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팬 10명 중 7명이 원한다는데...샐러리캡 도입하면 정말 야구가 '공평'해질까?

배지헌 기자 2026. 3. 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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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애슬레틱 설문, MLB 팬 68% "샐러리캡 도입 찬성"…2022년 59%보다 9%p 상승
-선수노조 마이어 총장 반박…구단주들의 여론전 산물일 수도
-현행 단체협약 12월 만료…1994년 이후 최대 규모 노사 충돌 예고
샐러리캡은 야구계의 뜨거운 논쟁거리다(사진=Bing AI)

[더게이트]

메이저리그 팬 10명 중 7명이 샐러리캡을 원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숫자만 보면 MLB 선수노조로서는 꽤 불편한 여론이다. 그런데 잠깐. 팬들이 원한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팬들을 위하거나 팬들에게 좋은 일일까.

미국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4일(한국시간) "MLB 팬 68%가 캡·플로어(상한·하한) 도입에 찬성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지난 2월 10일부터 23일까지 자사 웹사이트에서 독자 자발 참여 방식으로 진행된 설문에 1만 4154명이 응했다. 반대는 27%, 무응답은 5%였다. 2022년 같은 설문에서 찬성이 59%였던 것과 비교하면 9%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브루스 마이어 MLBPA 임시 사무총장은 팬들의 여론을 존중한다면서도, 그 여론이 사실과 다른 판단에 근거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어는 "팬들도 구단주에게 팀을 팔라고 하지만, 구단주들은 팔지 않는다"면서 "샐러리캡은 팀을 개선하려는 구단의 의지를 꺾는 궁극적인 경쟁 제약"이라고 잘라 말했다. 팬들이 원한다고 해서 팬들에게 좋은 게 아닐 수 있다는, 다소 도발적이지만 따져볼 만한 논리다.
연봉 상한제 도입을 둘러싼 MLB와 선수노조의 대립이 커지고 있다(사진=MLB.com)

팬들은 전문가만큼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MLB 노사 협상은 복잡하다. 수익 배분 구조, 에스크로 조항, FA 취득 시기, 개별 연봉 상한선까지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제도의 총체다. 일반 팬이 이 복잡한 구조 전체를 꿰뚫고 '샐러리캡이 내 팀과 내 야구 관람 경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확히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팬들이 샐러리캡을 원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 응원팀이 다저스나 메츠처럼 돈을 마음껏 쓰는 팀과 맞붙어 도저히 이길 수 없다는 박탈감이다. 피츠버그 파이리츠 팬이나 탬파베이 레이스 팬 입장에서는 4억 200만 달러(약 5952억원)에 달하는 다저스 연봉 총액을 바라보며 리그 자체가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그 감정이 캡 도입 지지로 이어지는 과정에 빠져 있는 게 있다. 캡이 생겨도 그 팀이 우승할 확률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NFL은 오랫동안 샐러리캡으로 운영해온 리그다. 그래도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가 10년을 지배했고, 지금은 캔자스시티 치프스가 판을 쥐고 있다. 캡의 존재가 경쟁 균형을 자동으로 보장하지는 않는다. 우승을 가르는 건 연봉 총액이 아니라 프런트의 선수 육성과 운영 능력이라는 반론은 오래됐지만 여전히 유효하다.

더 불편한 질문도 있다. 팬들의 샐러리캡 지지 여론이 과연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냐는 물음이다. MLB 사무국과 구단주들은 오랫동안 '경쟁 균형'이라는 프레임으로 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왔다. 사무국 대변인 글렌 캐플린은 "전국 팬들로부터 매일 자기 팀이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가 없다는 말을 듣는다"고 했다. 언뜻 팬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 같지만, 실은 특정한 목소리를 골라 증폭시키는 여론 조작에 가깝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브라이스 하퍼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매니 마차도가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나란히 다저스를 옹호하고 나선 것도 이 맥락에서 읽힌다. 마차도는 "모든 팀이 다저스처럼 운영해야 한다"고 했고, 하퍼는 "다저스는 드래프트와 육성에서도 믿을 수 없는 성과를 낸다"고 평가했다. 다저스가 좋아서가 아니라, 현행 자유계약 시스템을 지키려는 포석이다. 구단주들이 다저스의 독주를 빌미로 선수들의 몸값을 인위적으로 억누를 제도적 족쇄를 채우려 한다는 걸 선수들은 누구보다 잘 안다.

마이어가 팬 여론 자체에 이의를 제기한 것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2001년 진행된 다른 설문에서 캡 찬성이 84%였다는 점을 들며 "지금이 그때보다 오히려 낮거나 비슷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여론은 시기와 설문 설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나온다. 어떤 틀로 질문을 던지느냐가 결과를 좌우하기도 한다. 이번 디 애슬레틱 설문 역시 독자 자발 참여 방식이라 통계적 엄밀함이나 대표성에는 한계가 있다.
선수노조가 신임 사무총장으로 브루스 메이어를 선출했다(사진=나노바나나 생성 이미지)

대형 계약이 사라지면, 팬들은 더 행복해질까

샐러리캡이 현실화되면 야구판은 뿌리째 흔들린다. 뉴욕 메츠가 후안 소토에게 안긴 15년 7억 6500만 달러(약 1조 1322억원)짜리 계약 같은 거래는 다시 나올 수 없게 된다. MLB는 NHL형 하드캡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 측 소식통이 제시한 목표치는 상한 2억 4000만 달러(약 3552억원), 하한 1억 6000만 달러(약 2368억원)였다.

캡 시스템에서 선수들은 연봉 일부를 에스크로로 묶어둬야 한다. 리그 수익이 줄면 그 돈을 돌려받지 못한다. NBA에서는 2024-25시즌 TV 중계권 수익 감소로 선수들이 5억 달러(약 7400억원) 가량을 사실상 반납했다. NFL에서는 매 FA 시즌마다 연봉 총액을 맞추기 위해 멀쩡한 선수가 방출된다. 마이어가 "FA 시즌마다 라커룸에서 피가 흐른다"고 표현한 이유다. 반면 2020년 코로나19 단축 시즌 당시 MLB 선수들은 다른 캡 리그 선수들보다 훨씬 나은 처우를 받았다. 수입 감소를 선수 연봉으로 직접 전가하는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행 단체협약은 올해 12월 만료된다. 새 CBA 공식 협상은 정규 시즌 개막 이후 본격화된다. 구단주들은 1994-95년 파업 이후 가장 공격적인 캡 도입 시도를 준비 중이다. 당시엔 그 여파로 월드시리즈가 통째로 사라졌다. 잘못하면 올 시즌 뒤에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야구가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며 전성기를 누리는 타이밍인데 다들 뭐하는 짓인가.

팬들은 더 공평한 야구를 원한다. 그 진심을 의심할 이유는 없다. 다만 그 바람을 실현할 도구로 정말 샐러리캡이 최선인지, 아니면 구단주들의 농간에 속고 있는 것은 아닌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팬들의 선의가 자칫 구단주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로 이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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