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정책은 선언이 아니라 행정과 예산의 문제

뉴스피치 2026. 3. 5.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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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피치 3·8 세계여성의날 언론 캠페인] 김태원 (사)세종여성 대표 기고

뉴스피치는 제118주년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3월 3일부터 8일까지 6일간 세종여성연대(9개 단체·기관)와 함께 3·8 언론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세종지역 여성들의 릴레이 칼럼을 통해 성평등의 현재를 짚고, 제도와 정책의 과제를 시민과 공유하기 위해 기획됐다.

세계 여성의 날은 20세기 초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참정권 쟁취 투쟁에서 비롯됐다. 1975년 유엔이 국제기념일로 공식 지정했으며, 한국에서는 1985년 제1회 한국여성대회를 계기로 기념이 본격화됐다. 2018년부터는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3월 8일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돼 국가 차원의 기념이 이어지고 있다. <기자말>

[뉴스피치]

 3.8언론캠페인 이미지 재능나눔=오준영 움직임협동조합 이사장
ⓒ 뉴스피치
 2024년 3월 28일 세종시 최초 여성단체들이 진행한 '2024총선여성연대 토론회'
ⓒ 뉴스피치 김이연심 기자
지방선거는 흔히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린다. 대통령 선거나 총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은 편이지만, 사실 우리의 일상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선거가 바로 지방선거다. 우리가 걷는 거리의 안전,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환경, 돌봄과 복지, 지역 일자리, 성평등 정책은 모두 지방정부의 결정 속에서 구체화된다.

다가오는 지방선거는 단순한 권력 교체의 절차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지역사회를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 과정이다. 지역의 방향과 가치, 삶의 조건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 지점에서 여성단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여성의 삶은 지역 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돌봄, 안전, 노동, 건강, 문화, 주거 문제는 추상적 의제가 아니라 일상의 문제다. 여성단체는 이러한 삶의 현장에서 출발해 정책의 사각지대를 드러내고, 시민의 목소리를 제도 안으로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해왔다.

성평등가족부의 성평등문화 확산 사업 역시 이러한 현장의 토대 위에서 가능했다. 성평등 의식 향상을 위한 교육과 캠페인, 문화행사 등은 민관 협력 속에서 추진돼 왔으며, 그 중심에는 여성단체들의 지속적인 실천이 자리하고 있다. 대중의 성평등 인식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온 여성단체들은 한국 사회에 성평등 문화를 확산시키고 성평등교육을 정착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주체라 할 수 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다수의 성평등 정책과 사업 또한 여성단체가 길러낸 인재 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지방의 경우 성평등 연구자나 전공 교수가 매우 적고, 관련 연구소가 없는 대학도 적지 않다. 그 공백을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메우고 있다.

성평등 정책 제안과 자문, 각종 심의위원회 참여는 물론, 성폭력 상담, 성별영향평가, 여성친화도시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들은 정책 컨설턴트이자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한다. 성평등 정책을 현장에서 떠받치는 기초 인력인 셈이다.

지자체 역시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성단체의 축적된 활동과 교육이 없었다면 오늘날과 같은 전국 단위의 성평등 사업 확산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성평등 정책의 제도화 뒤에는 오랜 시간 지역에서 뿌리를 내려온 여성단체들의 실천이 자리하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오랫동안 지역 현장에서 여성폭력 피해 지원, 돌봄 공백 문제 제기, 성차별적 관행 개선, 성평등 교육과 시민역량 강화 활동을 이어왔다. 그 과정에서 확인한 사실은 분명하다. 성평등은 선언이 아니라 행정과 예산의 문제라는 점이다.

지방정부의 조례 하나, 예산 항목 하나가 여성과 사회적 약자의 삶을 바꾼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지역 정책에는 성인지적 관점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으며, 정책 수립 과정에서 시민 참여 역시 제한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지역에 활발한 여성단체가 존재해야 성평등 정책과 사업도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 여성단체의 역량은 지역 성평등 정책의 성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방에서는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여성단체는 성평등 정책의 중요한 파트너다.
 성인지감수성 교육을 하고 있는 김태원 세종여성 대표
ⓒ 뉴스피치
지방선거에서 여성단체 과제와 역할

선거 때마다 '여성 공약'은 등장하지만, 선거 이후 이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평가하는 구조는 여전히 취약하다. 성평등 정책은 중앙정부의 선언만으로 실현되지 않는다. 지방정부의 조례 제정, 예산 편성, 공공기관 운영 지침 속에서 실질적 변화가 만들어진다.
이 지점에서 여성단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첫째, 여성단체는 지역의 성평등 의제를 발굴하고 공론화하는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 내 젠더폭력 예방 시스템 구축, 돌봄 공공성 강화, 경력단절 예방, 여성노동 환경 개선 등 생활 밀착형 의제를 정리해 후보자에게 제안하고 공개 질의하는 과정은 지역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만드는 일이다.

둘째, 정책 감시와 평가 기능을 체계화해야 한다. 선거 시기에만 목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당선 이후 공약 이행 점검, 예산 분석, 성인지 예산 모니터링 등을 통해 지속적인 감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여성단체는 정치 참여의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역 여성 리더를 발굴하고 정치 교육을 통해 공적 영역 참여를 지원하며, 성별 균형 의제를 꾸준히 제기함으로써 정치의 다양성을 확장한다.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는 단순한 대표성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관점을 전환하는 문제다.

넷째, 여성 정치인과 시민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한다. 후보자 발굴과 역량 강화 교육을 통해 지역 정치에 더 많은 여성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시민의 요구를 정책 언어로 번역해 전달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생활정치를 바꾸는 힘은 멀리 있지 않다. 그것은 지역에서, 시민의 삶 속에서, 그리고 오랫동안 현장을 지켜온 여성단체의 경험과 연대 속에 있다. 지방선거는 그 힘을 제도와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다.

여성단체는 감시와 비판을 넘어 정책 제안과 협력의 파트너로서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그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민주주의는 투표로 완성되지 않는다. 선거 전의 제안, 선거 이후의 감시, 그리고 일상의 참여가 이어질 때 비로소 완성된다.

여성단체가 침묵하면 성평등 의제도 사라진다. 그러나 목소리를 낼 때 정치의 언어는 달라진다. 여성단체들은 선거 이후에도 공약 이행을 점검하고 시민 참여를 확장하며, 지역 성평등 정책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연대해 나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세종시 공동체 미디어 '뉴스피치'에도 실립니다. 뉴스피치(Newspeach)’는 세종시에 거주하는 중장년층 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지역언론으로서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 조성에 기여하고자 창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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