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통과한 법왜곡죄, 뒤늦게 '노회찬'이 소환된 이유
[유성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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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8월 3일 당시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서 삼성 X파일 사건과 관련해 특별검사제 도입 및 이건희 회장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모습(자료사진). |
|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정의당에서 노 전 대표와 함께 활동했던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회 표결을 앞둔 지난달 26일 "노 전 대표가 생전에 추진했던 '법왜곡죄'가 드디어 가결된다"며 "생전에 노 대표는 법왜곡죄 입법을 준비했지만 발의를 눈앞에 둔 2018년 7월 세상을 떠나셨다"고 언급했다.
법왜곡죄 법안을 만들고 논의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당 간사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당시 SBS라디오에서 "법왜곡죄는 노회찬 의원님께서 처음에 공론화를 시켰던 법안"이라고 말했다. 법왜곡죄를 포함한 형법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주도로 재석 170명 중 찬성 163명으로 가결돼 시행을 기다리고 있다.
형사 사건 수사와 재판에 관여하는 판검사가 법률을 왜곡해 적용할 경우 최대 징역 10년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게 법왜곡죄 골자인데, 노 전 대표가 오래 전부터 법왜곡죄 도입을 주장했던 이유는 뭘까. 사건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홈페이지 게시는 면책 범위 아냐" 황당 논리... 노회찬은 왜 법왜곡죄 주장했나
2005년 8월, 당시 민주노동당 소속이던 노 전 대표는 국회 법사위에서 안기부(국정원의 전신)의 불법 도청 녹취록(소위 '삼성 X파일')을 공개했다(관련 기사: "회장께서 지시하신 거니까..." 노회찬, 삼성 '떡값검사 7인' 명단 폭로 http://bit.ly/ia6Am ).
당시 삼성그룹이 1997년 대선 국면에서 검찰 고위 간부 7명에게 '떡값' 명목으로 각각 최소 5백~3천만 원씩을 명절마다 줬다는 내용이 골자다. 유력 정치인에게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도 담겼다. 당시 MBC 등 언론은 이를 보도하면서 익명 보도했으나, 노 전 대표는 떡값을 받은 검사 실명을 그대로 밝혀 큰 파문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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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 전 대표가 2005년 8월 당시 올린 입장문. 노회찬 재단 아카이브 '삼성 X파일 사건' 화면 갈무리. |
| ⓒ 노회찬 재단 아카이브 |
하지만 이후 검찰은 고발된 삼성 뇌물 혐의 수사는 소극적으로 진행하는 한편, 오히려 안기부의 '불법 도청'으로 작성된 '삼성 X파일'을 폭로했던 노 전 대표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노 전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에 포함돼 처벌할 수 없지만, 이를 홈페이지에 게시해 공개한 건 불법이라는 게 당시 검찰 측 논리다. 대법원도 그렇다고 봤다.
"X파일에 실린 검사들 이름을 보도자료를 통해 기자들에 배포한 것은 면책특권에 해당하나, 인터넷으로 일반 국민들에 알리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불법에 해당한다. (2013년 2월, 당시 대법원 판결문 중)"
당시 노회찬 의원 보좌관이던 박영선 현 국회의장실 공보기획비서관은 <오마이뉴스> 통화에서 "이는 명백히 의정 활동 일환이었고 국회 서버 홈페이지에 공개했음에도 검찰은 이걸 '통비법 위반'이란 억지 논리로 기소했다"며 "민주당 의원들도 녹취를 입수했지만 공개할 용기를 못 냈는데, 노 전 대표가 위험을 감수하고 실명을 공개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5월 동료 의원 64명이 '노회찬은 무죄'라며 집단 탄원에 나서기도 했으나, 2013년 초 대법원 유죄 판결이 나면서 노 전 대표는 의원직을 상실했다(1심 유죄-2심 무죄-대법원 유죄).
"뇌물을 준 사람, 받은 사람 중 그 누구도 기소되거나 처벌되지 않았는데 대신 이를 보도한 기자 2명, 실명을 거론해 수사 촉구한 국회의원 1명이 기소됐다. (...) 폐암 환자를 수술한다더니 암 걸린 폐는 그냥 두고, 멀쩡한 위를 들어낸 의료사고와 이게 뭐가 다른가." (노회찬, 2013년 2월 '국회를 떠나며' 입장문 중)
'노회찬' 콕 찍어 기소하고 유죄 판결... "법 있었다면 판검사도 조심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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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른바 '떡값 검사' 실명 공개로 기소돼 대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한 노회찬 당시 진보정의당 공동대표가 2013년 2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대법원의 해괴망칙하고 시대착오적 판결이다. 8년 전 그 순간이 다시 온다고 해도 똑같이 행동할 것"이라고 밝히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
| ⓒ 남소연 |
약 2달 뒤인 2018년 9월 심상정 당시 정의당 의원이 "고 노회찬 대표님이 추진하던 법안"이라며 법왜곡죄를 발의했으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임기 만료 폐기됐다. 이후 윤석열 계엄·탄핵 등을 거치며 사법개혁 필요성 논의가 국회 내 급물살을 탔고, 8년 뒤인 지난 2월 26일 국회를 통과하게 됐다.
신장식 혁신당 의원은 4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만약 (노 전 대표) 사건 당시에 법왜곡죄가 있었다면 판검사들도 조심했을 것"이라며 "검찰 개혁과 사법 개혁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공수처 설치와 법왜곡죄 등 구체적 방법론까지 먼저 고민했던 게 노 전 대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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