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간판 '브리저튼' 하예린 "손숙 할머니께 영향받았죠"
[장혜령 기자]
2020년 첫 시즌을 시작한 글로벌 로맨스 드라마 <브리저튼>은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가상 역사극이다. 넷플릭스의 간판 시리즈기에 시즌4와 외전까지 제작됐다. 흥행 제조기 숀다 라임스가 제작을 맡았으며 줄리아 퀸의 로맨스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4일 넷플릭스가 공개한 TV쇼(영어) 글로벌 TOP10 순위에 따르면, 브리저튼 시즌4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집계된 시청 수 2800만 회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마침 이날,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 시즌4의 기자간담회가 중구 커뮤니티 마실에서 있었다. 현장에는 소피 백으로 분한 하예린이 참석해 작품 이야기와 캐스팅 비하인드를 들려주었다.
시즌4는 결혼에 무심한 자유로운 영혼 베네딕트 브리저튼(루크 톰프슨)이 무도회에서 만난 은빛 드레스의 여인과 현실의 하녀 소피 백(하예린) 사이에서 사랑과 정체성, 계급을 넘나드는 로맨스를 펼치는 이야기다. 지금껏 다뤄지지 않은 하인들의 서사가 펼쳐져 사교계의 뒷이야기로 흥미로움을 유발했다.
극 중 '소피 백'을 맡은 하예린은 넷플릭스 시리즈 <서바이버스>, 파라마운트+ <헤일로>로 얼굴을 알린 한국계 호주 배우다. 연극계 대모 손숙의 외손녀로 알려져 화제가 되었다.
'소피 백'은 불우한 가정사로 인해 하녀가 되었지만 당당하며 유머 감각과 순수함을 갖춘 매력적인 인물이다. 신분 차이에도 두 사람은 자석처럼 이끌리는 순간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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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예린 배우 |
| ⓒ 넷플릭스 |
<브리저튼> 시리즈는 빅토리아 시대의 화려한 사교계를 다루면서도 정사 장면이 늘 화제의 중심에 선다. 하예린 역시 특성상 수위 높은 노출 장면을 직접 소화할 부담감도 컸다.
"미디어에서 다루는 여성의 몸은 비난해도 괜찮다는 권리가 팽배한 것 같다. 특히 한국은 미의 기준이 엄격하다. 저 또한 몸을 바라보는 시선이 특정한 방향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현장에서 정사 장면을 하나의 안무처럼 설계해 주었다. 배우와 현장 스태프 모두가 안전한 공간으로 여기도록 최선을 다해주었다. 걱정 없이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 줄 수 있었다. 큰 도전 마치고 저도 성장했다고 느꼈다."
소피 백은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성격으로 전형적인 아시안 캐릭터에서 벗어나 현대적인 인물로 재탄생되었다. 하예린은 소피 백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그는 "소피 백은 똑똑한 외유내강, 복합적인 인물이다"라며 "저도 소피처럼 재치와 유머를 지녔고, 도덕적 기준이 높다는 게 비슷하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존재인가, 부족한 점도 떠오른다. 소피 같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저에게도 얽혀있다"며 캐릭터와 공통점을 설명했다.
<브리저튼> 시즌 4의 시작은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하예린은 다르다고 말했다.
"신데렐라는 금지된 사랑 이야기고 왕자가 손을 내밀면 주저 없이 잡는다. 반면 소피는 하녀라고 해도 구원의 손길을 즉각 잡지 않는다. 계층, 외모 지위를 벗어나서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상대방을 진실로 알아봐 준다. 진정 원한다면 사회적 경계를 뛰어넘어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싸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양한 인종이 등장하는 콘셉트답게 소피 백은 위화감 없이 극 속에 녹아든다. 그는 전 세계적인 인기 요인을 두고 "19세기 설정이지만 중심은 진실한 사랑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있다. 숀다 랜드(숀다 라임스의 드라마 통칭, 제작사)는 시대적 배경과 상관없이 시청자 각자 판타지를 투영해서 보게끔 설계한다. 전 세계의 마음에 닿았던 것은 인종과 성적 취향의 다양성 존중"이라고 답했다.
할리우드 업계에 부는 동양인의 인식 변화도 전했다. 하예린은 "<브리저튼>은 피부색이나 외모로 상대방을 판단하지 않는 이상적인 사회를 그려냈다. 실제 현장도 편견이나 인종차별이 없이 비슷했다"면서 "어쩌면 호주에서 자라고 미국에서 보낸 시간이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데 익숙했던 이유이기도 할 거지만. 유색인종 배우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걸 체감한다. 예전과 비교해서 주연이 아니더라도 오디션 기회가 많이 생겼고 공정함도 조금은 진보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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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예린 배우 |
| ⓒ 넷플릭스 |
할리우드에서 활동하지만 할머니 손숙의 연극을 보러 한국에 자주 방문했다고 전했다. 오늘 아침에도 할머니를 뵙고 왔다며, 금요일에 돌아가지만 그전에 공연을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예린은 "어릴 때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베개를 아기처럼 들고 눈물 쏟는 일인극이 뚜렷하게 기억난다. 인간의 감정은 비슷하다는 예술의 힘을 느꼈다. 연기로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는 직업을 꿈꾸게 되었다. 할머니가 무대 위에 서 계시기 때문에 현실적인 직업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할머니께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할머니가 예전에는 '손숙의 손녀 하예린'으로 불렸는데 이제는 '하예린의 할머니 손숙'으로 불린다고 하셨다. 여러 감정이 스쳤다"며 "자랑스럽고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원작의 소피 베켓을 '백'씨로 바꾼 비화도 들려주었다. 그는 "인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베켓'의 B와 발음이 비슷한 성 중에서 '백'이 어떠냐는 제안을 했는데 한국계인 정체성에 맞게 바꾸게 되었다"면서 "어릴 때부터 영어 이름을 짓지 않고 예린으로 쭉 써왔다. 돌이켜보니 엄마가 영어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던 게 정체성을 자신감 있게 보여줄 기회가 된 것 같아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할리우드에서 동양인을 대변하는 일은 갈 길이 멀다. 솔직히 운으로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라며 "이 운이 언제 다하게 될지 두려움도 있지만 책임감이 크다. 다음 세대를 위해 변화가 필요한 곳에 선도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면 어떤 의미로든 감사하게 해나가겠다"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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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 시즌4 |
| ⓒ 넷플릭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필더무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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