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청문회 후 특검 90일도 했는데…관봉권 의혹 "업무상 과오 수준"

석경민 2026. 3. 5. 16: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과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을 수사한 안권섭 특별검사가 5일 서울 서초구 특검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권석 상설특별검사팀이 지난해 12월 초부터 약 90일간 진행한 수사를 5일 마무리했다. 특검팀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의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과 이 사건을 둘러싼 수사 외압 의혹, 그리고 서울남부지검의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을 수사해왔다.

안 특검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쿠팡CFS 전·현직 대표와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인천지검 부천지청 지휘부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반면 특검 출범의 계기가 됐던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은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했다.

안 특검은 “관봉권의 유통 과정을 하나하나 확인했다”며 “대검과 관련 피의자 사무실 등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건진법사 전성배를 비롯해 남부지검 압수 담당자, 수사 검사와 지휘부, 전 검찰총장까지 광범위하게 소환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특검은 “이른바 ‘윗선’의 폐기·은폐 지시 등 의혹을 입증할 뚜렷한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다”며 “업무상 과오 수준으로 보일 뿐 형사처벌 대상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론 내렸다.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은 2024년 12월 건진법사 전성배씨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관봉권 띠지가 사라지면서 불거졌다. 수사팀이 사건을 은폐하려고 증거를 고의로 폐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해 9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청문회에서 당시 담당 검사와 수사관들이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앞서 대검 감찰부는 자체 감찰을 거쳐 지난해 10월 “고의적인 증거 은폐나 관련 지시는 없었다”는 취지의 결과를 법무부에 보고했다. 이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을 해소하겠다며, 문지석 전 부장검사가 제기한 ‘쿠팡 불기소 외압 의혹’과 함께 수사를 의뢰하면서 안권석 상설특검이 출범했다.

특검 관계자는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수색·검증을 진행했지만, 관봉권 라벨과 띠지는 유통 과정에 대한 정보가 전혀 남지 않아 수사 단서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검 출범의 단초가 됐던 띠지 자체가 수사 단서로서 가치가 크지 않았다는 의미다.


"객관적인 유죄 증거 못 찾아"


대검 감찰부와 동일하게 “고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으면서도 불기소 처분 대신 사건을 검찰로 이첩한 것을 두고는 ‘책임 회피’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특검 관계자는 “객관적인 유죄 증거를 찾지 못했다”면서도 “특검법상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면 관할 검찰청에 사건을 이첩하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특검 파견 경험이 있는 한 부장검사는 “특검은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불기소 처분을 내릴 책임도 있는데, 출범 계기가 된 사건을 처분하지 않고 넘긴 것은 사실상 책임 회피”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관봉권 띠지 관련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 화면이 보이고 있다. 뉴스1


쿠팡 사건은 기소...수사외압 동기는 파악 못해


특검은 또 다른 수사 대상이었던 쿠팡CFS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3일 CFS 전·현직 대표들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특검은 이들이 2022년 1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일용직 근로자 40명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금 약 1억25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는 기존 사건을 수사했던 인천지검 부천지청의 결론을 뒤집은 것이다. 당시 검찰은 CFS 일용직 근로자에게 상근성이 없다고 보고 퇴직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했다.

특검은 그러나 CFS가 퇴직금 지급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근로자 의견을 듣지 않은 채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변경했고, 실제로는 일용직 근로자들을 상용직과 유사한 방식으로 채용·관리해 왔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이런 판단을 근거로 당시 수사를 지휘했던 엄희준 전 부천지청장과 김동희 전 부천지청 차장검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문지석 광주지검 부장검사가 지난해 10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등검찰청·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른쪽은 엄희준 광주고검 검사. 뉴스1

이 사건은 문지석 당시 부장검사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휘부가 불기소 처분을 강요했다”고 폭로하면서 수사 외압 의혹으로 확대됐다. 특검은 엄 전 지청장과 김 전 차장이 사건을 대검에 보고하는 과정에서 주임 검사에게 직속 상관인 부장검사를 배제하도록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차장이 문 전 부장을 거치지 않고 직접 수사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다만 특검은 김 전 차장과 CFS 측 변호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사이의 유착 의혹도 들여다봤지만, 수사 외압의 구체적인 동기까지는 규명하지 못했다.

특검 관계자는 “피고인들과 대검 관계자들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쿠팡 측 변호인들과 빈번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등 유착을 의심할 만한 객관적 자료는 다수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전 차장 측은 “개인적 친분에 따른 연락일 뿐 수사 기밀과 관련된 내용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특검은 엄 전 지청장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주임 검사에게 무혐의 처리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한 부분이 허위라고 보고,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도 기소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