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가정보국 신설로 '빅시스터' 탄생하나 [김종성의 '히, 스토리']

김종성 2026. 3. 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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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의 히,스토리] 다카이치 내각의 정보기구 개편, 기존 내각조사실 확대·격상

[김종성 기자]

 4일 자 <요미우리신문> 기사 "내각정보조사실을 '국가정보국'으로 격상, '가짜 뉴스' 이용한 외국 세력의 공작 등 분석으로… 종합 조정 기능도"
ⓒ 요미우리신문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 내각이 국가정보회의와 국가정보국의 신설을 추진 중이다. 4일 자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신설의 주된 목적이 대외 첩보 활동이라고 알려준다. 새로운 기구들이 "외국세력에 의한, 가짜 정보를 사용하는 영향공작(影響工作) 등에 대한 대처와 관련해 분석·평가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총리대신이 의장인 국가정보회의는 관방장관·국가공안위원장·법무대신·외무대신·재무대신·방위대신 등이 참가하는 일종의 '관계장관 대책회의'다. 이 기구의 지휘를 받게 될 국가정보국은 일본판 중앙정보국(CIA)으로 불리고 있다. JCIA의 모체는 기존의 내각정보조사실이다. 내각조사실이나 내조로도 불리는 이 기관이 개편되고 격상돼 여름쯤에 국가정보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정보국 신설이 내각조사실의 확대·개편으로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국가정보국은 내각조사실을 토대로 하기는 하지만 이를 확연히 넘어선다. 위 신문은 "이 국에 각 성·청 정보활동의 통합조정 기능이 부여된다"고 보도했다. 방위성이나 법무성 공안조사청 등으로부터도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토대로 통합조정권까지 행사하게 된다.

일본의 정보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안 그래도 정보력이 강한 이 나라가 국가정보국까지 갖게 되면, 일본 국가권력은 한층 더 막강한 빅브라더가 된다. '빅시스터'가 출현하게 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일본의 대외 정보활동이 더욱 강해지면, 아무래도 한국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새로 생길 JCIA가 아니더라도, 한국에 대한 일본의 정보력은 예전부터 이미 강력했다.

북한군 귀순 20분 만에 일본 내각회의

이 점은 1996년 5월 23일 오전 11시 9분에 발생한 미그기 조종사 이철수 대위의 귀순 때도 증명됐다. 1983년에 이웅평 대위가 동일한 기종을 타고 월남한 이후로 13년 3개월 만에 일어난 이 사건에 대한 일본의 정보 수집 및 분석은 매우 신속했다.

한일 양국에 포진한 일본 정보요원들이 이철수에 관한 정보를 취합하고 망명 동기 등을 분석한 뒤 그 결과를 내각회의 테이블에 올리는 데는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틀 뒤 <조선일보>는 그 과정을 이렇게 정리했다.

"일 정부는 23일 북한 미그19기 귀순 정보를 통신사를 통해 얻었다. 곧바로 정보수집 및 분석에 들어갔다. 주한일본대사관이 뛰었고, 일 외무성과 방위청 요청에 우리 외무부·국방부가 즉시 정보를 제공했다.

이어, 체계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국익 차원에서 24시간 대외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총리 직속 내각정보조사실(내조)이 움직였다. 내조에 소속된 각 부처 파견요원 1백 20명이 친정 부처에 지시했다. 외무성 국제정보국 60명도 한국과의 공식·비공식 인맥을 활용했다. 기초적인 정보 수집·분석이 끝나고 총리 주재 회의가 시작된 것은 미그기 귀순 20여 분 뒤였다."

그런데 한국에 관한 이 같은 정보망이 한국 국민이나 한국 민주주의에 호의적으로 사용된 일은 거의 없다. 이는 독재정권을 돕는 쪽으로 주로 활용됐다. 1973년 8월 8일에 김대중이 한국도 아닌 일본 땅에서 한국 요원들에게 납치돼 동해에 수장될 뻔했던 것도 한 가지 사례다.

1987년에 발행된 김대중 회고록인 <민족의 새벽을 바라보며>에는 김대중이 야스에 료스케 <세카이> 편집장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하는 대목이 나온다. 김대중이 유감을 품은 것은 일본 정보기관이 자신과 한국 요원들의 동향을 손바닥 들여보듯 관찰했으면서도 아무런 제지를 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보기관이 일본 땅에서 공권력을 불법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일본의 주권에 대한 침해이므로 일본 정부가 한국 요원들을 제지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도 일본 기관들은 한국 중앙정보부를 제지하지 않았다. 수집한 첩보를 바탕으로 도리어 묵시적 승인을 해주는 결과를 만들어냈을 뿐이다.

