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인구소멸 위기와 사라진 결혼예식장

이승창 2026. 3. 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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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창]

얼마 전 지인의 청첩장을 받고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양가 집안의 연고지와 삶의 터전이 모두 완도인데, 결혼식장은 광주였다. 나중에서야 완도가 아닌 타지에서 예식을 올릴 수밖에 없는 기막힌 사정을 알게 됐다. 완도에는 결혼식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광주까지 원정을 가야 했던 것이다. 사정을 알아보니 민간이 운영하던 예식장들이 수요 감소로 운영이 어려워져 문을 닫은 지가 벌써 7~8년이 됐다고 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가까운 친인척만 모여 치르는 '스몰웨딩'이 생겨나고는 있지만, 결혼은 여전히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다. 사람이 살아가며 맺는 도덕적 관계 중 가장 큰 일이며,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인생의 가장 중요하고 경사스러운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어느 지역이나 삶의 궤적을 함께하는 공간이 있다. 태어난 이를 축복하고, 새로운 가업을 맺어주며, 떠나는 이를 배웅하는 곳이다. 그러나 지금 완도의 풍경은 기형적이다. 고령화로 수요가 늘어난 장례식장은 곳곳에서 불을 밝히고 있지만, 새로운 인생의 출발을 알리는 예식장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군내 마지막 민간 예식장이 폐업한 이후 우리 군은 '예식장 없는 도시'가 되었다. 이는 단순히 편의시설 하나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재생산 기능이 마비되었음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누구 하나 이 문제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그저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완도에서 결혼을 꿈꾸는 청년들은 식을 치르기 위해서 고향을 벗어나 목포나 광주 등 대도시로 향한다. 혼주들은 하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전세버스를 대절한다. 하객을 실어 나르는 버스가 굽이굽이 국도를 달릴 때, 지역의 자산과 활력도 함께 빠져나간다. 예식 비용, 식비, 축의금 등 결혼식 한 번에 발생하는 막대한 경제적 자원이 타 지역의 배를 불리는 데 쓰이는 것이다.

경제적 손실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정서적 단절이다. 하객의 대부분인 고령의 어르신들은 장거리 이동의 불편함 때문에 이웃의 경사에 함께하여 축하해주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청년들은 "우리 고향은 결혼식 하나 올릴 수 없는 곳"이라는 냉소와 절망의 늪에 빠진다. 인류 보편의 축제인 '결혼'이 우리 군에서는 오직 고생스러운 행사가 되고 말았다.

완도군도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23년 '결혼친화환경 조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청년 부부에게 200만 원의 축하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문화예술의전당 등 공공시설을 예식 장소로 개방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그 실효성은 계획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공간은 전문 예식장의 화려한 조명과 음향, 세련된 연출을 따라가지 못한다. 무엇보다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로 불리는 필수 연계 서비스와 식후 축하연을 베풀 뷔페 등 전문 식사 인프라가 전무하다. 장소만 빌려주는 방식은 예비부부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지 못한다. 결국 군에서 주는 축하금은 결혼식 비용의 일부가 되어 대도시 예식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통로' 역할에 그치고 만다.

지역의 리더는 단순히 예산을 집행하는 '관리자'에 머물러선 안 된다. 인구 소멸의 거친 파고를 넘기 위해 차기 군수는 현실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한 후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주도할 것을 제언한다.

첫째, '공공 주도형 하이브리드 예식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단순히 장소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 업체와 업무협약(MOU)을 맺어 수준 높은 예식 서비스를 패키지로 제공해야 한다. 공공의 신뢰성과 민간의 전문성이 결합된 '완도형 표준 예식 모델'이 필요하다.

둘째, 지역 내 '연관 산업' 육성이다. 지역 내 메이크업 숍, 사진가, 식당들이 예식 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예식 비용이 지역 내에서 순환하는 '로컬 웨딩 경제'를 복원해야 한다.

셋째, 공간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다. 낡은 공공기관 강당이 아니라, 완도의 아름다운 바다와 자연을 활용한 '데스티네이션 웨딩(Destination Wedding, 목적지 결혼식)'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 명사십리 해수욕장이나 완도수목원 등을 활용한 야외 예식장은 지역 청년뿐만 아니라 외지 하객들에게도 완도만의 색다른 추억을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인구 정책은 아이를 낳으라고 독촉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낳아 뿌리 내리고 싶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결혼식은 그 환경의 첫 단추다. 예식장이 사라진 지역은 미래로 나아가는 문이 닫힌 암흑의 도시와 같다.

차기 군수가 추진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명확하다. 지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청년들이 고향의 풍경 속에서 가까운 친인척과 하객들의 축복을 받으며 인생을 시작할 권리를 되찾아주는 것이다. 다시금 완도의 마을마다 잔치국수 냄새가 풍기고, 풍물패의 소리가 이어질 때 비로소 우리는 인구 소멸이라는 절벽 앞에서 반격의 첫 단추를 꿰는 것이라 하겠다.
ⓒ 완도신문
이승창 자유기고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완도신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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