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엔 없었던 메이저리거들이..." 적장도 감탄한 빅리거 합류 효과, 위트컴·존스 안 뽑았으면 어쩔 뻔 했나 [더게이트 WBC]
-빅리거 합류로 김혜성이 7번 타자로 밀려날 만큼 두터워진 타선
-류지현 감독 "3년 고민한 우타자 부족 문제, 위트컴·존스로 해결"

[더게이트=도쿄돔]
이 선수들 안 뽑았으면 어쩔 뻔했나. 17년 만에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첫 경기 승리를 거둔 한국 대표팀 타선에서 '한국계 빅리거' 셰이 위트컴과 저마이 존스가 가공할 폭발력을 뽐냈다. 3년 전 대회와는 전혀 달라진 타선의 화력을 보여준 류지현호가 마이애미 본선행 청신호를 켰다.
한국은 5일(한국시간) 도쿄돔에서 열린 2026 WBC C조 첫 경기에서 체코를 11 대 4로 대파했다. 지난 세 차례 대회에서 반복됐던 첫 경기 악몽을 17년 만에 씻어낸 승리였다. 이날 승리를 결정지은 홈런 네 방 가운데 세 방이 한국계 빅리거의 배트에서 나왔다.

"차원이 다르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 대표팀이 가장 공을 들인 작업 중 하나가 한국계 빅리거 영입이었다. 덕분에 2023년 대회 때 토미 에드먼 한 명에 그쳤던 메이저리거가 이번엔 위트컴, 존스, 데인 더닝 세 명으로 늘었다. 일각에선 "빅리그 스타급도 아닌 선수를 뽑느니 국내 선수를 데려가는 게 낫지 않냐"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대표팀 관계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대표팀 선발 과정을 소상히 아는 한 야구인은 대회 전 "한국계 선수들의 경기를 실제로 보면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파워나 운동능력, 몸의 스피드가 정말 타고났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통계나 기사로만 보는 것과 실제 플레이를 눈으로 보는 건 차원이 다를 거다"라고 장담했다.
그 호언장담은 첫 경기에서 그대로 증명됐다. 위트컴과 존스는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무시무시한 스윙으로 상대에게 공포감을 선사했다. 위트컴의 두 번째 홈런은 특히 압권이었다. 바깥쪽으로 빠지는 변화구를 완벽한 포인트에서 잡아당겨 담장 너머로 날려 보낸 타구는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존스의 8회 홈런 스윙엔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강하고, 짧고, 군더더기가 없었다.
위트컴은 경기 후 "두 번째 홈런은 담장을 넘을지 모르는 마음으로 뛰었다"면서 "담장을 넘었을 때 더그아웃을 봤더니 팀 동료들이 정말 좋아하고 있더라. 내 기쁨도 두 배가 됐다"고 털어놨다. 상대였던 체코 파벨 하딤 감독은 "홈런 네 방을 맞았는데, 한국 타선에 메이저리거들이 있었다"면서 지난해 11월 K-베이스볼 시리즈 때와 완전히 달라진 한국의 화력을 인정했다.
빅리거들의 합류 효과로 대표팀 타선 전체의 뎁스가 몰라보게 두꺼워졌다. 메이저리거 김하성과 송성문이 부상으로 빠졌는데도 타선에서 구멍이 눈에 띄지 않는다. LA 다저스 소속 빅리거 김혜성이 7번 타자로 배치됐다는 사실이 타선의 두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주축 선수들의 불참과 부상으로 중하위 타자들을 중심타선에 기용해야 하는 타이완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마치 오래 함께한 것처럼…분위기도 최상
한국계 선수들과 국내 선수들이 하나로 섞인 대표팀은 최상의 분위기를 자랑한다. 대표팀 한 관계자는 "한국계 선수들이 국내 선수들과 정말 자연스럽게 잘 어울린다"면서 "마치 오랫동안 함께 지낸 것처럼 팀 분위기가 정말 좋다. 최근 국가대표팀에서 보였던 무거운 분위기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대표팀 주축인 MZ세대 젊은 선수들은 소속팀 외국인 선수들과 소통하는데 전혀 장벽이나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한국'이란 공통점으로 묶인 한국계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국계 선수들도 이 기회를 소중하게 여긴다. 위트컴은 경기 후 한국 대표팀 유니폼의 의미에 대해 "어머니를 대표하고 기릴 수 있다는 건 내게 엄청난 영광이자 축복"이라면서 "정말 너무도 영광스러운 첫 경기였다"고 했다. 다음 경기에 대한 각오도 패기가 넘쳤다. 위트컴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다 보여주고, 과감하게 공격하고, 우리답게 경기하고 싶다. 공격력에 자신감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고 다짐했다.
한국은 이제 일본, 타이완, 호주와 세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첫 경기에서 확인한 타선의 폭발력이 남은 경기에서도 이어진다면 —특히 타이완과의 직접 대결에서— 마이애미행 비행기는 생각보다 일찍 예약될 수도 있다. 한국계 빅리거들이 없었다면 어쩔 뻔 했나. 이 선수들을 데려온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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