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녹취록' 속 1313호실 검사의 엉뚱한 해명

김종훈 2026. 3. 5. 15:37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取중眞담] '대북송금 조작 기소 의혹' 물타기 나선 박상용 검사...국민참여재판 취소 검토 요청은 왜 하나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김종훈 기자]

 박상용 검사
ⓒ 남소연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검사였던 박상용 인천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이재명이(한테) 돈 줬다고, (그런 게) 있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는 <오마이뉴스>의 2023년 수원구치소 접견 녹취록 단독 보도를 두고 "허위·왜곡 기사"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박상용 검사는 4일 저녁 취재진에 보낸 1120자짜리 입장문에서 "김성태 전 회장의 위 말은 불법대북송금 사건에 관련된 언급이 아니므로 허위 보도가 명백하다"며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1. 언급된 피의사실 자체가 다릅니다. 대북송금 사건의 피의사실은 '북한에 준 돈이 어떤 명목이었느냐'인 것으로 이재명 전 지사에게 돈을 주었는지 여부가 아닙니다. 대북송금 수사팀 검사 누구도 '이재명 전 지사에게 돈을 주었는지' 여부를 질문한 사실이 없습니다.

2. 김성태 전 회장은 위 언급 1달여 전에 이미 대북송금 관련 자백을 했었고 그 입장이 유지되었으므로 그 외의 자백을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즉, 김 전 회장은 이미 2023. 1. 말경 북한에 송금한 돈이 '이재명 지사 방북대가 등의 명목'이라고 진술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하여서는 2023. 3.경 아직 자백하지 않은 상황을 전제로 기사 제목과 같이 발언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오마이뉴스>가 인용한 법무부 특별점검팀의 쌍방울 관계자 접견 및 전화 녹취자료를 살피면, 박 검사의 반박이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쟁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특히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발언 맥락, 사건 관계자들의 접견 대화, 수원지검 1313호(박상용 검사실) 검사실을 둘러싼 정황 등 오히려 박 검사가 해명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핵심 피해간 박상용 검사의 반박

박 검사는 김 전 회장의 발언이 대북송금 사건과 무관하고, 수사팀 검사 누구도 관련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문제의 발언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나온 진술이 아니다. 김 전 회장이 2023년 3월 10일 수원구치소 접견에서 지인에게 한 말이다.

"끝날 만하면 뭘 또 내놓으라 하고. 내가 은행 금고여? 있어야 내놓을 것 아니냐… 이재명이(한테) 돈 줬다고, (그런 게) 있으면 줬다고 하고 싶다."

검사가 특정 질문을 했는지 여부는 핵심 쟁점이 아니다. <오마이뉴스>는 해당 기사에서 검사가 특정 질문을 했다고 단정하지 않았고, 수사 과정에서 이어진 요구와 압박 속에서 김 전 회장이 불만을 터뜨린 장면으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

당시 흐름을 보면 김 전 회장이 왜 이러한 태도 변화를 보였는지 유추해볼 수 있다. 그는 2023년 1월 태국에서 체포돼 국내로 송환될 당시 공항에서 "이재명씨와 전화한 적도 없고 전화번호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원지검 조사 이후 약 열흘 뒤 "이재명의 방북을 위해 북한에 송금했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꾼다. 두 달 뒤 구치소 접견에서 다시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검 전 회장은 이런 말도 한다.

"거짓말 아니고. X까고. 열받아 가지고. XXX들이. 검사들이 하는 짓들이, 수법들이 똑같네."

김 전 회장의 3월 21일 구치소 접견 녹취에는 다음과 같은 발언이 등장한다.

"어제 검사실에서 검사가 배상윤 회장한테 전화해보라고 해서 통화했거든."

배상윤 회장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이다. 김 전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이 통화는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에서 이뤄졌다. 1313호는 박 검사가 수원지검 재직 시 사용했던 사무실이다. 이미 김 전 회장은 대북송금 관련 자백을 했었고 그 외의 자백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는 박 검사의 반박에 짙은 의구심이 남는 대목이다.

"북한에 돈 줬다고 하라"... 진술 맞추기 정황
▲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TF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2026-01-08
ⓒ 이정민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김 전 회장의 구치소 접견 녹취에는 박 검사의 주장과 배치되는 발언이 적지 않게 등장한다. 4월 14일 접견 당시 김 전 회장은 측근에게 이렇게 말한다.

"안부수 그날 꼭 오라고 그래. 그 XXX 그거. XX놈 그거. 북한에 돈 줬다고 하라고 그래. 북한에 줬다고 하는게 차라리 형(량)이 싸다고 그래."

4월 24일 접견에서는 공범들과 상의를 거쳐 진술을 정리하는 듯한 발언도 나온다.

"(방)용철이(쌍방울 전 부회장), (김)태헌이(김성태 전 회장 매제, 김성태 금고지기)도 아예 모른다고 하면 안된다고. 일이라는 게 마무리를 해야지. 괜찮은 게 있으면 상의를 해서 편지를 써. 변호사를 줘."

이러한 대화는 사건 관계자들 사이에서 진술 방향이 공유되거나 맞춰질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될 수 있다. 모두 박 검사가 대북송금 사건 자백이 끝났다고 한 시점에 벌어진 일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검찰 수사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하고 있다는 김 전 회장의 인식을 보여주는 내용도 등장한다. 4월 18일 접견에서다.

