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 다음은 하늘길?…'공항 통합설' 급부상, 진실은

강갑생 2026. 3. 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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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진단]


4단계 확장 사업이 끝난 인천공항 전경. 연합뉴스
최근 공항업계에선 국토교통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와 한국공항공사(한국공) 통합에 대한 의견을 정리해 공기업 정책을 주관하는 기획재정부에 보냈다는 소문이 돌았다. 인국공은 인천공항을, 한국공은 인천공항을 뺀 김포·제주 등 국내 14개 공항을 운영한다.

소문이 맞는다면 양 공항공사를 합치려는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냔 해석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당시 인국공 등에선 사실 확인을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앞서 정부가 철도운영 기관인 코레일과 SR(수서고속철도)을 연말까지 전격적으로 합치기로 한데다. 여러 공기업의 자회사 통합을 추진 중인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확인 결과,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양 공사 통합과 관련해서 현재 이렇다 하게 진행되고 있는 건 없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도 “국토부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기본적인 자료 요구 정도만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포국제공항에 위치한 한국공항공사 사옥. 강갑생 기자

이번 사안은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모양새이지만 그럼에도 양 공사 통합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운영 효율성과 재정 건전성 등을 고려해 양 공사를 합쳐야 한다는 요구가 업계와 학계 일각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선 윤종오(진보당)·황운하(조국혁신당)·권영진(국민의힘) 의원 등이 양 공사의 통합을 공개적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현 정부가 공기업은 물론 공기업 자회사 간 통합에 적극적인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문길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국 관광객 유치 확대를 통한 지방 발전을 위해선 지방공항의 활성화가 필요한 데 이를 효율적으로 하려면 의사결정 구조가 일원화돼야 한다”며 “두 공사의 통합을 통해 새로운 공항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인천·김포 등 국내 15개 공항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천공항 부근에 있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옥. 강갑생 기자


익명을 요구한 전 한국공 간부도 “관광 활성화를 위해 인천공항에서 제주 등 지방을 직결하는 노선을 만들면 그만큼 김포공항의 해당 노선을 줄이는 대신 홍콩·싱가포르 등 국제선 신설이 가능해진다”며 “이건 두 공사를 합친 통합 마인드 없이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국공 측은 “국가 항공정책상 인천공항의 허브화와 지방공항 활성화는 역할과 전략이 서로 다르다”며 “인국공은 허브화라는 정책적 책무에 맞춰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위상 제고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합 논의에 부정적인 반응인 셈이다.

여러 전문가는 양 공항공사의 통합 여부를 논의하기 전에 객관적이고 엄밀한 효과 분석과 보다 깊이 있는 공항 정책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김포공항 계류장과 활주로 모습. 뉴스1


송기한 서울과기대 건설시스템공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공항 건설과 운영에 대한 지자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가덕도공항 등 신공항들의 운영을 포함한 국내 공항의 소유와 운영 모델 마련이 요구된다”며 “국제공항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 공항의 활성화를 위한 전략 수립 등 공항정책에 대한 심도 높은 검토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서 한국교통연구원 항공교통연구본부장도 “통합하면 항공 네트워크 전략을 보다 일관되게 추진하는 등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반면 치열한 국제 경쟁 환경에 놓인 인천공항으로선 재무 구조나 의사결정체계가 바뀔 경우 전략적 민첩성과 투자 집중도가 약화할 수도 있다”며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객관적 분석을 바탕으로 통합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전 인국공 고위 간부는 “양 공사의 통합과 분리는 나름대로 논리와 명분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적 공감대 확산과 합의 과정이 필수”라며 “정치적 고려 때문에 우격다짐으로 간다면 통합의 이점은 사라지고 허브화 차질, 노사 갈등, 거대 독점 공기업 탄생 같은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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