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수입 많고 수출 비중 높은 탓에… 위기마다 ‘원화’ 휘청
강달러·국제 유가 급등 ‘이중 부담’
반도체 등 경기 민감 업종 큰 타격
외국인 코스피 집중 매도도 영향

원·달러 환율이 4일 장중 1500원을 웃돌았다. ‘강달러’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이슈가 있을 때마다 유독 원화가 타격을 크게 입는 경향이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400원대 후반의 환율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체력)과는 괴리가 큰 수준”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경제의 펀더멘털과 별개로 원화 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약한 원화’의 근본 원인은 한국 경제 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고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 비중이 크다. 외환 당국이나 정부가 환율 안정을 위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도 갖고 있다.
이란 사태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의 핵심 원인은 ‘강달러’라는 게 모두가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이는 달러 인덱스로도 확인된다(표 참조). 세계 외환시장에서 신흥국 통화를 팔고 안전자산인 달러로 옮겨갔다. 문제는 중동 외풍을 한국이 유독 심하게 맞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동아시아 국가와 비교하면 원화의 취약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 절상율은 -2.5%다. 대만 달러(-1.3%), 일본 엔(-0.9%) 등보다 높다.

원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의 산업 구조도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한국은 GDP 대비 수출 비중이 35%를 넘겨 주요 20개국 중 세 번째로 높다. 이번엔 한국이 에너지 수입국이라는 점이 원화 취약성을 높였다. 원유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국제유가 변동에 흔들리기 쉽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4년 기준 경제 규모 대비 원유 소비량을 나타내는 ‘경제적 원유 의존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압도적 1위다. 한국의 GDP 1만 달러당 원유 소비량은 5.6배럴이다. OECD 국가 중 2위인 멕시코(4.3배럴)보다도 1배럴 넘게 많고 미국(2.4배럴)에 비하면 배 이상 크다.
수출 중심 산업 구조도 환율 민감도를 높인다. 반도체 등 경기 민감 업종이 많아 세계 경기가 침체할 국면에 접어들면 원화에는 성장 둔화 예상에 따른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더 빨리, 많이 붙는다. 수출 악화는 서울 외환시장의 외국인 수급을 악화시키고,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원화는 위기 때 ‘줄이는 통화’로 거래된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과 관계없이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증권시장 영향도 받는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매도는 환율을 끌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다. 외국인은 지난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60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날 2300억원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전날 매도 규모를 상쇄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전면전으로 확산할 경우 환율이 1500원대에서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확전되는 경우 환율이 1525원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외환 당국이 당장 활용할 정책은 제한적이라는 게 뼈아픈 지점이다. 원화의 과도한 평가 절하를 손쉽게 해결할 방법은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이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ed) 동의를 얻지 못해 성사되지 않은 상태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달러를 시장에 더 많이 풀어 환율 안정에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이억원 위원장 주재로 긴급 금융시장 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증권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100조원+α’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시장 내 유동성이 경색될 조짐을 보이면 한국은행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김진욱 박성영 기자, 세종=이누리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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