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우주로 통한다...스페이스X ‘빅뱅’

김경민 매경이코노미 기자(kmkim@mk.co.kr) 2026. 3. 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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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상장에 전 세계 지각변동
우주와 AI 결합 ‘머스코노미’ 현실로

1조2500억달러(약 1811조원).

기업공개(IPO)를 앞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예상 기업가치다. 민간 비상장기업 사상 최고 수준이다.

글로벌 우주 업계 대표 주자 스페이스X가 최근 상장을 추진하자 전 세계 금융권 관심이 뜨겁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연간 170회의 로켓 발사 신기록을 세웠고, 전 세계 상업용 우주 발사체 시장점유율 80%가량을 잠식하는 등 압도적인 독점 체제를 굳혔다. 스페이스X 상장이 주목을 끄는 것은 글로벌 우주 경제가 급성장하는 덕분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우주 경제 규모는 2024년 6130억달러(약 900조원) 규모에서 2040년대에는 1조달러(약 1470조원)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덩달아 한국 우주 산업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누리호 발사 성공을 계기로 기술적 자립 기반을 다졌고 위성 제작, 통신 장비, 정밀 부품 등 연관 산업에 민간기업 참여가 갈수록 확대되는 분위기다.

물론 여전히 갈 길은 멀다. 미국과 달리 국내 우주 시장 규모가 제한적인 데다 정부에 의존하는 수주 시스템으로 스페이스X 같은 거대 우주기업이 등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판 스페이스X’ 등장은 과연 신기루로 끝날까.

“미래 테크 권력의 핵심인 우주, 인공지능(AI), 플랫폼을 모두 아우르는 괴물 기업이 탄생했다.”

지난 2월 초 일론 머스크가 소유한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X와 AI 스타트업 xAI가 전격 합병하자 글로벌 테크 업계에서 나온 반응이다. 지난해 3월 xAI가 소셜미디어 X를 인수한 후 ‘머스크 제국’ 내 또다시 초대형 합병 사례가 등장했다.

스페이스X는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머스크 명의의 성명을 통해 “스페이스X는 xAI를 인수해 인공지능과 로켓, 우주 기반 인터넷, 모바일 기기 직접 통신, 세계 최고 수준의 실시간 정보 플랫폼을 아우르는 지구상(그리고 우주 밖)에서 가장 야심찬 수직 통합 혁신 엔진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머스크는 AI 경쟁에서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는 자신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스페이스X와 xAI의 합병을 추진했다”고 진단했다. 구글·오픈AI 등 AI 선두 주자들이 AI 소프트웨어부터 인프라·하드웨어까지 모두 갖춘 기업으로 도약하자, 머스크 역시 자신의 ‘AI 제국’ 구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의미다. 머스크가 움직이는 경제 생태계, 이른바 ‘머스코노미(Musk+Economy)’가 점차 완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머스크의 이번 합병 결정은 이론적으로 무한 확장이 가능한 우주 데이터센터 사업을 선점하고, AI 판도를 뒤엎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구글, 오픈AI는 로켓, 위성 기술을 보유하지 않아 우주 데이터 분야 진입이 어렵다. 이에 비해 머스크는 AI 고도화에 필수인 컴퓨팅 자원을 우주에서 획기적으로 늘려 양적인 승부수를 걸겠다는 포석이다.

미국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이 2021년 9월 미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공군기지 내 케네디 우주센터 39A 발사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X 제공)
100만대 위성 궤도 띄운다

