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사외이사 ‘임기 단축’ 부상…‘독립성 강화’ vs ‘전문성 약화’ 

김태은 2026. 3.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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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금융권 사외이사 임기를 3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거수기’ 비판을 받아온 금융지주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있는 반면, 사외이사 전문성 약화와 인재 확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4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사 CEO(최고경영자) 선임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 ‘금융권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고 제도 개선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TF 논의 테이블에는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 중 하나로 ‘3년 단임제’도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금융지주 이사회가 주요 안건에 대해 충분한 견제·감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회장들이 이사회를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사들로 구성해 이른바 ‘참호’를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연임을 이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번 선임된 사외이사가 계속 연임하면서 CEO를 견제하기보다 서로의 임기를 보장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고 본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지난 1월 “금융지주 이사회가 교수 등 특정 직업 중심으로 많이 바이어스돼 있다”며 “‘참호 구축’이라고 자꾸 표현이 되는데 CEO와 이사회가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되면 천편일률적으로 의사결정이 되고 견제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CEO 승계에 관해서도 누구의 의지가 주로 관철될 것인지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며 이사회 독립성 강화를 시사한 바 있다. 

이 원장은 금융사가 자발적으로 이러한 문제를 개선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시중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은행권이 먼저 지배구조 혁신에 과감히 나서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TF에서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 전이라도 필요한 것이 있다면 선제적으로 고쳐달라는 취지다. 

이와 함께 사외이사와 금융지주 회장의 임기가 상당 부분 겹치면서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시차임기제’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차임기제는 이사의 선임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CEO와 사외이사의 임기가 서로 오래 겹치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당국 쇄신 압박에도…‘신중모드’ 지속

당국의 압박에도 금융권은 사외이사 3년 단임제 도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신한금융지주를 끝으로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가 모두 주주총회 안건을 확정하는 이사회를 마무리했지만, 3년 단임제를 주총 안건으로 올린 곳은 없다.

통상 금융지주 사외이사 임기는 ‘2+1년’ 구조로 주어진다. 최초 2년 임기 후 1년 단위로 연임하는 방식이다. 현재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6조에 따르면 사외이사의 임기는 최장 6년이며, 계열사 재직 기간을 합산할 경우 9년까지 가능하다. 3년 단임제가 도입되면 임기가 현행 제도 대비 3년가량 단축되는 셈이다. 

사외이사 인적 쇄신에도 소극적인 모습이다.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는 최근 이사회에서 이달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23명 중 총 6명만 교체했다. BNK금융만이 임기 만료 사외이사 7명 중 5명을 교체하며 비교적 변화의 폭을 넓혔다. BNK금융은 주주 추천 사외이사도 1명에서 4명으로 확대해 주주 추천 이사를 과반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BNK금융은 지배구조 관련 금감원 현장조사를 받은 바 있다.  

3년 이상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우리금융 이사회가 이번에 재추천한 윤인섭 사외이사는 2022년 처음 선임된 이후 4년간 재직해왔다. 신한금융 이사회에서 재선임 추천을 받은 곽수근·배훈 사외이사는 2021년 임기를 시작해 5년간 연임을 이어왔다. 하나금융에서 재추천된 박동문 사외이사도 2021년 첫 임기를 시작해 ‘2+2+1’ 방식으로 세 차례 연임하며 총 5년간 이사회에 몸담아왔다.

다만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데에는 공을 들였다. 그간 금융지주사 사외이사는 학계 출신 비중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신규 사외이사로 KB금융은 법률 전문가를, 신한금융은 회계학 교수와 금융업 전문가를, 우리금융은 소비자보호 및 인공지능(AI) 분야 전문가를 각각 추천했다. 

‘거수기 전락 방지’ vs ‘구인난 심화’ 

사외이사 임기 단축이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는 모습이다. 먼저 경영진과 이사회의 유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선 임기 제한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임기 단축이 독립성 강화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는 있다”면서도 “임기보다 이사회가 실제로 견제 기능을 수행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사회 회의록에 대한 정성적 평가 강화 등을 제도적 보완책으로 제시했다. 

반면 주주들의 요구가 없는 상황에서 강제적인 임기 단축을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독립성 훼손’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임기를 억지로 단축한다면 오히려 독립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금융권에 대해서만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 ‘구인난’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자는 항상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3년 단임제가 도입되면 본업을 잠시 접어두고 3년짜리 사외이사에 전념하려는 분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사외이사로서의 성과가 검증된 인사라도 3년이 경과하면 재선임할 수 없어 전문성을 갖춘 인재 기용에 애로 사항이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올해 주요 금융지주의 주주총회는 오는 23일 우리금융지주, 24일 하나금융지주, 26일 KB금융지주, 27일 BNK금융지주 순으로 열린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 시점을 주주총회 이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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