일본 측은 중앙정보부에 형식적인 '주의'만 줬다. 위 회고록에 따르면, 납치 당시의 중앙정보부장은 아니지만 정보부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재임 1963~1969)은 그 뒤 미국 하원에 가서 "일본의 경시청은 김대중 씨를 미행하는 사나이들의 스냅사진을 찍어 경찰청에 재일KCIA위원회의 김재권 공사에게 일본 정부가 곤란해질 일을 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라는 증언을 했다.

일본 측은 '우리도 알고 있다'는 표시만 한 채, 아무런 제지를 가하지 않았다. 그리고 한국 요원들이 김대중을 납치한 뒤 바다 쪽으로 이동하는 것도 묵인했다. 알고 있다고 표시하면서도 굳이 제지하지 않는 태도는 남의 나라에서 불법 공작을 벌이는 한국 요원들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것이었다. 묵인을 가장한 사실상의 지원이라고 해석해도 과하지 않다. 김대중이 유감을 갖는 것은 당연했다.

한반도 평화에 악영향 끼친 일본 정보기관

일본 정보기관은 한국 정보기관의 간첩 조작에도 협력했다. 2002년의 안덕영 간첩 조작 사건이 그 일례다. 이 사건과 관련해 2006년에 유출된 한국 정보기관 보고서를 근거로 언론인인 노다 히로나리가 그해 9월 13일 <오마이뉴스 재팬> 및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에 이런 대목이 있다.

"(보고서의) 제목은 '결정적인 범증 수집과 현지 채증을 위한 요원의 일본 출장 결과보고서'. 간단히 말하면, 간첩용의 대상자로 찍힌 안씨가 2000년 6월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 한국군의 정보기관인 국군기무사령부와 한국 경찰청의 보안국에 소속된 요원들이 몰래 방일해 일본 국내에서 수사·정보 활동을 전개했던 상세한 기록이 담긴 문서이다.

문서에 따르면, 수사가 행해진 것은 2000년 6월 21일부터 30일까지. 문서에는 '출장계획'과 '결과'의 내용이 담겨 있고, 출국 전 안씨의 전화를 도청한 것으로 보이는 대화 기록도 기재되어 있다. 또 일본을 방문한 기무사 요원들이 법무성의 외국(外局)인 공안조사청과 공안경찰에 협력을 요청해, 일본 체류 중 안씨를 함께 미행·감시했던 사실이 기재돼 있다. 한국의 치안정보기관이 일본 국내에서 공공연히 수사 활동을 전개하고 그것을 일본 공안기관이 지원했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자료다."

일본 정보기관은 전두환이 1980년 5 ·17 쿠데타와 5·18 광주학살을 자행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전두환에게 거사 명분이 된 것은 내각조사실에서 툭하면 흘러나오는 북한 남침설이었다. <전두환 회고록> 제1권에 이런 대목이 있다.

"최규하 대통령께서 중동으로 떠나시던 5월 10일 오전, 나는 김영선 중앙정보부 2차장으로부터 긴급보고를 받았다. 일본 내각조사실이 보내온 첩보였는데, 북한이 남침을 결정했다는 놀라운 내용이었다."

이때 내각조사실이 흘린 것은 북한이 5월 15일부터 20일 사이에 남침할 것이라는 첩보였다. "보고를 받고 김 차장을 돌려보내자 온몸에서 긴장감이 느껴졌다"고 전두환은 회고했다. 이 첩보는 그가 5월 17일에 군대를 동원하는 명분이 됐다. 1979년 12·12쿠데타로 군부를 장악한 전두환이 민주화 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그런 허위 정보를 악용할 수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일본 '내조'가 전두환을 내조했던 것이다.

이제까지 일본 정보기관들은 한국의 민주화나 인권, 한반도 평화에 악영향을 끼쳤다. 그런 일본의 정보기관들이 조만간 JCIA로 업그레이드된다. 빅시스터가 될 다카이치 사나에를 비롯한 향후의 일본 총리들이 한층 커진 두 눈과 한층 넓어진 두 귀로 한국 상황을 관찰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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