"검찰이 이재명이 그것도 대북송금 뇌물로 기소하려고 하고 있드만."

김 전 회장 외에도 쌍방울 관계자들의 접견 녹취에는 수사 상황을 언급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5월 18일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은 접견 자리에서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박상용 검사가) 이화영씨 좀 빨리 설득하라더라."

방 전 부회장은 이어 "이화영이 입 열면 결국 이재명까지 가는 것"이라는 취지의 말도 한다. 아내와의 접견 나흘 뒤인 5월 22일 방 전 부회장은 "이화영이 자백했다"며 "돈 준 걸 (이재명도) 알았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한다.

접견 녹취에는 수원지검 1313호 검사실도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방용철 전 부회장은 5월 접견에서 쌍방울 직원에게 "1313호로 오라"고 말하거나 검찰청 출입 등록을 언급하는 발언을 한다. 이는 구속 상태인 사건 관계자와 쌍방울 직원들이 검찰청을 오가며 접촉한 정황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대목이다.

법무부 특별점검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성태 전 회장은 2023년 1월 17일부터 약 1년 동안 총 184회 검찰에 출정했다. 같은 기간 전국 주요 교정기관 수감자 가운데 가장 많은 횟수였다. 2위 역시 125회를 기록한 방용철 전 부회장이었다.

또한 여러 차례 1313호 검사실로 온 쌍방울 직원들이 커피와 간식, 김 전 회장이 먹고 싶어 했다는 음식을 반입했다는 교도관 및 이 전 부지사 등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도 포함돼 있다.

"짜깁기" 주장... 그러나 자료는 법무부 조사 문서
 박상용 검사와 이화영 전 부지사. 2025-10-14
ⓒ 연합뉴스
박 검사는 기사 내용을 두고 "녹취를 짜깁기한 허위 보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기사에 사용된 접견 녹취는 법무부 특별점검팀 조사 자료에 포함된 내용을 거의 원문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문장을 임의로 재구성하거나 새로운 내용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연어 술파티 당일로 특정된 2023년 5월 17일 김 전 회장의 녹취를 보면, 김 전 회장의 발언 내용이 실제 상황과 꼭 들어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김 전 회장은 이 전 부지사와의 대질신문을 앞두고 "오늘 중요한 날이야. 결전의 날이야 사실은"이라고 말한다.

"나도 고민무지하게 돼 임마. 사실 엄청난 도박이야. 만약에 저것들이 기소해 가지고 유죄 나오면 1년 6월 이상인데. 스타트가. 예를 들어서 지금 이화영이도 마찬가지 아녀. 오늘은 나온다고 지가 하니까. 소주라도 한 잔 먹고 가서 이야기하면 편할 판인데. 내가 변호사한테 이야기해 봤으니까."

김 전 회장은 "물 있잖아. 물은 좀 있잖아. 석수같은 거"라고 지칭한 뒤 "한번 이야기해보라구 해. 흉금없이 이야기를 해볼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들면 좀 어떠냐. 뭔 말인지 알지"라고 당부한다.

실제 이날 오후 6시 34분과 37분 수원지검 앞 편의점에서 김 전 회장을 수발하는 쌍방울 관계자는 쌍방울 법인카드를 이용해 각각 1만 2100원과 1800원을 결제한다. 이는 소주 3병, 생수 3병, 담배 1갑 등을 합쳐 1만2100원을 결제한 뒤, 생수병에 '소주갈이'를 하는 과정에서 소주가 부족해 소주 한 병(1800원)을 더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직 검사가 재판부 향해 "국민참여재판 취소 검토" 요청

박 검사는 입장문 말미 "허위 보도로 인해 국민참여재판 취소 여부를 검토해야 할 상황이 될 수 있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국민참여재판 개시 여부를 판단하는 권한은 재판부에 있다. 일선 검사가 언론 보도를 이유로 재판 방식의 취소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지난해 재판 과정에서 수원지검 검사들이 기피 신청을 하고 집단 퇴정한 일이 있었다. 당시 쟁점 역시 법무부 특별점검팀 자료 공개 문제였다.

수원지검의 기피 신청 후 3개월이 지났고, 그 사이 수원지법과 수원고법은 잇따라 기각 결정을 했다. 그리고 지난 3일 재판이 다시 재개됐다. 재판부는 6월께 국민참여재판을 2주간 진행하겠다고 공지한 상황이다.

이제 다시 박 검사에게 역으로 묻고 싶다.

접견 녹취와 법무부 조사 자료가 보여주는 정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해당 자료 속 사건 관계자들의 발언에 대해 대북송금 사건 담당 검사로서 어떤 설명을 내놓을 것인가. 나아가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이 맞춰지는 일련의 작업을 과연 박 검사 혼자만 주도한 것인가.

[관련기사]
[단독] 쌍방울 김성태의 자백 "이재명한테 돈 줬다고, 있으면 줬다 하고 싶다" https://omn.kr/2h7tz
[단독] 쌍방울 핵심 관계자 "박상용 검사, 이화영 좀 빨리 설득하라더라" https://omn.kr/2h8ee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