우주 데이터센터 구축 포석

최근 AI 전력 수요가 급증하지만, 지상의 전력망과 냉각 시스템 수용 한계를 위협해 환경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법으로 머스크는 ‘우주 데이터센터’를 제시했다. 발전 효율이 압도적인 우주 공간이야말로 대규모 AI 연산을 감당할 유일한 논리적 대안이라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인 로드맵도 파격적이다. 무려 100만대 위성을 궤도에 띄워 거대한 오비탈(궤도) 컴퓨팅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머스크는 “우주 기술은 미래 데이터센터 규모 확장의 유일한 방법”이라며 “별도의 운영비용 없이 24시간 태양광을 활용할 수 있는 만큼, 2~3년 내 AI 컴퓨팅을 가장 저렴하게 구현하는 방법은 우주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페이스X와 xAI 합병은 우주 데이터센터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머스크만의 AI를 고도화하는 효과를 낼 전망이다. 하루에 6~8기를 쏘아 올리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부터, 군용 위성 ‘스타실드’가 수집하는 거대 데이터를 xAI의 챗봇 ‘그록’이 학습할 수 있다. 이는 쟁쟁한 AI 경쟁자들도 접근하기 어려운 방대한 데이터다. 향후 그록이 위성의 비행 궤도 설계나 군용 보안 시설 정찰 등의 분야에서 다른 AI가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정교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합병을 통해 머스크가 우주 데이터센터 사업으로 물리적 AI 인프라를, 우주 데이터로 자체 AI 고도화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광남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합병은 단순한 기업 간 결합을 넘어 AI, 발사체, 우주인터넷, 그리고 D2D(Direct-to-Device) 통신을 아우르는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히 수직계열화된 혁신 기업 탄생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다음 수순은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다. 당장 스페이스X 가치만 놓고 보면 IPO 흥행에 이견을 달긴 어렵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150억달러, ‘이자·세금·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EBITDA)’이 약 80억달러에 달했다. 스페이스X는 2019년 이후 9500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발사해 광대역 위성 인터넷 가입자 900만명 이상을 보유한 세계 최대 위성 운영사다.

스페이스와 합병한 xAI 가치를 두고서도 관심이 뜨겁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AI 기업 휴메인이 최근 xAI에 30억달러를 전격 투자했다. 사우디 국부펀드(PIF) 지원을 받는 휴메인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주도로 지난해 설립됐다. FT는 “이번 투자는 사우디가 경제를 다각화하고 글로벌 AI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휴메인은 지난해 11월 xAI와 협력해 사우디에 500메가와트(MW) 이상 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xAI의 AI 챗봇 그록을 도입해 주목을 끈다.

한편에선 xAI의 지난해 손실이 130억달러(약 19조원)에 달할 정도로 재무 구조가 부실한 점이 상장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 1월 초 xAI가 약 2300억달러(334조원) 기업가치로 추가 자금 조달 라운드를 마감했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다. 오픈AI가 지난해 10월 5000억달러(약 725조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았고, 앤트로픽 역시 3500억달러(약 508조원) 가치를 평가받은 것에 비하면 아직 AI 경쟁에서 밀리는 처지다. 투자 업계 반응이 부정적일 경우 공모금 규모가 당초 목표하던 500억달러에 미달할 것이란 우려도 적잖다.

스페이스X 상장을 계기로 글로벌 우주 산업 경쟁 구도가 급변하며 한국 우주 산업이 기회를 잡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오랜 기간 한국은 우주 산업 불모지에 가까웠다. 재사용 발사체 시장은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 미국 기업의 독주 체제다. 중국도 최근 차세대 유인 달 탐사용 로켓 ‘창정 10호’의 재사용 발사체 시험에 처음으로 성공하며 상용화에 다가섰지만 우리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위성 산업 핵심이 데이터 처리, 반도체 성능으로 이동해 제조 역량이 강한 한국에 점차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위성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핵심 전자부품 공급망을 통합하는 ‘글로벌 위성 파운드리’ 역할을 노려볼 수 있다는 의미다. 일례로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말 축구장 4개 크기(약 3만㎡) 부지에 제주우주센터를 설립하고, 연간 최대 100기의 위성을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 민간 주도 위성인 누리호 4차 발사에 성공해 핵심 기술을 빠르게 확보하는 중이다. 우주항공청은 올해 3분기 목표로 누리호 5호기 발사를 준비 중이다. 5차 발사가 예정대로 이뤄지면 기술·운영 신뢰성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대규모 자본과 장기 투자가 필요한 우주 산업 특성상 민간 투자 유입이 제한적인 데다 실증 인프라, 글로벌 사업 실적 부족으로 수출 산업화가 녹록지 않다는 우려도 나온다. 강성은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주요 수출 산업과 연계해 우주 산업에서 새로운 수출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도 기술 개발 중심에서 시장 형성 중심으로 정책을 전환해 초기 수요 창출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9호(2026.03.04~03.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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