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KB 감사” 한마디에…금융권 ‘정책 화답’ 경쟁
KB·신한·우리, 지방균형 발전 지원 나서
‘당근과 채찍’ 전략… 대통령 SNS 칭찬에 금융권 ‘들썩’

이재명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전략인 ‘5극 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정책에 주요 금융지주들이 대규모 자본·인력 투입 계획으로 화답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이 특정 금융사를 공개적으로 치켜세우는 이례적인 행보를 보이자, 지배구조 개편 압박 속에 놓인 금융지주들이 ‘정책 화답형’ 경쟁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우리금융은 전북혁신도시 내 거점 조성 및 대규모 인력 배치 계획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들 3대 금융그룹의 전주 상주 인력은 기존 470명에서 980명까지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물꼬를 튼 건 KB금융이다. 지난달 28일 전 금융권 최초로 ‘KB금융타운’ 조성안을 발표하며 은행·증권·운용 등 핵심 계열사 일부를 전주에 집결시키기로 했다. 당초 기존 임직원 150명에서 250명으로 늘렸던 상주 인력도 380명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국무회의에서 국민연금공단 전주 이전의 지역 기여도를 지적한 지 한 달 만의 움직임이다.
신한금융도 곧바로 전북혁신도시를 자산운용 중심의 금융 거점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한펀드파트너스의 전주 NPS(국민연금공단본부)를 필두로 신한은행, 신한투자증권, 신한자산운용 등이 참여한다. 기존 130명인 인력은 300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우리금융 역시 전북에 금융인프라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우리자산운용 전주사무소, 기업금융 특화채널인 ‘전북BIZ프라임센터’, 우리신용정보 전주영업소 등을 신설하고 ‘디노랩’을 통해 전북 소재 스타트업을 키운다. 현재 200명 수준인 인력을 300명으로 늘리는 한편, 지역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1조6000억원 규모의 자금 공급 계획도 내놨다.
주요 금융지주들이 전북혁신도시에 인력을 확대하는 것은 정부의 ‘5극 3특’ 정책에 적극 호응하기 위한 행보다. 전북은 1월 29일 ‘전주 금융중심지 개발계획’을 금융위에 제출했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정치권의 오랜 숙원과제다. 문재인·윤석열 정부에 이어 이 대통령 역시 ‘청년이 모이는 자산운용 중심의 전북 금융특화도시 조성’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특급 칭찬’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취임 초기 금융권을 향해 “약탈적”, “잔인하다”며 직격탄을 날렸던 이 대통령은 최근 정책에 호응하는 금융사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은 KB의 투자 발표 직후 SNS에 “국가균형발전에 조금 더 힘을 냅시다. KB그룹에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신한금융이 경기도지사 시절 정책인 ‘그냥드림(푸드뱅크)’ 사업에 45억원을 후원하기로 하자, 국무회의에서 직접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그냥드림은 생계가 어려운 국민이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방문만으로도 먹거리와 생필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사업이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시작한 정책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정부가 채찍만 휘둘렀다면, 지금은 정책에 호응하는 곳에 확실한 당근을 주는 방식”이라며 “대통령이 특정 금융사를 콕 집어 고마움을 표하는 순간, 나머지 금융사들 사이에서 ‘우리만 뒤처지면 안 된다’는 무언의 압박과 일종의 충성 경쟁 기조가 형성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지주들의 행보가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드라이브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회장 임기 제한 및 사외이사 선임 절차 개선을 검토 중인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연임 안건 상정을 앞두고 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도 올해 말 연임 도전에 나서야 한다.
특히 전북은 약 1400조원을 운용하는 국민연금공단(NPS) 기금운용본부가 위치한 지역이다. 국민연금은 KB금융(8.68%), 신한금융(9.10%), 하나금융(8.68%) 등 주요 지주의 지분 6~9%를 보유한 ‘큰 손’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운영 중인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 논의에서도 NPS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CEO 연임 시 주주총회 의결 요건 강화 등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서 NPS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전주를 금융중심지로 키우려는 정부 기조에 맞추는 것은 주주 관리와 사회적 책임 이행이라는 목표를 모두 잡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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