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사태 점검] 달러-원 1,500원대 재접근…반도체 업종, '환율효과'는
비용 상승·해외 투자엔 악재…환율 효과 제한적
(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500원대에 재근접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의 환율 민감도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출 비중이 절대적인 산업 구조상 원화 약세는 단기적으로 반도체 기업 실적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그러나 원재료 및 장비 투입 가격 상승과 해외 투자 비용 확대 등 장기적인 비용 부담도 함께 커질 수 있어 고환율 구조가 달갑지만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ICT 업종, 환율 10% 오르면 이익률 0.11%p↑
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환율 상승은 달러 매출 비중이 높은 메모리 기업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모두 매출 대부분이 달러 기준으로 발생하는 구조다. 환율이 상승하면 동일한 달러 매출이라도 원화 기준 매출이 확대되기 때문에 수출 기업의 실적에는 자연스러운 '환율 효과'가 발생한다.
산업연구원이 2024년에 발간한 '환율 변동이 국내 제조업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 가치(실질실효환율 기준)가 10% 하락하면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은 0.46%p 증가하고, 반도체가 포함된 ICT산업군의 경우 0.11%p 증가한다. 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력이 수입 중간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효과보다 크기 때문이다.
실제 반도체 산업은 최근 수출 증가세를 보이며 국내 수출을 견인하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025년 반도체 수출은 1천734억 달러로 전년(1천419억 달러) 대비 22.2%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도체는 전체 수출의 약 25%를 차지하며 사상 처음으로 연간 수출 7천억 달러 돌파를 견인한 핵심 품목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반도체 수출 증가의 핵심 요인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AI 서버 수요 증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구조적인 수요 확대는 환율 상승과 맞물려 반도체 기업 실적에 추가적인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대규모기업집단은 오히려 환율효과가 사라진다는 점은 주목할 부문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실질실효환율이 10% 하락하면 대규모기업집단은 영업이익률이 0.29%p 하락하는 구조다. 이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대규모 기업집단의 수출전략이 가격경쟁에서 기술경쟁으로 변화하면서 매출 효과가 사라졌음을 시사한다는 게 산업연구원의 설명이다.

◇ 삼전·닉스, 환율 5% 오르면 4천억원↑
기업들의 환율 민감도는 환율 5% 등락에 연간 4천억원 이내에 그친다.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이 100조원대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수치는 크지 않다.
삼성전자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이 약 5% 상승할 경우 법인세 차감 전 기준 당기손익이 약 3천653억 원 증가한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달러-원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순이익이 약 7천811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사업보고서의 환율 민감도는 수출 매출에 따른 환율 효과뿐 아니라 매출채권, 외화자산, 외화 차입금 등 회사가 보유한 외화 자산과 부채에 따른 환산 손익을 모두 반영한 것이다. 즉 환율 상승은 매출 확대 요인이 되지만 동시에 외화 차입금에 따른 금융비용이나 외화부채 평가손실 등 비용 요인도 함께 발생시킨다. 이 때문에 환율 상승에 따른 영업이익 증가분이 상당 부분 상쇄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이 수출 기업 실적에 긍정적인 것은 맞지만 사업보고서의 환율 민감도 수치는 외화자산과 부채 평가손익까지 포함된 결과"라며 "실제 이익 증가 효과는 이보다 제한적이다"라고 설명했다.
환율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반도체 산업은 수출 비중이 높은 동시에 장비와 소재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조달하는 구조다. 환율 상승이 지속되면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 생산 단가가 상승하고 기업 수익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의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대기업의 경우 재고 관리나 장기 계약 등을 통해 일정 부분 대응이 가능하지만 해외 부품 의존도가 높은 중소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은 수입 가격 상승을 직접적으로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설비투자 역시 중요한 변수다. 최근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생산 거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반도체 공장 투자를 진행 중이며 SK하이닉스도 미국 인디애나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는 대부분 달러 기준으로 집행된다. 환율이 상승할수록 동일한 투자라도 원화 기준 비용이 증가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반도체 업종에 긍정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물가 상승에 대한 비용 압박과 해외 투자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전체적으로 영향이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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