강행 티켓을 다툴 대만이 같은 날 호주에 0-3으로 패하는 이변도 벌어졌다. 대만은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반드시 꺾어야 할 상대다. 도쿄돔에서 만난 류현진은 "다른 선수들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런 결과(대만 패배)가 나올 줄은 몰랐다. 경기를 다 봤다"고 했다.
류현진이 도쿄돔 마운드에 오르는 건 17년 만이다. 그는 20대 초반이던 2009년 WBC 1라운드 대만전에 선발 등판해 9-0 승리에 앞장섰다. 그 후 긴 세월이 흐르는 사이, 대만 야구는 양적·질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불혹이 다 된 류현진이 여전히 한국 야구의 기둥이라는 사실만 변하지 않았다.

대만이 뜻밖의 1패를 안았지만, 류현진은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도쿄돔은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이라 더 그렇다. 그는 "타자들의 컨디션은 경기마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 경기 당일의 컨디션을 봐야 할 것 같다. 대만도, 호주도 워낙 힘이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 장타를 조심하는 게 중요하다"며 "제구에 더 집중해서 약한 타구를 많이 끌어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WBC는 매 경기 투수의 투구 수를 제한한다. 1라운드에선 한 투수가 최대 65구까지 던질 수 있다. 류현진은 "누가 선발로 나가도 실제 선발 역할은 아닌 셈"이라고 했다. 그는 "투구 수는 신경 쓰지 않고 정말 한 이닝, 한 이닝을 잘 막아나간다는 생각으로 던져야 한다"며 "어차피 선발 투수도 오래 던질 수는 없다. (다른 투수들도) 그냥 눈앞의 이닝을 생각하면서 마운드에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류현진은 도쿄에서 메이저리그(MLB) 시절의 옛 동료와 조우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2년(2022~23년)간 함께 뛴 기쿠치 유세이(일본)다. 기쿠치는 일본 언론이 한국전 선발로 확신하는 투수다. 둘은 지난 4일 한국과 일본의 훈련이 교차하는 시점에 잠시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류현진은 "오랜만에 보는 거라 악수하고, 포옹하고, 서로 '잘해보자'고 했다"며 "기쿠치는 워낙 훌륭한 선수니까 잘할 거라 생각하고, 우리 타자들도 (기쿠치에) 잘 대비할 거다. 좋은 대결을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류현진이 가슴에 '코리아(Korea)'를 새기고 다시 도쿄돔 마운드에 서는, 결전의 날이 다가온다. 프로에서 20년 동안 산전수전 다 겪은 그는 자신 있는 눈빛으로 말했다. "준비 잘 되고 있습니다!"

도쿄=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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