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파격과 노이즈 마케팅의 사이…‘타고 찢어진 옷’까지 완판
쓰레기봉투 가방·타월 스커트..발렌시아가 제품마다 화제
“비판도 마케팅”..명품 소비, 제품 아닌 ‘이야기’ 산다

‘다림질하다 태운 셔츠, 쓰레기봉투를 닮은 가방, 심하게 찢어진 재킷….’
발렌시아가와 베트멍 등 명품 브랜드가 상식을 벗어난 디자인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을 그대로 재현한다. 또 다리미에 타거나 찢어진 천처럼 보이도록 만든 옷을 수백만 원대에 출시하는 식이다. 패션업계는 ‘기존의 틀과 경계를 깨부순 디자인’이라며 반기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서는 논란을 유발해 브랜드를 알리려는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베트멍은 최근 발표한 2026년 봄·여름 시즌 컬렉션에서 ‘화이트 아이로닝 번 그래픽 셔츠’를 선보였다. 흰 셔츠 가슴 부위에 다림질을 하다 태운 듯한 자국을 그대로 프린트한 것이 특징이다. 이 옷의 가격은 1139달러(약 165만원)다.
제품이 공개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공방이 이어졌다. “엄마가 다림질하다 태운 옷 같다”, “이런 디자인이 수백만 원의 가치가 있느냐”는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베트멍의 이 셔츠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발매 후 며칠 되지 않아 일부 사이즈가 품절됐다.

발렌시아가는 베트멍 못지않은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논란의 중심에 자주 서는 명품 브랜드로 꼽힌다. 해마다 슈퍼마켓 비닐봉지를 닮은 토트백·쓰레기봉투에서 영감을 얻은 트래시 파우치· 수건을 허리에 두른 듯한 남녀 공용 타올 스커트 등을 선보이면서 화제가 됐다.
각종 패러디가 등장할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의 영국 법인은 2024년 발렌시아가가 800달러(약 100만원)짜리 타올 스커트를 출시하자, 자사에서 판매하는 11달러(약 9900원)짜리 수건을 허리에 두르고 ‘올봄 패션 필수 아이템 타올 스커트’라는 글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이케아의 패러디에도 불구하고 발렌시아가의 타올 스커트는 출시 즉시 재입고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패션계에서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을 디자인에 투영해 고가에 판매하는 현상을 ‘포버티 시크’(Poverty chic)라고 부른다. 값싼 일상 물건이나 낡고 해진 스타일을 고급 패션으로 재해석해 부유층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가난과 일상의 물건을 소비 대상으로 바꾸는 상술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 자체로 강력한 마케팅이자 혁신이라는 긍정론도 적지 않다. 비판하는 사람들까지 브랜드 이름을 반복해 언급하는 순간 마케팅은 이미 절반 이상 성공한 셈이라는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코코 샤넬도 ‘명품은 필요성을 따지지 않고 사는 필수품’이라는 말을 남기지 않았느냐”면서 “명품 소비는 이제 제품의 기능보다 희소성과 화제성을 함께 구매하는 행위에 가깝다”고 말했다.
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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